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코치를 위한 ‘의도적인 연습’ 가이드 (제임스 클리어)

사람들 사이에서 벤 호건(Ben Hogan)은 ‘연습의 달인(inventing practice)’으로 유명하다.

호건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골퍼 중의 한 명이었는데, 이는 지치지 않는 반복훈련으로 이뤄낸 성과였다. 그는 연습을 너무나도 좋아했다. 호건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나는 너무도 볼을 치고 싶어서 도저히 아침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연습티에 가서 몇 시간이고 볼을 쳤다. 그 다음에 조금 쉰 다음, 다시 또 연습티로 가곤했다.”

호건에게 있어서 매번의 연습에는 항상 어떤 특정한 목표가 있었다. 그가 골프 스윙을 단계별로 분해한 후 새로운 스윙법을 연습하느라 여러 해 동안 고생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 결과는 엄청난 것이었다. 결국 그는 골프 역사상 가장 완벽하게 튜닝된 스윙법을 개발해 낸 것이다.

그는 워낙 꼼꼼해서 골퍼라기 보다는 차라리 외과의사에 가까웠다. 1953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두 홀 연속으로 깃대를 맞추는 일도 있었다. 며칠 후 그는 드디어 토너먼트에서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하였다.

호건은 전체적인 골프의 과정을 세부적으로 낱낱이 분해하였고, 어떻게 해야 그 각각의 단계를 마스터할 수 있는지 알아냈다. 예를 들어, 호건은 골프 채 하나 하나마다 그 채로 볼을 날릴 수 있는 비거리를 계산한 최초의 골퍼였다. 그리고 나서 각각의 골프 코스를 주의 깊게 공부하는 것은 물론이며, 나무나 벙커 하나도 소홀하게 생각지 않고 남은 거리를 계산하는데 유용하게 참고하였다.

그는 골프선수로서 9개 메이져 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역대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갖고 있다. 최전성기 시절, 동료들은 그의 놀라운 성과를 언급하며, 그것은 ‘호건만의 비밀’이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최근 전문가들은 ‘실력향상을 위해 집요하게 노력’하는 이러한 호건의 방법론을 ‘의도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의도적인 연습’이란 무엇인가?

‘의도적인 연습’은 분명한 목표가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체계를 갖춘 연습을 말한다. 보통의 연습이 특별한 고민없이 단순한 반복 위주로 이루어지는데 비해, 의도적인 연습은 분명한 연습 의도와 실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수행되는 연습이다. 벤 호건이 그의 골프 스윙을 다듬기 위해 각 단계별로 스윙을 재구성 하던 그때, 그는 바로 의도적인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단순히 단점을 보완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의 기술을 최대한 정교하게 다듬는데 열중했다.

‘의도적인 연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처음 단계에서는 당신이 원하는 바를 끄집어 내서 연습 과정에 집어넣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조금 지나다보면, 작은 실수에 둔감해 지고, 매일매일 실력을 개선시킬 기회를 놓치게 되어버린다.

이렇게 되는 까닭은, 인간의 뇌가 반복되는 행동을 습관의 영역으로 넘겨버리기 때문이다. 예컨대, 과거 당신이 신발끈 매는 법을 난생 처음으로 배울 때 당신은 끈을 매는 단계별로 주의집중을 기울여야만 됐었다. 지금은 어떤가? 수도 없이 자주 신발끈을 매다보니, 당신의 뇌는 이 작업을 습관적으로 처리해 버린다. 우리가 어떤 작업을 더 반복하면 할수록, 뇌는 더 기계적으로 단순히 그 일을 수행하고 만다.

아무 생각없는 연습은 의도적인 연습에서 가장 금기시 되는 일이다. 같은 연습을 자꾸 반복하다 보면 마치 실력이 저절로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는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우리는 단지 경험치를 쌓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실력이 더 좋아질 것이라 늘상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우리는 실력을 끌어올리는 연습이 아니라 현재의 습관을 강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실력향상을 위해서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분명 논리적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의도적인 연습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지금부터는 이 부분에 대해 얘기해보자.


