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프로 입단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한 대학 야구선수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감독님께서 그 선수를 불러 몸 상태가 어떤지를 물으셨습니다. 선수는 감독님의 질문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괜찮습니다.”라고 짧게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답했습니다. 선수는 감독님이 어떤 지시나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말을 건내실 줄 알았지만 감독님께서는 “그래? 뭐 다른 건 없고?” 하시며 선수가 말을 이어가기를 기다리셨습니다. 선수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당황스러웠지만 무언가 말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말할 거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둘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감독님은 “그래?” 하면서 맞장구를 쳐주실 뿐 특별히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말씀을 하지는 않으셨습니다. 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선수는 자신도 모르게 요즘 하고 있는 몇 가지 고민들을 털어놓게 되었습니다.

선수는 감독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나오며 알 수 없는 힘이 솟는 것을 느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훈련 계획을 짜서 몰입했습니다. 어쩐지 감독님이 보내주신 특별한 관심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노력이 결실을 맺었는지 이 선수는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가능성을 인정해준 한 프로구단의 선택으로 신고선수로 입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감독님께서 선수가 몸 상태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이런저런 충고와 지시만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면 선수는 별다른 마음의 출렁거림 없이 다시 운동장을 향해 걸어 나갔을 겁니다. 선수 자신도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열정과 에너지를 끌어올린 것은 “그래?” 라는 감독님의 관심이었습니다. 감독님께서 마련한 “그래?” 라는 뗏목을 타고 선수는 머리에서 가슴으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래?”
“그래서?”

선수가 코치의 질문에 답을 했을 때 이런 ‘브리징 커멘트bridging comment’로 자기 자신을 더 탐구할 기회를 주면 코치는 선수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실 선수가 답하는 처음 이야기들은 형식적인 멘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때 아래와 같은 브리징 커멘트들은 선수의 내면 깊숙히 숨어있는 열정과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마중물이 되어 줍니다.

선수를 보다 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브리징 커멘트

또 다른 것은 없니?
방금 말한 것에 대해 조금만 더 이야기해 줄래?
더 이야기해도 된다.
그거 재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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