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로 지시하라 (더그 레모프)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상당수의 학생은 교사에게 저항을 해서가 아니라 무능함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무능함이란 교사의 지시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딴생각을 하느라 듣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교사는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지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지시하라 기법의 주된 특징은 학생들의 책임감을 강화시킨다는 점이다. 또한 이 기법을 사용하면 저항과 무능함을 구별하게 해준다. 이 둘의 차이를 지속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은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에도 큰 영향력을 끼친다.
구체적으로 지시하라 기법은 말 그대로 교사가 학생들에게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해 주며 시작된다. 즉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교사들은 “장난치지 마라”, “산만하게 굴지 마라”, “그 행동은 적절치 못해” 등 대개 부정적인 말로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내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시는 모호하고 불분명할 뿐 아니라 효과적이지 못하다. 학생들로 하여금 교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추측하도록 강요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집중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먼저 학생이 집중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자문해 보자. “집중하라”는 지시 자체를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면 학생에게 어떠한 유용한 지침도 줄 수 없다.
교사의 주된 과업 하나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보다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하여 알려주는 편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는 것은 교사가 그 순간에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해준다.
교사는 학생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말하되 분명하며, 구체적이고, 순차적이며, 관찰가능한 형태로 해야 한다.
지시는 분명해야 한다. 최고의 효과를 이끌어내는 지시는 학생들이 명확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기술되며 관리 가능한 행동들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테면 단순히 집중하라고 하는 대신 교사와 눈을 마주쳐 달라고 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단지 분명하다고 해서를 이를 효과적인 지시라고 정의내릴 수는 없다. 지시에는 어떤 학생이라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만한 활동 내용이 구체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주의를 집중하라고 지시할 때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발을 책상 아래에 두라고 말한다면 이 지시를 오해하거나 어떻게 하는지 모를 학생은 없을 것이다.
혹시 학생이 약간의 혼동을 느끼는 것 같다면, 더 구체적으로 지시할 수도 있다.
“자, 여러분의 몸을 선생님과 마주보게 하세요. 다리를 책상 아래에 두세요. 의자를 안쪽으로 밀어넣어 주세요.”
이 지시에는 모호한 부분이 없고 이를 따르기 위해 필요한 기초 지식이나 기교가 필요하지도 않다. 이처럼 모호한 부분을 없애면 학생들이 교사의 지시를 더 잘 이해하고 따라서 더 잘 따른다.
또한 효과적인 지시라면 구체적이면서도 순차적으로 기술되어야 한다. 주의 집중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다음과 같이 충고할 수 있다.
“존, 먼저 두 발을 책상 아래에 두고, 손에 쥔 연필을 내려놓은 후에 선생님을 봐.”
어떤 경우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내가 칠판에 무언가를 쓴다는 것은 그 내용을 여러분들이 공책에 적어야 한다는 뜻이란다.”
학생이 지시에 따르는지 분명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찰 가능한 행동을 하게 하라.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가령 “집중하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말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 셈이므로, 학생은 이렇게 항변할 수 있다. “집중했었는데요.” 의식적이든 그렇지 않든 학생들은 이런 변명들을 악용할지도 모른다.
“집중해” 대신 “두 발을 책상 아래에 두고 손에 쥔 연필을 내려놓은 다음 선생님을 봐”라고 말한다면 교사는 학생이 지시에 따르고 있는지를 완벽하게 알 수 있다.
지시를 구체적으로 분명하게 내리면 저항과 무능함을 구별할 수 있다. 학생들이 교사의 지시를 의도적으로 잘못 해석할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학생이 지시에 따르기 않을 경우, 그 일을 할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하지 않는 것인지 아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무능함이 문제가 되는 경우를 살펴보자. 교사의 임무는 가르치는 것이다. 학생이 그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벌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 다시 말해 이해하지 못했거나 할 수 없다고 해서 벌을 내려선 안된다. 이는 학생과의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이며, 학생에게 무기력함을 느끼고 포기하게 만드는 셈이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무기력을 학습하게 된다. 기대하는 결과와 실제 결과가 다를 경우, 자기 자신의 선택과 나타나는 행동이 관계없다고 생각하게 되어 포기하는 과정이 발생한다.
반면 저항의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교사의 말을 듣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전례를 만들게 되고, 다른 학생들도 같은 행동을 하려 들 것이다.
교사가 권위를 놓아버리면,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지켜나가고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교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사는 무능함은 가르침으로, 저항은 처벌로 대응해야 한다. 현재 많은 교사들이 일상적으로 이 둘을 구별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그러나 무능함과 저항을 구별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지시하라 기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교실 문화를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구체적이고 분명하며 관찰 가능한 지시, 즉 따르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지시를 내리면 교사는 두 개념을 구별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대응할 수 있다.
학생들이 무능함 때문에 지시에 따르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거나 실패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최초의 지시를 훨씬 더 구체적으로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령 교사는 다음과 같이 할 수 있다. “바인더를 꺼내 숙제를 찾으세요 책상 한쪽에 바인더를 올려 놓으세요”라고 말했을 때 2명의 학생이 바인더를 꺼내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숙제를 찾지 못했다면, 교사는 두 학생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하면 된다.
“바인더를 열어서, 왼쪽 부분을 살펴보면 숙제가 있을 거야. 숙제를 꺼낸 다음 책상 위에 올려두렴. 그 다음에 바인더를 제자리에 두어야 해.”
구체적으로 안내함으로써 학생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상세하게 가르치는 것이다. 아마도 그 학생들은 바인더의 어느 쪽에 숙제가 있는지 몰랐고, 책상 한쪽에 숙제를 두라는 말인지 바인더를 두라는 말인지 확신이 없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교사는 또한 학생들의 책임감을 강화시켜야 한다. 최고의 교사들은 학생들을 아기처럼 다룰 때도 있지만 그들이 불응할 경우에는 흔들리지 않았다. 학생들이 저항하려 한다는 사실을 교사가 알고 있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했다. 최고의 교사들은 학생들의 작은 저항조차 확실하게 공개하기도 했다.
학생처장일 때 나는 지시를 무시하는 학생을 상담실로 보내려고 한 적이 있었다. 변덕스럽고 반항적인 그 학생은 상담실로 이동하라는 나의 요구를 거부한 채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모든 지시시항을 무시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모든 학생들이 나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나는 그녀의 책상으로 다가가 조용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크리스티나, 나를 따라오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크리스티나. 자리에서 일어나. 그리고 의자 옆에 서 있어.”
놀랍게도 크리스티나는 내 지시를 따랐다. “잘했어”라고 말하며 나는 연이어 말했다. “이제 나를 따라 문 쪽으로 가자.”
이후 나는 다양한 위기 상황에서 이 기법을 활용했고 그것이 가장 신뢰할 만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이 기법이 교사가 초조함을 느낄 만한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기법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알면, 교사로서의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에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다.
교육 전문가 더그 레모프의 『 최고의 교사는 어떻게 가르치는가』206~211쪽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