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월간 우리야구

‘관변단체, 조직을 위한 조직’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김선웅)

얼마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선거가 있었습니다. 선거제도변화를 촉구하는 ​김선웅 변호사님의 우리야구 칼럼입니다.

4년 전, 대기업 대표이사와 국회의원을 역임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프로야구계의 거목도 많은 야구인들과 야구단체의 지지를 받으며 회장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조직을 안정시켰다는 평가 외는 실제 아마추어 야구계 로부터는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을 뿐 이다. 앞으로 협회를 4년간 책임지게 될 새로운 협회장이 아마추어 야구를 위해 회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해 주기를 기대하면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협회의 설립 목적과 아마추어 야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1980년대 체육관 선거의 한계

​협회의 연혁, 설립목적, 회원의 구성, 조직의 운영원리를 볼 때 아마추어 야구계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마추어 야구선수들이나 야구 기초조직의 회원들이 자신의 삶이나 활동을 위해 협회에 영향을 줄 수 없는 조직임을 알 수 있다. 협회가 역사적으로 정부 주도로 설립되고, 정부의 지원도 많이 받아서 대회도 운영하고, 조직도 운영하고 있으며, 야구 및 소프트볼의 최상위 종목 단체로서 회원은 각 시도협회로 되어 있다. 협회의 설립 목적도 야구와 소프트볼의 보급으로 국민 체력을 향상, 건전한 여가선용과 명랑한 기풍을 진작하고, 운동선수 및 그 단체를 지원·육성하고 우수한 선수를 양성하여 국위 선양에 이바지함이다.

​특히 운동선수에 해당하는 부분은 우수한 선수를 양성하여 국위선양이라는 국가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직으로 생각한다면 아마추어 야구선수들을 위한 조직으로 기능하는 데는 한계가 많을 수밖에 없다. 아마추어 야구선수들이 직접 가입되어 있는 각 시도 야구단체도 대한야구 소프트볼협회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의 대회운영이나 정책방향, 교육기관과의 관계설정 등 협회의 활동과 운영이 아마추어 야구선수들의 진로를 결정하고 야구의 보급과 활성화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협회의 수장 선거 결과에 아마추어 야구선수와 야구인들은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아마추어 야구와 생활체육 야구를 담당하는 대한 야구소프트볼협회는 기초회원들인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의 야구와 관련된 삶을 변화시키고 학생 야구선수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조직 이다. 학생야구선수의 인권보호를 더 강화할 수 있고, 대회 리그의 합리적이고 선수중심의 운영을 이끌 수도 있으며, 프로야구와의 관계설정과 국가대표팀의 운영에서 많은 일을 하여 선수들의 진로와 미래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야구협회는 아마추어 야구와 야구선수의 미래에 대한 진정한 고민보다는 조직운영과 대회진행에 매달리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정책과 비전을 만들고 경쟁하며, 아마추어 야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야구협회장 선거다. 문제는 현재의 협회장 선거제도가 회원 전부가 참여하는 직선제나 미국 대통령 선거처럼 국민의 대의를 근본으로 하는 간접선거라기보다는 회원의 대의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단절된 소수의 선거인단이 협회장을 결정하는 1980년대 체육관 선거 또는 대의원 선거이다 보니 회원들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아마추어 선수 회원들은 회비만 내는 ‘호구’가 아니다

​지난 선거부터 학생선수들과 생활체육인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졌고, 이번 대한야구소프트볼 협회를 비롯한 많은 스포츠단체들의 장을 뽑는데 아마추어 선수들도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도 투표권이 배정되기는 하지만 신분이 확실한 회원이 가장 많고, 회비를 많이 내고 있고, 회원으로서 의무를 가장 크게 부담하면서도 선거인단의 일부로만 구성되는데 문제가 있다. 특히 기초 아마추어 야구협회인 시도협회장 선거에서는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아마추어 선수에게 모두 투표권이 주어져야 한다. 단체운영에 가장 기본인 권한과 의무가 일치해야 하는데 협회장 선거에서는 선수 회원에게 권한이 거의 주어지지 않고, 선수 회원은 여전히 회원이나 협회의 구성원이 아닌 회비만 부담해야 하는 수익자 내지는 피교육자로서만 인정되는 상황이다.

​아마추어 선수 회원들은 회비만 내는 호구가 아니다. 그들의 야구 활동과 진로를 위해 야구 협회를 아마추어 선수 등 회원을 위한 조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초 협회장의 직선제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 회장 선거에 미국 대통령 선거식 선거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선거에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그 조직은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고 회원들의 활동과 삶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초 및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기초회원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는 선거제도나 정책을 받아 들이지 않는다면 관변단체일 뿐이다. 조직을 위한 조직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관변단체로서 대회와 야구장 사용을 독점할 수는 있어도 야구 선수 육성이 점차 클럽화, 사교육화가 되는 상황 에서 더 이상 협회의 대회와 야구장에 의지하지 않고 별개로 활동하는 야구단체나 연맹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글 : 김선웅 (변호사, 전 선수협 사무총장, 선수 개인의 가치와 권리가 존중 받는 세상을 만드는데 함께 합니다.)

우리야구 5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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