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하면서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조재우, IMG 아카데미)
IMG 아카데미 조재우 학생과의 인터뷰입니다. 조재우 학생은 대학야구 에디터, 기자들이 선정한 2021년 디비전1 랭킹 1위 대학인 아칸소 대학에 커미트먼트commitment한 유망주 선수입니다. 미국고교야구선수로서의 생활과 아칸소대학에 커미트먼트한 과정,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습니다.
인터뷰 : 최승표 (코치라운드 대표)
정리 : 박윤희
Q 조재우 학생 반갑습니다. 지금 IMG 아카데미에서 생활한 지 몇 년째인가요? 그리고 어떤 계기로 그곳에서의 유학을 선택하게 되었는지요?
A 2018년 1월에 왔으니까, 올해로 4년째입니다. 당시 덕수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요. 부모님 두 분 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공부랑 운동을 병행하는 것을 항상 원하셨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잖아요? 부모님이 그맘때쯤 적극적으로 권유하셨는데 제가 아무 생각 없이 가보겠다고 했던 것 같아요.
Q 가자마자 기숙사 방 침대에 누워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거 아니에요?
A 맞습니다. 한 세 달 정도 매일 울었던 것 같아요. 처음 갔을 때 한 반 년 정도는 그냥 한국 돌아간다는 생각만 하면서 버텼던 것 같습니다. 잠깐 한국에 들어갔다가 미국으로 다시 올 때는 정말 싫더라구요. 그때 같이 운동하는 투수들 그룹에서 친구를 한 명 만났는데 그 친구랑 친해지면서 의지하며 버텼던 것 같아요.
야구연습은 하루 2~3시간 내외
Q IMG 아카데미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공부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 되는지, 그리고 어떤 것들을 공부하는지 등등이요.
A 일단 7시에 일과가 시작되구요, 저희는 일반 고등학교랑은 다르게 오전반과 오후반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오전에 수업을 받는 애들은 오후에 운동을 가고, 오전에 운동을 하는 친구들은 오후에 수업을 받는 이런 시스템인데요. 저는 오전에 학교를 가고 오후에 운동을 하는 일과였습니다. 오전 7시 40분에 1교시가 시작되고, 학교는 12시 15분쯤에 끝납니다. 점심 먹고 준비해서 1시 반에 운동을 시작합니다.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기술훈련을 하고 이후에 1시간은 웨이트나 요가같은 운동을 합니다. 길면 3시간 반, 짧게 하면 2시간 정도 하면 운동은 끝이구요.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가서 숙제을 하거나 개인 운동을 하거나 합니다.
Q 어떤 과목들을 배우나요?
A 이번 학기는 수학, 세계사 그리고 로보틱이라고 해서 로봇이랑 3D 디자인 같은 걸 배우고 있구요. 영어와 스페인어까지 다섯 과목을 배우고 있습니다.
Q 처음 왔을 때는 당시의 영어실력으로 수업을 듣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A 내. 제가 그때 처음 왔을 때가 7학년이었는데요. 그래서 바로 정규수업을 듣지 않고 ‘ELL’이라고 하는 영어수업을 따로 들었습니다. 해외에서 온 친구들을 위해 다섯 과목 정도를 영어로만 하는 그런 프로그램입니다, 그걸 1년 반 동안 하고 9학년 때부터 정규수업을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일찍 와서 좋은 점 중 하나는, 9학년 때부터는 학교 성적이 대학 들어갈 때 반영이 되는데요. 그 전까지는 아무리 점수가 낮아도 상관이 없거든요. 그 전에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어서 좋았습니다.
