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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말 뒤에 숨은 감정들 (하임 기너트)

아이와의 대화는 마치 예술 같아서, 그 의미하는 바와 법칙이 특이하다. 아이의 말과 행동을 그저 천진난만하다고만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아이의 말을 이해하려면 마치 암호를 해독할 때처럼 기술이 필요하다.

에피소드 #1

열살 난 앤디는 아버지에게 “할렘에는 고아들이 몇 명이나 있어요?”라고 물었다. 매우 지적인 약사였던 아버지는 아들이 어린 나이에 벌써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이 기뻐서 그에 관해 길게 이야기를 한 뒤, 자세한 통계 수치를 알려주었다. 그러나 앤디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같은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다.

“미국에는요?”
“유럽에는요?”
“전세계에는요?”

아버지는 비로소 아들의 염려가 사회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것이며, 아들의 본래 걱정이 고아들에 대한 동정심이 아니라 자기도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아들은 실제 고아들의 숫자가 궁금했던 것이 아니라 자기는 버림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앤디의 걱정을 대신 이야기해주며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 아빠가 어떤 부모들처럼 너를 버릴까봐 걱정되니? 우린 절대 너를 버리지 않는단다. 또 그런 걱정이 들면 아빠한테 이야기하렴. 아빠가 너를 안심시켜줄께.”

에피소드 #2

엄마의 손을 잡고 처음 유치원에 온 다섯살 낸시는 큰 소리로 말했다.

“누가 그림을 이렇게 밉게 그렸어. 엄마!”

얼굴이 화끈거린 엄마는 못마땅한 얼굴로 딸아이를 쳐다보면서 나무랐다.

“예쁜 그림을 보고 밉다고 말하면 안돼!”

옆에서 듣고 있던 선생님이 아이가 한 말의 뜻을 이해하고 싱긋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는 그림을 꼭 예쁘게 그리지 않아도 괜찮다. 자기가 그리고 싶은대로 그리면 된단다.”

낸시는 그때서야 자기가 알고 싶었던 물음의 속뜻, 즉 ‘그림을 잘못 그리면 무슨 벌을 받을까?’ 하는 것에 대한 만족스런 대답을 얻고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하임 기너트 <부모와 아이 사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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