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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운동은 없다 (최현석)

직업적 특성상 나는 운동이나 부상, 식단 등에 관한 질문을 선수나 지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받는다. 야구팀에서만 오래 일했기 때문에 질문의 내용들은 대체로 비슷하다. 투수와 관련해 가장 흔하게 받는 질문은 런닝의 양이라든지, 구속 상승을 위한 훈련 방법에 대한 것들이다. 야수에 관련된 질문들은 민첩성, 스피드, 파워 향상에 관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

나에게 질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에게 정답을 기대하고 물어보는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코치나 선수들은 내가 훈련시키고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 컨디셔닝, 보강 운동같은 것들이 체력이나 스피드를 눈에 띄게 증가시켜 준다거나 부상을 100% 방지해 준다고 믿고 질문을 하는 것 같다.

물론 나조차도 트레이너로서 일을 시작하고 경험이 없던 시절에는 나의 트레이닝 방법이 정답인 것처럼 생각했던 적이 있다. 돌이켜보면 정말 운이 좋게 모든 상황이 맞아 떨어져 선수의 경기력이나 결과가 좋아졌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진행한 트레이닝 때문이었다고 확신을 갖곤 했다. 다행스럽게도 좋은 선배 트레이너와 지도자들을 지켜보며, 그리고 야구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여러방면으로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면서 편협한 시선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현재까지는 나에게 선수를 성공으로 이끄는 특별한 트레이닝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를 믿고 야구와 관련된 트레이닝에 관해 질문을 해주는 분들께 감사의 마음으로 답하려고 노력한다. 질문을 하는 분들의 상황이나 심정이 어떤지 어느 정도 공감이 되기 때문에 최대한 내가 아는 지식안에서 답을 해주려 노력한다.

하지만 나는 질문을 하는 분들께 ‘내가 설명하고 전달한 정보와 지식은 참고만 하고 흘려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준다. 물어보는 분들의 상황이나 심정을 이해는 하지만 내가 전달하는 정보와 지식이 혼란을 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닝 분야의 지식과 정보는 너무나 방대하다. 그리고 어느 운동이나 치료방법이라도 찬/반의 의견이 존재한다. 나는 어느 시점부터 내가 알고 있는 트레이닝 경험과 지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게다가 지금은 휴대폰이나 컴퓨터만 있다면 트레이닝에 관한 전 세계의 최신 정보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다. 솔직히 가끔은 내가 하는 방식이 시대의 흐름에 조금 뒤떨어져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트레이닝에는 유행이 있어도 몸에는 유행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직 트레이너로써 일을 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의 변치 않는 사실 때문이다. 바로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들은 시대와 유행과는 다르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새로운 트레이닝이나 유행하는 운동들이 있어도, 그것의 목적은 ‘변하지 않는 신체’를 트레이닝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나는 ‘옛날 방식의 트레이닝은 잘못됐다. 옛날 방식의 트레이닝은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말들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모든 트레이닝은 두 가지 조건만 충족한다면 좋은 운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운동의 목적과 본인의 의지다.

나는 선수들의 부상 방지와 경기력 향상을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 하는 트레이너로서 과도한 훈련량으로 인한 체력 고갈을 지양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훈련 또한 뚜렷한 목적이 있고 선수 스스로 의지가 있는 상황이라면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숨이 턱턱 막힉고,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운동이라도 나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것이다.

이 글을 읽다가 ‘어떻게 프로야구팀 트레이너라는 사람이 트레이닝에 답이 없다고 하냐’며 의아해하는 분이 계실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무책임한거 아니냐고 느끼실 수도 있다. 하지만 운동 생리학, 에너지 시스템, 수 많은 논문의 이론, 방대한 데이터에 따른 훈련 방법 등이 과연 선수들을 좋은 길로만 인도할 것인가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방법들을 잘 따라온 선수들은 최고의 자리에 있을 것이고 아마도 최고의 자리는 정답을 잘 알고 있는 선수들로 가득차 결국에 최고의 자리는 무색해 질 것이다.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각본없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각본없는 드라마’라는 것은 정말 많은 것들이 서로 맞물려야 겨우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 여러 요소들 중 하나인 트레이닝에 답이 있다고 하면 ‘각본없는 드라마’라고 부르기엔 조금 의미가 퇴색하지 않을까? 각자의 취향과 개성이 존중받아야 하듯이 어떠한 트레이닝이라도 의미가 있다면 이론과 데이터에서 다소 벗어나 있더라도 존중해줘야 마땅하다 생각한다.

내가 스포츠, 그 중에서도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많은 변수들 때문에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거기에 야구의 매력이 있다. 또한, 상상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에는 ‘만약’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결과론의 스포츠인 야구가 무척 재미있다. 사람이 하는 야구이기에 정답도 없고 무수한 ‘만약’들이 존재한다. 지금 온 힘을 다해 경기를 하는 선수도, 그들을 지도하는 코치, 트레이너도 정답이 없는 매력적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누군가가 가는 길이 완전히 나쁜 길, 잘못된 길일 수는 없다. 옛말에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라는 말이 있듯이 틀에 박혀 있지 말고, 남의 것을 따라가거나 흉내내지 말고,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의지로 야구를 잘하는 길로 스스로 들어갔으면 한다.

최현석 
BRT스포츠아카데미 센터장
(전) SSG 랜더스 컨디셔닝 코치

우리야구 11호에 소개된 글입니다. 우리야구 구입은 우리야구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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