운동선수의 공부를 도와주는 선생님
Q IMG 아카데미에는 야구 뿐만 아니라 풋볼, 농구 등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전세계에서 모이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사실 테니스가 굉장히 유명하고요. 그런 선수들 보면 어떤가요? 언어장벽이 있어서 공부를 해나가기 다들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A 한국 학생들도 지금은 꽤 있지만 일본, 중국, 멕시코, 스페인 등 여러 나라 선수들이 많습니다. 종목별로 선생님들이 한분씩 계셔서 공부가 뒤처지는 학생들이 있으면 부모님이랑 상의도 하고, 상담도 해주시고, 숙제하는 것도 도와주십니다. 시험을 잘 못봤을 때는 재시험도 볼 수 있게 직접 해당 과목 선생님께 부탁도 드리고요.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학생들이 오는 학교다 보니 그런 시스템은 잘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Q ‘한국에 있었으면 공부는 안하고 야구만 했을텐데’ 하는 후회도 가끔 들 것 같은데요. 특히 리포트 쓰고 시험 공부할 때 말이죠.
A 솔직히 한국 친구들 보면 좀 부러울 때가 있긴 해요. 하지만 지금 공부를 하는 게 나중에 저한테 큰 도움이 될 거라 믿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Q 야구에 관한 이야기를 그럼 해볼께요. IMG 아카데미에는 야구팀도 여러 개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재우군이 뛰는 팀은 최상위 레벨이죠? 2~3시간 정도 연습을 한다고 했는데 연습과 시합은 보통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A 네, 전부 12개 팀이 있구요. 올해부터 최상위 레벨 팀에서 뛰고 있습니다. 8월 말부터 12월 크리스마스 전까지가 1학기인데요. 지금은 오프 시즌 이어서 연습게임을 가끔 하고, 주로 몸 만드는 연습 위주로 운동을 합니다. 2학기가 1월에 시작하는데 그때부터는 웨이트보다 기술훈련에 집중을 하고 2월 말쯤 시즌을 시작해서 5월에 시즌이 끝납니다. 시즌 경기는 일주일에 많으면 4경기까지 하고 적으면 한두경기 할 때도 있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 경기를 하면 다음 주는 한 경기만 하거나 시합이 없거나 하는 식이라서 쉬는 시간은 충분한 것 같습니다.
Q 한국에서 경험한 것은 초중등 야구이고, 그곳에서는 중고등학교를 보내고 있어서 직접 비교는 어렵겠지만 야구팀 분위기나 연습방식에서 어떤 차이가 느껴지세요?
A 한국은 코치가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는 분위기가 강한데요. 여기는 확실히 자율적이고, 운동 시간도 훨씬 적다 보니까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선수들은 개인적으로 운동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한국은 너무 운동이 늦게 끝나니까 개인 운동을 할 수 없는데 그런게 큰 차이인 것 같습니다.
Q 미국도 많은 학생선수들이 팀연습 외에 개별적으로 레슨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요. IMG 아카데미의 선수들은 어떤가요?
A 저희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저희 코치님들 경력이나 수준이 다 좋구요. 팀에 뉴욕 양키스 전체 1라운드 1번을 받았던 코치님도 계시구요. 그런 코치님들한테 며칠 전에 미리 연락을 드려서 타격연습을 개인적으로 좀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면 쉬는 날에도 나와서 운동을 도와주시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저희 학교에서는 따로 나가서 레슨을 받는 선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드래프트 vs 미국대학 진학
Q 이번에 올시즌 전미랭킹 1위 대학인 아칸소 대학에 커미트먼트commitment를 했는데요. 정말 축하드리구요. 미국대학 커미트먼트commitment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A 한국말로는 딱히 표현할 방법이 없긴 한데요. 미국대학진학은 한국과 같은 입시제도가 아니라 대학교들이랑 미리 접촉을 해서 결정하는 구조인데요. 여러 대학에서 제안을 받는 선수는 자신이 가고 싶은 학교를 선택하는 건데 그걸 커미트먼트commitment라고 합니다.
