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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0분 연습으로도 충분하다

우리야구 9호 특별판 “킬로미터” 5장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이런 맹목적인 장시간 연습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일까. 일본 야구계는 우리나라보다 연습량을 중시한다. 그런 가운데 최근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학교가 다케다 고교다. 다케다 고교는 스포츠 특기생 제도가 없어 중학 시절 학업과 야구를 병행한 선수가 야구부에 들어온다.

​야구에 힘을 쏟지 않는 학교인 만큼 야구 환경도 썩 좋지는 않다. 특히 평일 연습 시간은 방과 후 50분에 불과하다. 시험 기간에는 2주간 연습도 하지 않는다. 어쨌든 하루 50분으로 연습이 제대로 될까. 그런 의문이 저절로 생긴다. 오카자키 유스케 감독은 “시간 자체가 적으니까 양보다는 질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면서 “연습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하면 50분으로도 충분하다”라고 밝힌다.

​오카자키 감독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선수의 몸만들기다. ‘기술보다 몸이 먼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몸만들기라고 해서 근력만 추구하지 않는다. 외부의 전문 트레이너와 상의해 과학적인 트레이닝 메뉴를 도입하고 있다. 유연성과 가동성, 순발력 향상을 중시하고 적절한 근력을 기르게 한다. 키와 몸무게, 체지방률, 제자리멀리뛰기, 세단뛰기 등 26개 항목의 피지컬 데이터를 한 달에 2차례 측정한다.

또 50m 스프린트와 27m 스프린트, 10m 스프린트 시간은 초시계가 아닌 전문 측정기구로 정확하게 계측한다. 이 숫자는 감독만 보는 것이 아니다. 학교 측이 전교생에게 나눠준 아이패드 앱을 통해 선수 데이터(피지컬 데이터뿐만이 아니라 타격과 투구 데이터, 영상 등)를 공유하고 있다. 명확한 숫자를 통해 동기를 부여하고 성취감을 느끼게끔 하는 것이다.

하루 50분에 불과하지만 합리적인 연습은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2020년 고시엔 지역예선에서 4강에 올랐고 선수들의 기량도 크게 향상되었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2019년 드래프트에서 오릭스에 지명된 다니오카 후타. 중학 시절 최고 구속이 121km/h에 불과했지만 고3이 되자 152km/h를 기록했다.

다니오카 외에도 매년 140km/h를 넘는 투수가 여러 명 나오고 있다. 그 비결은 연습 시간이 짧아진 만큼 지도자가 공부할 시간이 늘어난 데 있다. 오자키 감독의 말이다.​

“오후 6시에 연습이 끝난 뒤 효과적인 연습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한다. 또 야구계의 새로운 흐름이나 지식을 공부할 시간도 있다. 이것이 연습 시간의 차이를 메우는 비결이다.”

​짧은 연습 시간은 지도자의 성장만이 아니라 선수에게도 도움이 된다. 연습이 일찍 끝난 뒤, 선수들은 공부를 하거나 취미 생활을 하는 등 개인적인 시간을 가진다. 야구 기량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할지 등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그것을 감독과 의견을 나누며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을 찾아나간다. 시간적 여유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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