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에 배트가 나갔는지 피드백을 주자 (조슈아 로드리게즈)

우리야구 7/8월호 소개된 글입니다. 번역하느라 애쓰신 리팝님 감사합니다. 

선수들을 코칭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제대로 알려주는 피드백’이다. 하지만, 이 피드백이란 것에는 정답이 따로 없어서, 지난 수십년간 다양한 방법들이 만들어졌고,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방법들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기존의 피드백은 지도자가 직접 눈으로 본 것 또는 영상을 통해 확인한 것 위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시합이나 훈련 때 선수가 보여주는 기량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야 된다는 점과 이를 가능케 해주는 방법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와 관련한 필자의 작은 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트랙맨(Trackman) 장비를 통해 제공되는 데이터들이 점점 풍부해지면서, 타격코치들 입장에서는 의미있는 정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그리고 질 좋은 피드백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가 새로운 숙제로 다가온다.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건지, 어떤 것이 선수들의 기량향상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장비들이 던져주는 데이터를 해석하여, 본인의 코칭 스타일에 접목시키고, 이를 통해 선수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피칭 분야에서는 이미 상당한 성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최근 텍사스 레인저스나 미네소타 트윈스의 케이스를 보면 이제 타격 분야에서도 좋은 사례들이 하나 둘씩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렇듯 새롭게 시도되는 것들 중에서 꼭 강조하여 소개하고 싶은 것은 바로 Plate Discipline(이하 ‘PD 지표’, 주1)을 활용하는 것이다.

PD지표에 있어서 훌륭한 결과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좋은 코칭 방법론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사실 모든 코치들의 바램이다. 보통 많은 코치들은 그들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매일매일 선수들에게 쏟아부은 다음, 선수가 최대한 좋은 모습으로 바뀌기를 기대한다. 물론 이런 행동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이것저것 온갖 방법론을 다 펼쳐놓고 그 중에 뭐라도 하나 제대로 먹히기를 바라는 것 아닐까? 이런 시각으로 볼 때, PD지표를 활용하여 도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코칭을 하는 것은, 중요한 핵심항목에만 오롯이 집중하게 만들어 주는 장점이 있다.

존 도어(John Doerr)는 그의 저서 ‘Measure What Matters(중요한 것을 측정하라, 주2)’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것저것 다 할려고 하다가는 결국 아무것도 못한다. 이것을 잘 이해하여 행동을 취해야 된다.”

이런 맥락에서, 타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지표를 몇가지 설정한 후, 그 지표와 연계된 훈련을 일관성 있게 계속 진행해 나간다면 상당히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실제로 팀에서 이런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 중에 스윙 플롯(Swing Plots, 주3)이 있다. 이 점도표는 타자가 스윙을 했을 때 바로 그 투구의 궤적을 그래프 상에 점으로 찍어 표시해준다. 스윙 플롯 활용법은 선수와 지도자들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즌 중 언제라도 할 수 있고, 지도자가 갖고 있는 타격 훈련방법이 어떤 것이든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좋은 공을 때려야 좋은 타구가 나올 수 있고, 반대로 나쁜 공은 건드려봤자 제대로 된 타구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스윙 플롯 정보는 어떤 레벨의 선수들에게도 적용가능하며, 좀 더 좋은 공에 배트가 나가도록 연습 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래 스윙 플롯은 휴스턴 애스트로스 외야수인 조지 스프링거(George Springer)의 2019년 어떤 한 시합에서의 샘플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어떤 점을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자.

스윙 플롯 점도표 개요

보다시피 타자는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함으로써 투수의 피칭이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를 판별한다. 이 스윙 플롯은 스프링거가 타석에서 배트를 돌렸던 투구들의 궤적을 보여주고 있다. 도표 우측의 범례를 보면 스윙이 나간 투구의 구종이 어떤 것들이었는지를 알 수 있고, 인플레이된 타구의 경우 점 안에 타구속도가 표시되어 있다.

이러한 표시방법은 선수나 지도자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맞춤형으로 변형될 수 있다. 지금 보고 있는 방식은 일반적인 표준형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필자는 위의 형태가 완벽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지금 쓰고 있는 버젼일 뿐이다.)