‘의도적인 연습’의 사례

의도적인 연습의 실제 사례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죠프 콜빈(Geoff Colvin)이 쓴 ‘과대평가된 재능’이라는 글에 언급되어 있다. 이 책에서 콜빈은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자신의 부족한 작문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의도적인 연습을 어떻게 사용하였는지 얘기하고 있다.

프랭클린은 10대때 아버지로부터 작문실력이 형편없다고 자주 야단을 맞았다. 또래의 다른 10대들이었다면 흘려듣고 말았을 그 얘기를, 프랭클린은 진지하게 듣고 어떻게든 작문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을 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쓴 책들을 읽어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런 다음, 한줄 한줄 글을 훑어보며 모든 문장의 의미를 적었다. 이후 자신만의 언어로 그 내용을 글로 쓴 다음, 그것을 원작자들의 글과 비교해 보았다.

“나는 실수를 발견했고, 그것들을 고쳤다.”

결국, 프랭클린은 더 좋은 글을 쓰는데 있어서 자신의 단어실력이 발목을 잡고 있음을 느꼈고, 온 힘을 다해 그 분야를 심도있게 공부하였다.

의도적인 연습은 언제나 그렇듯 동일한 패턴을 따른다.

  • 전체 프로세스를 세부적으로 구분한다.
  • 약점을 확인한다.
  • 그 부분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고안한다.
  • 전체 프로세스에 보완한 사항을 반영시킨다.

아래에 좀 더 많은 사례가 있다.

요리 : 지로 오노(Jiro Ono) – 지로의 초밥의 꿈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 는 최우수 레스토랑으로 수상한 적도 있는 동경의 유명 초밥 레스토랑의 요리사이자 경영자이다. 그는 완벽한 초밥을 만드는 기술을 위해 한평생을 바쳤으며, 레스토랑의 견습생들 역시 그런 마인드를 가져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견습생들은 초밥을 만드는 전체 과정 중 아주 작은 일부분부터 마스터해야만 그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 – 수건을 짜는 방법, 칼을 쓰는 법, 생선회를 뜨는 법 등. 사정이 그렇다보니 어떤 견습생은 지로 사장 밑에서 10년 동안이나 근무한 후에야 비로소 계란요리에 손을 댈 수 있었다. 이렇듯 전체 과정의 각 단계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전수된다.

무술 : ‘학습의 기술’이라는 책의 저자 조쉬 와이츠킨(Josh Waitzkin)은 무술 전문가로서 다수의 미국 국내대회 입상실적을 갖고 있으며, 2004년에는 세계 챔피언에 오른 바 있다. 한번은 대회 결승전에서 본인의 약점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 상대방이 반칙을 써서 머리로 본인의 코를 들이받을 때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했고, 결국 평상심을 상실하고 원래 계획했던 경기전략마저 다 잊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와이츠킨은 혼돈상황에 직면했을 때에도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훈련을 하기 위해 일부러 반칙을 즐겨하는 훈련 파트너를 물색하였다. 후에 와이츠킨은 “반칙왕들이야말로 나의 진정한 스승이다. 그들은 내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감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더 넓혀주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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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 마그누스 칼센(Magnus Carlsen)은 체스의 대가이며,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체스 선수 중 한 명이다. 위대한 체스 선수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눈에 띄는 특징은 ‘청크(chunks)’를 인지하는 능력인데, 이는 체스판 위에 펼쳐진 말들의 구체적인 배열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체스의 대가들은 대략 30만가지 종류의 청크를 구별해 낼 수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칼센이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 게임을 통해 체스를 배웠다는 점이다. 컴퓨터 체스 게임을 통해 칼센은 한번에 여러 판의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칼센은 체스를 사람에게 배웠을 때 보다 더 빨리 청크를 인지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되고 또 거기서 자신의 실수를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지게 되었다.

