야구만자로의 학부모
자식의 안타를 찾아 경기장을 어슬렁거리는 야구선수 엄마의 애환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명작을 혼자 보기 아까워 소개합니다.^^ (출처 : 우리 아이는 야구선수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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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만자로의 학부모
아들을 따라 야구장을 어슬렁거리는 엄마를 본 일이 있는가
아들의 시합만을 쫒아다니는 야구장의 학부모.
나는 학부모가 아니라 그냥 야구팬이고 싶다.
소주팩을 들고 잠실 외야 관람석 꼭대기에 앉아 목터지게 응원하다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그냥 엘지팬이고 싶다.
자고나면 픽업이고 끝나고나면 대기중인
나는 지금 승용차의 어두운 앞자리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아들을 기다린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한석봉의 어머니도 있었는데 ..
바람처럼 왔다가 빈손으로 갈순 없잖아
노후의 연금일랑 지켜둬야지
재산을 다 털어서 아무리 올인해도
내가 살 집만은 남겨둬야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자식놈에게
올인하냐 묻지를 마라
고독한 엄마의 애타는 응원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뒷바라지 하는 일이 허전하고 운전이 지겨울 때
그것을 위안해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 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지긋지긋하게 보이게 하는 건 야구 때문이다
너는 배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배트를 부러뜨리고 싶다
너는 글러브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글러브를 집어던지고 싶다
너는 야구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야구를 없애버리고 싶다.
너는 사춘기라고 했다.
나는 갱년기다.이 새끼야.
그리고 또 나는 애증한다
이길 것 같으면서도 질것같고, 잘할것같으면서도 2%부족한 짠한 내 새끼의 야구인생에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