피드백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

선수들이 훈련을 마친 다음날 아침에 바로 전날의 훈련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혹은 훈련이 끝난 뒤 즉시 피드백이 가능하다면 더 좋다. 어쨌건 선수가 다음 시합의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된다.

그리고, 이러한 피드백 정보를 전달해 주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먼저, 아주 공식적인 형태, 즉 이메일로 전달될 수도 있고, 라커룸에 들어섰을 때 자신의 의자 위에 출력물로 올려져 있을 수도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메시지 앱이나 톡을 통해 개인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다. 세번째는 지도자가 선수와 대화를 하는 방법이다.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지난 훈련의 결과물인 스윙 플롯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훈련 피드백 정보는 가능한 한 빨리 전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음 시합이 있을 때가 되어서야 알려준다면 그건 너무 늦다.

왜 피드백을 해야 되나?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성과를 끌어올리게 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피드백을 해 주는 것이다. 잘 구축된 피드백 프로세스가 있다면, 자신이 언제 잘 했는지, 언제 실수를 저질렀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 넛지(Nudge), 리차드 탈러(R. Thaler)

우리가 하려는 작업은 자가발전하며 노력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일이다. 타자는 자신이 스윙했던 공들 중에 어떤 것이 실제로 좋은 공이었는지. 또한 나쁜 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실수로 배트를 돌렸던 공은 또 어떤 것들이었는지에 대하여 잘 알아야 된다.

타자가 좋은 공을 골라내기 위해, 어떤 경로로 들어오는 공이 스트라이크이고 어떤 것이 볼인지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 존을 설정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숙제이다. (비디오 판독 역시 이 작업을 잘 해내지는 못한다. 단지, 피드백이 없는 것 보다 좀 낫다는 정도일 뿐이다.)

선수들에게 나쁜 공에는 절대 손 대지 말라고 말한다면, 반드시 시합 때마다 그 결과를 피드백 해 줘야 되는 것 아닌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 가장 훌륭한 사례는 2019년 신간도서 ‘MVP Machine’에 소개된 딜런 로손(Dillon Lawso)의 케이스다. 지금은 양키스의 타격 코디네이터인 로손은 미주리 대학 야구선수들에게 스윙 플롯의 개념을 설명하고 좋은 피드백을 해줬을 뿐만 아니라 매번 경기를 할 때 마다 재미있는 게임을 하듯이 PD지표들을 활용했다고 한다.

이 글에서 더 상세한 내용을 소개할 수는 없지만, 핵심은 로손이 타자들에게 그들이 배트를 돌렸던 구종을 정확히 알려주었고 적절한 피드백을 해 줬다는 부분이다. (내가 위에서 얘기했던 것과 대동소이하다.) 아래 인용구는 선수 입장에서의 의견이다.

“내가 배트를 돌린 그 투구의 로케이션이 어떠했는지, 구종은 어떤 것이었는지를 정확히 알려줄 수 있다는 점은 내게 너무나도 큰 도움이 되었다.” – 트레이 해리스 / MVP Machine

중요한 것은, 이 프로세스가 일단 시작되면, 선수와 지도자의 향후 훈련일정이 어떻게 흘러가든, 그 측정과 피드백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된다.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주간 또는 월간 단위로 리포트 양식을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 구종이나 로케이션에 따른 스윙 성향 같은 추가적인 정보도 자료에 넣으면 된다. 이런 리포트들은 해당 선수와 지도자는 물론이고 스카우터 등 관련된 야구인들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 – 항상 그런건 아니지만 – 나쁜 공에는 손대지 않는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말로만 떠든다면, 과연 자동적으로 그 목표가 달성될까? 물론 Plate Discipline의 체계적인 훈련과정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다른 많은 부분들이 있겠지만, 지금 얘기하는 이런 것들이 그런 훈련과정의 시작인 동시에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나는 제임스 클리어의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 나오는 아래 구절을 좋아한다,

