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망치는 확실한 방법

겨우내 자신의 부족한 점들을 돌아보며 연습한 것들을 뽐낼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생각의 힘’을 이용해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갔다면 이제는 ‘아무 생각 없이’ 운동장으로 나가 펼쳐 보일 때입니다. .

 

경기를 망치는 확실한 방법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100미터 허들 결승전에서 미국의 롤로 존스Lolo Jones는 선두의 자리에서 가벼운 몸놀림으로 허들을 넘어 가고 있었다. 적어도 무언가가 잘못되기 전까지는.

처음에는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허들이 조금씩 빨리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그리고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엉성하게 기술을 구사해서는 안된다. 좀 더 힘있게 도약해야 한다.” 이러한 생각이 들자 갑자기 긴장이 느껴지며 몸에 많은 힘이 들어갔다. 결국 그녀는 아홉번째 허들을 건드리고 말았다. 존스는 일곱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결국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고 말았다.

신경과학자들에게 물어본다면 그들은 아마 만장일치로 똑같은 진단을 내렸을 것이다. 존스가 세부적인 기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 존스의 달리기는 그날을 위해 연습했던 운동 신경조직의 관할범위를 넘어서 버렸다.

두뇌에 관한 연구결과들은 시합중에 기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경기를 망치는 가장 확실한 비결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령 최고의 축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교통표지용 고깔을 일렬로 세워놓고 어느 발로 드리블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공을 몰게 했을 때 선수들은 많은 많은 실수를 범했다. 마찬가지로 야구선수들에게 배트를 위로 올려칠 것인지, 아래로 내려칠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스윙을 하게 했을 때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수많은 연습을 통해 신경조직에 깊이 새겨진, 뛰어난 선수들의 운동 피질motor cortex은 가만히 내버려둘 때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전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되면서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등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 우리 두뇌는 고민과 걱정에는 능하지만 운동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신경조직에 주도권을 넘겨주는 셈이다. 100미터 허들이든, 축구든, 야구든 분야를 막론하고 그것은 실패로 나아가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린 바 있는 릭 에버만Rick Aberman 코치는 “코치가 경기를 분석하고, 선수들이 다음에 해서는 안되는 것들만 말한다면 그건 선수들의 목을 조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다니엘 골먼 <포커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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