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험이 곧 야구이론이라 믿었던 시절을 지나 (변강득, 창원 베이스볼 클리닉 대표)

나는 성공한 야구선수는 아니었다. 나름 프로 구단에 지명도 받았고, 그곳에서 좋은 지도자와 동료선수들을 만나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즐겁게 운동을 했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일찍 선수생활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선수로서 성취를 이루지 못한 아쉬움은 나를 지도자의 길로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나의 선수 생활을 돌아보며 지도자가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해 보았다. 다른 무엇보다 나는 야구의 여러 기술적인 부분들을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고 운동을 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선수들이 자신이 하는 동작이나 기술을 이해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었다.

머리에서는 ‘왜?’ 입으로는 ‘예!’

​어린 시절 운동을 하며 궁금한 게 있어도 잘 물어보질 못했다. 그게 꼭 야구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것을 사회에 나와서 알게 되었지만 어찌 되었든 아직도 우리는 선수가 지도자에게 질문하는 것이 쉽지 않은 분위기이다. “왜?”라는 질문이 하고 싶었지만 입으로는 늘 “예!”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처음 중학교 코치를 맡게 되었을 때 아이들에게 “왜?”라는 의문을 가지고 꼭 질문하라고 했다.

​처음에는 질문하는 것을 낯설어 하던 아이들이 ‘정말 질문을 해도 되는구나’라는 안심을 가진 다음부터는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질문을 하는 것을 좋았지만 당황스럽게도 내가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아이들에게 답해주기 위해 투구 메커니즘에 대한 이론과 사례들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공부한 것을 설명해 주고는 아이들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한 번 더 체크했다.

코치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나의 경험이 곧 야구이론이라고 착각했던 시절

​처음에는 내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가 곧 야구 이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와는 체형도 다르고 파워와 유연성도 다른 아이들에게 내가 경험한 자세와 방법을 알려주니 맞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도를 하다 보면 내가 볼 때 상당히 괜찮은 자세인데도 힘을 못 쓰는 선수들이 있었다. 코치로서 정말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런 경험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피칭동작을 하며 구체적으로 어느 단계에서 어느 신체부위에 힘을 주어야 하는지, 강한 꼬임을 만들기 위해서 어느 순간 어떻게 힘이 들어가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 선수 스스로 알고 하는 것과 코치가 시켜서 자세만 따라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경험을 이론과 결합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나의 철학을 선수지도에 고스란히 반영할 수 있는 아카데미를 준비하면서 여러 야구 관련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어나갔다. 《놀란 라이언의 피처스 바이블》, 《손혁의 투수 멘탈 코칭》, 《마에다 켄의 투구 메커니즘》 등의 책들이 기억에 남는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그 분들의 말씀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고민이 되는 순간들도 많았다.

​《손혁의 투수 멘탈 코칭》에는 ‘이해하고 연습 하자’라는 목차가 있다. 선수가 이해를 하지 못했는데 ‘예’라고 답하는 것은 선수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손혁 코치가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선수들, 특히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며 이 대목을 늘 마음에 담으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이 습관적으로 ‘예’라고 말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려고 애를 쓴다.

“자신의 투구폼에 대해 설명하라” (손혁)

스페인에서 축구 지도자 생활을 하고 온 조세민 코치님이 쓴 《그들은 왜 이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가》도 인상 깊었던 책이다. 최고의 유소년 축구클럽이 선수들을 어떻게 지도하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그 책을 계기로 지도법을 소개하는 책을 집중 해서 읽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잘 가르쳐주기 위해 어떤 말과 동작을 사용해야 하는지, 표정을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지 등을 배우는 과정이 재미있으면서도 신선했다. 시스템과 환경까지 선수지도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이론만 섭렵 한다고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배움을 위해 당일치기로 서울을 오가는 노력

​야구코칭에 대해 특정 주제를 가지고 지도자와 선수, 학부모가 함께 토론하는 모임에도 여러 차례 참석하며 지도자로서의 견문을 넓히고자 노력했다. 그런 자리에서 다른 코치님들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때로는 선수들과 학부모님의 생각까지 한 번에 들을 수 있어서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창원에서 당일치기로 서울을 오가며 배우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우리야구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코치라운드 사이트를 통해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코치라운드 사이트는 카테고리별로 내가 필요한 것들을 찾아보기가 좋았다. 나는 그곳에서 유소년선수 지도에 관한 글을 주로 찾아보았다. 비록 다른 종목이지만 야구보다 세계적인 규모가 크고 나름대로 체계적인 유소년 축구 인프라와 지도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내가 하는 지도에 적용할 아이디어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최근에는 유튜브에 업데이트되는 여러 지도자들의 이야기와 코칭방식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해하는 스타일이 서로 다른 선수들을 위해 다양한 맞춤형 설명을 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요즘은 테크닉보다 멘탈적인 부분에서 힘들어 하는 선수들이 더 많다. 아무리 140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져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심리적 안정감은 훌륭한 선수로 발돋움하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고차원적인 기술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심리학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선수와 지도자의 꾸준하고 원활한 소통과 공감은 선수들의 심리적 문제를 예방하는 최고의 백신이라 믿기 때문이다. 앞으로 지도자는 이렇게 선수들의 테크닉뿐만 아니라 멘탈까지 케어하고 트레이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카데미를 오픈하며 야구 클리닉(BASEBALL CLINIC)이라 이름붙인 이유이기도 하다.

​글 : 변강득
창원 베이스볼 클리닉 대표.
용마고-기아 타이거즈 NC다이노스.
“질문의 크기가 삶의 크기를 결정한다. 생각의 차이가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좌우명으로 유소년 투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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