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을 잘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 (박광영, NC 다이노스)

행동을 하는 동시에 그 행동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타격이든 투구든 수비든 어떤 동작을 하던간에 그 동작이 끝난 이후에야 비로소 곱씹어볼 수 있다. 그렇기에 ‘피드백은 좋다’. 당장 이 글도 지인들의 피드백을 통해 필자가 놓친 부분을 채웠다.

그러나 나는 ‘피드백은 좋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물론 ‘피드백은 나쁘다’는 건 아니다. 이 글은 ‘피드백은 항상 좋기만 할까?’,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 ‘피드백은 좋다’는 막연하면서도 맹목적인 메시지에서 한 발 더 나가자는 것이다.

‘TMI(Too Much Information)’가 되지 않도록

우리는 눈에 들어오는 것들 모두에 관심을 주진 않는다. 사실, 관심 대상 한두 가지 외에는 거의 무시한다. 인간의 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유명한 영상이 있다.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농구공을 몇 번 패스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동안 우리는 고릴라 인형 옷을 입은 사람이 지나간 것, 뒤에 커튼 색깔이 바뀌는 것, 검은 옷을 입은 사람 한 명이 중간에 퇴장하는 등의 사건은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투수에 대한 피드백을 생각해 보자. 공을 얼마나 앞으로 뻗어서 던졌는지(‘익스텐션’), 디딤발이 고정되었는지,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한지, 몸이 일찍 열리지는 않았는지, 공의 구속과 움직임, 로케이션이 만족스러운지 등에 대해 피드백을 줄 수 있다. ‘랩소도’와 같은 휴대용 투구/타구 측정 장비가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사항들의 구체적인 수치까지도 피드백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투수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투수가 이 모든 것에 동시에 100% 신경을 쏟기는 어렵다. 모든 것을 피드백하려는 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어느 것에 대해서도 피드백을 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랩소도의 수치를 예로 들자면, 무브먼트와 회전효율은 둘 다 피드백해 줄 필요는 없고, 선수가 더 익숙한 단어를 선택하면 된다. 소중한 정보가 TMI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딱 하나만 찝어주세요” (임찬규, 노석기, 신동윤)

피드백의 수단과 주체는 과연 ‘정확’한가?

피드백에는 눈으로 하는 관찰, 영상, 데이터 등이 활용된다. 시각은 많은 사람들이 의존하는 감각이지만 완벽하지 않다. 사람의 눈은 60fps(초당 프레임 수)를 넘기기 쉽지 않다. ‘색안경을 끼고 본다’라는 표현도 괜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영상은 이를 보완해주고, 특히 서로 다른 장면을 비교할 때 자주 쓰인다. 그러나 영상은 영상대로 착오를 유발할 수 있다. 같은 위치와 각도에서 찍지 않은 영상은 같은 동작마저 다르게 보이게 한다. 언뜻 객관적으로 보이는 데이터도 예외가 아니다. 랩소도는 광학 기술에 의존하기에 측정 환경에 따라 오차와 오류가 발생하곤 한다.

주체는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나는 과연 이를 온전히 알고서 말하는가?’라는 자아성찰이 필요하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활용한다’란 탈을 쓰고서 “회전수가 많으니 좋은 공”이라는 단정적 표현을 하는 경우를 종종 듣는다. 그럴때마다 나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구종에 따라서 회전수가 낮은 것이 권장되기도 한다. 회전수보다는 공이 어느 축으로 회전하는지가 훨씬 중요한 경우가 많다. 피드백을 제공하는 사람은 ‘제대로 고민해보지 않고’, ‘그럴싸한 뇌피셜’을 말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선수들 앞에서 기꺼이 실수하는 코치 (제프 앨버트)

부작용은 없을까?

피드백은 무언가를 개선하려고 할 때 발생한다. 문제는 두더지 하나를 잡으려다가 다른 두더지가 튀어나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때다. 어떤 타자가 변화구 유인구에 헛스윙이 자주 나오므로 이를 고치자는 피드백을 접했다고 하자. 타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을 조금 더 오래 지켜보기로 했다. 실제로 변화구 유인구에 덜 끌려 나오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타자는 이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타이밍이 늦으며 밀려맞는 뜬공이 늘어났다. 특정 영역에 대해 피드백을 할 때는 다른 영역에 끼칠 영향은 없는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결국 사람 사이의 일이다.

모두가 안다. 피드백은 사람이 하는 일이며, 이성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에 토를 달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를 생각보다 자주 망각한다는 점이다. 개선할 점을 일일이 지적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때로는 개선할 정도를 약하게 전달하고, 때로는 침착하게 근거를 대며 설득하는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피드백을 주고받는 주체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상대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면 피드백의 효과는 반감되기 마련이고 심하면 반대 방향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상대의 성향까지 파악한다면 금상첨화다. 간단명료하게 전달받아야 이해하는 사람도 있고 구체적으로 전달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으며, 스스로 피드백에서 더 나아간 통찰을 얻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글 : 박광영
NC 다이노스 데이터팀 매니저.
‘근거가 뒷받침된 주장을 좋아합니다. 다른 근거가 나왔을 때 기존 주장을 보류하는 용기도 좋아합니다. 무엇을 놓치고 있는건 아닐지 스스로 의식하는 자세 또한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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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는 코치의 피드백을 절반도 기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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