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프렌들리’ 선수들의 등장과 요구되는 코치의 역할
우리야구 9호 특별판 “킬로미터” 4장의 내용중 일부입니다.
요즘 선수는 성적이라는 숫자만큼이나 공 회전수나 회전축, 발사각 등에도 큰 관심을 나타낸다. 과거처럼 데이터를 반대하거나 무시하는 선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LG 임찬규 투수는 트래킹 데이터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힌다.
“투수인 나와 상대 타자가 느끼는 게 다르다. 나는 좋은 공을 던졌다고 생각했는데 타자는 치기 쉬운 공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때도 있다. 그런 혼돈이 있었는데 2017년 후반부터 측정 데이터가 나왔다. 데이터를 통해 내 공의 위치를 알 수 있었고, 그것을 토대로 나아갈 방향도 보였다.”
트래킹 데이터가 없던 시절, 투수들은 ‘알음알음’으로 자신의 구위를 알 수 있었다. 공을 받는 포수에게 의견을 묻거나 친분이 있는 타자나 심판에게 물어보는 정도였다. 그것 자체도 가치는 있었지만 상대의 주관적 인식인 만큼 사실 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것이 트래킹 데이터가 나오며 순식간에 바뀌었다. 구종마다 수직/수평 무브먼트와 회전수, 회전축, 회전 효율 등을 알게 되었고, 자기공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데이터를 해석하고 그것을 전달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선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데이터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에 반드시 화려한 선수시절의 경험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과거의 지도자는 자신의 경험에 기반해 선수를 가르쳤다. 그 결과 선수가 지도자의 경험이라는 ‘틀’에 갇힐 때도 잦았다. 선수의 체격이나 성격, 특성 등은 저마다 제각각이다. 이상적인 코칭은 그런 선수들에게 ‘맞춤형’ 지도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도자의 선수 시절 동작(타격이나 투구)이나 기술을 선수에게 적용시키는 경우가 많다.
더욱더 최악은 그것만을 강요하고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다. 선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지도자의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런 시간이 반복되며 선수의 특성과 장점은 사라진다. 선수에게 옷을 맞추는 게 아니라 옷을 선수에게 맞춘 것이다.
과거의 지도자에게 요구된 것이 야구 기술의 전달이라면 지금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야구 기술의 전달은 지도자 한 사람만의 몫이 아니라 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데이터 애널리스트와 트레이너, 바이오 메카니스트, 피칭(배팅) 코디네이터 등과의 협업으로 선수 지도가 이루어진다. 트래킹 데이터뿐만이 아니라 동작 분석이나 초고속카메라 등을 활용해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그렇기에 지도자는 주변 전문가와 협업할 수 있는 폭넓은 학습과 교류가 필요하다. 그래야 데이터를 통해 얻은 결과를 보고 선수 지도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야구계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더욱 커질 것이다. 중요성이 커지므로 구단은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고, 돈이 모이면 기술의 발전은 더 빨라진다. 몇 년 후, 몇십 년 후에는 선수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해 자기의 능력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선수들은 랩소도로 회전수와 회전축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배트 센서로 스윙 궤적과 배트 스피드, 회전 스피드 등을 어디서나 손쉽게 알 수 있다. 초고속카메라를 활용해서는 특정 선수의 동작을 복사하듯 따라 하는 것조차 가능하다. 숫자와 표, 그림, 영상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선수는 유용한 피드백을 접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코치라는 자리가 없어질 것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지도자의 역할이 이전과는 많이 달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과 데이터 등을 매개로 삼아 선수와 대화를 나누는 능력이 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훈련과 경기결과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선수의 멘탈 관리 또한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역할이다.
지금까지는 기술지도가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선수나 지도자의 실적을 중요하게 여겼다. 하지만 데이터 프렌들리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는 앞으로의 시대에서 는 그런 데이터들의 의미를 선수와의 대화를 통해 함께 발견하고 제대로 활용하도록 이끄는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 질문과 경청이 이제는 지도자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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