Q 전국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이 커미트먼트를 하는 모습은 라이브로 중계도 하는 모습을 본 적 있는데요. 미국에 야구로 유명한 대학이 너무나도 많아서 고르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아칸소 대학을 선택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A 제가 작년 여름에 이곳의 한 트래블팀에 참가를 해서 미국을 전체적으로 돌아 다니면서 경기를 했는데요. 사실 그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어서 대학에 어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굉장히 잘하는 팀이랑 한번 했었는데 그 경기가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많은 곳에 중계가 되었어요. 그 경기를 보고 있던 아칸소대학 스카우트가 바로 다음 날에 전화해서 제안을 하시더라구요. 당시에 전미랭크 1위를 하고 있던 팀인데 그런 학교가 오퍼를 했다는 소식을 다른 대학들도 듣고 나서는 다들 연락을 주시더라구요. 하루에만 열 군데 정도 학교에서 일주일 동안 전화가 온 것 같습니다.
저는 솔직히 아칸소보다는 밴더빌트에 가고 싶었는데, 코치님께서 대학교도 직접 방문해보면서 너한테 제일 맞는 학교를 찾아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하나씩 방문해 보고 아칸소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시설이 너무 마음에 들었구요. 학교가 야구로 특히 유명해서 그런지 시설이나 선수들에 대한 대우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학에 가서는 공부로 스트레스를 너무 받고 싶지는 않아서요. 그리고 그곳의 코치님들이 저를 가족같이, 친구같이 반겨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학교에 한국인 교수님들도 몇 분 계셔서 그런 부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선택한 것 같습니다.
Q 아칸소대학에 커미트먼트할 정도라면 우리나라 드래프트에 참가를 해도 상위라운드가 충분히 가능했을텐데요. 거기에 대한 미련은 별로 없었나요?
A 없다고 하기는 좀 그렇구요. 부모님한테는 가끔씩 투덜거리긴 했습니다. 우리나라 프로로 간다면 지명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여기서 이렇게 고생을 해야 되냐고 가끔 말씀드리긴 했는데요. 지금은 일단 그런 생각은 내려놓았습니다. 일단 여기를 졸업할 때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지명을 받는게 첫 번째 목표이구요. 대학이 결정됐다고 해서 꼭 가야 되는건 아니어서요. 상위라운드에 지명이 되면 바로 프로에 갈 수도 있는거구요. 하위라운드 지면을 받거나 아예 못받았으면 대학교에 가야죠. 2년이 지나면 또 드래프트에 참가해보고, 그때도 안되면 4년 다 끝내고 참가해 보구요. 만약에 그때도 안된다고 하면 그때는 한국에 들어와서 길을 다시 찾아보자고 아버지랑도 이야기했습니다.
선수가 원하는 방향 위주로
Q 아칸소대학의 제안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야구선수로서 잠재력을 크게 인정받은 증거인데요. 재우군의 남모르는 노력도 있었을거고, 코치, 환경, 시스템, 여러 가지가 도움이 되었을 것 같은데요.
A 한국은 코치님들이 폼을 많이 바꾸려고 하는게 있는데요. 여기는 선수가 하는 방식을 밀어주면서 코치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만 알려주는 문화라 좀 더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가도록 응원해 주고 그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니까 좋은 것 같구요. 여기 웨이트 시설이 너무 잘되어 있고 유명한 트레이너가 항상 운동을 시켜 주니까 몸이 좋아지는 속도도 빠른 것 같고, 몸을 잘 쓰는 방법도 잘 배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식사는 운동전문 학교라 당연히 잘 나올 것 같은데요. 소스라던가 재료가 한국식 달달함이 없어서 처음에는 고생 좀 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A 미국이 원래 되게 짠 음식이 많은데요. 여기는 정말 건강식으로 나옵니다. 샐러드바는 늘 한쪽에 따로 있어서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구요. 고기는 매일 나오는데 대부분 지방이 많은 부위보다는 닭가슴살같은 메뉴가 많이 나옵니다. 솔직히 한국인이 먹기에는 좀 힘든 음식들이 많이 나오는 거 같아요. 맛으로는 정말 별로인데 몸 생각하면서 먹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신 조재우 학생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