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지도자들에게 ‘숫자’를 제공하자

“학교 지도자들에게 ‘숫자’를 제공하자”

야구친구 http://www.yachin.co.kr/w/73/26

(참고로 이 글은 김태우기자님의 기사http://osen.mt.co.kr/article/G1110363892 에 나온 마지막 문장(“버두치 이론이 옳든 그렇지 않든, 감과 선수의 말에 의존한 몸 관리의 시대가 갔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에 영감을 얻어 작성하였습니다.)

조상우 선수가 피로골절 진단을 받았다는 안타까운 소식과 함께 ‘버두치 효과’에 대한 이야기도 야구팬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이는 야구 칼럼니스트 톰 버두치가 처음 언급한 개념으로, 100이닝 이상을 던진 만 25세 이하의 투수가 전 해에 비해 30이닝 이상 더 많이 던질 경우 다음 해에 성적하락이나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무척 높아진다는 내용이다.

버두치 효과는 결국 어린 선수가 갑작스럽게 투구 이닝이 늘어나면 신체에 많은 부담을 주게 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우리 학생야구에 적용해 본다면 우리나라의 중3, 고3 에이스 투수들은 대개 이 경우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중3 시절 지역에 명성이 자자했던 투수가 다음 년도에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재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듣곤 한다.

야구통계의 산실인 ‘스포츠투아이’의 박기철 전무는 “기록을 하고, 통계를 내는 이유는 선수에 대한 분석과 예측가능성을 보다 정확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통상 세이버메트릭스라 불리는 야구기록의 활용이 지금까지는 주로 스카우팅과 경기 중의 전술적 활용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학생야구에서는 선수 보호와 육성의 관점에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경기기록지만 잘 정리해도 얻을 수 있는, 아주 초보적인 수준의 데이터만이라도 일선 학교 지도자들에게 전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때로는 온갖 그럴 듯한 ‘당위當爲’보다 의미있는 ‘숫자’를 접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데 효과적이다. 운동을 해야 하는 온갖 이유를 늘어 놓는 기사를 접하는 것보다 체중계에 표시된 몸무게나 건강진단 후에 나온 간수치가 실제 운동화를 신게 만드는 동력이 되곤 한다. 경험과 감에 의존해 투수를 운용해온 지도자들에게도 선수관리에 의미가 있는 숫자를 접하게 해주는 것이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는 자극이 될 수도 있다.

아직 기록의 문화에 익숙치 않은 현장 지도자들을 위해 협회 차원에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매 대회가 마칠 때마다 선수의 투구이닝 등을 이전 연도의 누적 기록과 비교해서 제공해주면 어떨까? 자신의 제자가 이전 연도 대비 30이닝을 훌쩍 넘겨 던졌다는 것을 ‘사실’로서 확인한 지도자라면 “제가 계속 던지겠습니다”라는 제자의 말을 듣더라도 한번 더 치열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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