“수퍼볼 3회 우승에 빛나는 빌 월시에 따르면 ‘점수는 저절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인생의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만약 좋을 결과를 바란다면, 목표를 설정하는 것 따위는 집어치워라. 당신의 프로세스에만 집중해라. 갑자기 무슨 얘길하냐고? 목표설정이 쓸데 없는 일이냐고? 물론 쓸데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목표(goals)란 것은 방향을 설정하는데에는 유용하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프로세스(system)이다. 만일 당신이 목표설정에만 대부분의 시간을 쏟아붓고, 이를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데 소홀하다면, 아마 수많은 문제점들이 정신 못차리도록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런 작은 시도들을 하나 둘씩 만들어나가는 작업은, 좋은 PD 지표 활용법과 선수들의 기량향상을 위한 역동적인 프로세스를 만들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주1)
Plate Discipline (PD) 지표 : 사전적인 의미는 ‘홈플레이트에서의 훈육’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세이버메트릭스의 주요 지표 중 하나이다. 특이한 점은 이 지표는 타율, OPS 등과 같이 단독으로 사용되는 지표가 아니라, 9개의 하위지표들로 이루어진 복합적인 지표라는 점이다. 최상위 지표라고도 할 수 있겠다. 본문에서는 타자의 활용법 위주로 소개되었지만 사실 이 지표는 투수와 타자 모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기본적인 개념은, 투수의 피칭은 스트라이크와 볼의 두가지로 구분하고, 타자의 스윙은 컨택된 경우와 헛스윙의 두가지로 분류한다. 이 조합들로 만들어 낸 하위지표들이 바로 아래의 항목들이다.
O-Swing% :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에 스윙을 한 횟수의 비율
Z-Swing% :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온 공에 스윙을 한 횟수의 비율
Swing% : 전체 투구수 중 스윙을 한 횟수의 비율
O-Contact% :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에 스윙을 하여 컨택이 된 횟수의 비율
Z-Contact% :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온 공에 스윙을 하여 컨택이 된 횟수의 비율
Contact% : 전체 스윙 중 컨택이 된 스윙의 비율
Zone% : 전체 투구수 중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투구수의 비율
F-Strike% : 타자수 대비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진 비율
SwStr% : 전체 투구수 중 헛스윙 유도 비율
한가지 생각해 볼 내용은 측정장비와 Plate Discipline과의 관계이다. PD지표에서 피칭을 스트라이크와 볼로 나누고 스윙을 컨택과 헛스윙으로 나누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문제가 하나 발생한다. 스윙을 구분하는 것은 헷갈릴 이유가 없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와 볼을 어떻게 구분할까? 정식시합이라면 심판이 있으니까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일상적인 훈련이라면 어떨까? 수도 없이 반복하는 피칭과 배팅 훈련에 있어서 PD지표를 적용해 볼라치면 팀에 붙박이 심판이라도 있어야 되는걸까?
여기서 측정장비의 임무가 하나 생겼다. 과거에는 없었던 Trackman, PITCHf/x와 같은 장비들이 이런 수고로움을 간단히 해결해 준다. 그래서 PD지표를 계산해 내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고, 그 때문에 본 포스팅과 같은 PD지표를 활용하는 다양한 훈련법들이 창안되는 계기가 되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야구도 그 영향을 분명히 받고 있다.

주2)
Measure What Matters : 저자는 존 도어. 어려운 의사결정을 해야 되는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목표설정과 관련한 혁신적인 방법론을 창안했다. 목표(Objectives)와 핵심결과(Key Results)를 엮어 OKRs 지표를 만들어 놀라운 성과를 끌어내는 것을 실리콘밸리에서의 성공비결로 제시한다. 출간 후 존 도어는 벤쳐투자업계의 워렌버핏으로 불리우며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주3)
Swing Plots : 스윙을 했을 때 그 투구의 궤적을 스트라이크존 내외부에 점으로 찍어 놓은 도표. 즉, 타자가 타격의지를 갖고 배트를 돌렸을 때 투수의 피칭이 어떤 종류의 것이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그래프이다. 따라서 나쁜 볼이라 생각하여 스윙이 나가지 않은 경우의 피칭은 그래프에 찍히지 않는다.

medium.com에 소개된 ‘Creating A System For Plate Discipline’을 저자의 허락을 받아 번역소개한 글입니다.

글 : 조슈아 로드리게스
번역 : 리팝

(원문기사 읽기)

Creating A System For Plate Discip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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