음악 : 수많은 위대한 음악가들은 그 노래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을 반복적으로 들어야만 그 노래를 마스터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바이올린의 거장 네이단 밀스타인(Nathan Milstein)은 이렇게 말했다.

“집중에 집중을 거듭해서 뭔가 느낌이 올때까지 연습을 반복하라. 언젠가 한번 주변의 다른 이들이 하루종일 연습을 하고 있을때, 나는 교수님에게 연습을 얼마나 오래해야 되는지 물었던 적이 있었다. 교수님은 ‘얼마나 오래 연습을 해야 되는지는 중요치 않아. 네가 손가락만으로 연습을 한다면 얼마나 많이 했든 그건 별로 의미가 없어. 만일 네가 머리를 써서 연습을 할 수 있다면 단 두시간으로도 충분할 수 있지.’라고 하셨다.”

농구 : 오브리 다니엘스(Aubrey Daniels)의 다음 사례를 살펴보자. “A선수는 훈련때 200개의 슛을 던진다. B선수는 50개를 던진다. B는 튀어나오는 공을 직접 회수하고, 여유있게 드리블을 하며,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잠깐 쉬기도 한다. A는 매번 슛 할때마다 공을 회수해 주는 동료가 있다. 그 동료선수는 몇번이나 슛을 던졌는지도 세어 준다. 또한 슛이 실패하면 슛이 길었는지 짧았는지, 왼쪽으로 쏠렸는지 오른쪽으로 갔는지를 기록한다. 그리고 A는 매 10분의 훈련을 마칠때마다 그 결과를 확인한다. A와 B 두 선수가 동일하게 훈련을 했다고 보는 것이 과연 맞을까? 만일 이러한 각자의 훈련방식이 그 선수 고유의 루틴이라면, 그리고 이 두 선수가 처음에는 실력이 비슷한 수준이었다면 이렇게 훈련을 100시간 진행하고 난 뒤 어느 선수의 슛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의도적인 연습’의 숨겨진 키포인트

아마도 의도적인 연습과 일반적인 반복훈련 간의 결정적인 차이는 ‘피드백’이 될 것이다. 의도적인 연습의 기술을 마스터한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 벤 호건과 같은 운동선수나, 벤자민 프랭클린과 같은 저술가나 – 지속적인 연습에 대해 그 결과를 확인하는 방법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피드백을 받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먼저 두가지를 얘기해 보겠다.

첫번째로 효과적인 피드백 방법은 ‘측정’하는 것이다. 측정을 한다는 것은 개선과 발전을 의미한다. 우리가 글 몇 페이지나 읽었는지, 푸쉬업을 몇개나 했는지, 텔레마케팅 전화를 몇 통이나 걸었는지 등등 우리에게 중요한 일들을 생각해 보면 이는 사실이라는 점을 알수 있다. 우리가 좋아지고 있다 또는 나빠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증거는 측정을 통해서만 확인 가능하다.

두번째로 효과적인 방법은 코칭이다. 여러가지 훈육 방법에 있어서 일관성 있게 발견되는 한가지는 의도적인 연습에 있어서 지도자의 역할이 핵심적이라는 것이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연습을 실행하는 동시에 그 결과를 측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좋은 지도자는 당신의 발전을 확인해 줄 수 있고, 사소한 개선방법을 알려줄 수 있으며, 매일매일 당신이 연습하는 것에 대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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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인 연습을 통한 기대효과

인간은 올바른 방식으로 연습을 한다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자신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 사실 이것은 말 보다는 행동하기가 더 어렵다.

의도적인 연습은 절대 편안한 훈련방식이 아니다. 지속적인 노력과 집중을 요한다. 의도적인 연습의 기술을 마스터한 사람은, 항상 탐구하고 실험하고 보정하면서 평생토록 배우기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된다. 물론 의도적인 연습도 만병 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집중력을 유지하고 오롯이 연습에 몰입할 수 있다면, 의도적인 연습의 기대효과는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당신이 가진 재능을 극한까지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글 : 제임스 클리어
번역 : 리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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