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훈련은 무조건 많이 할수록 좋을까? – 청구초 손용근 감독님 인터뷰 03 –
Q 아이들에게 야구 이외에 특별히 강조하시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A 우선 아이들이 운동한다는 특성을 내세우지 못하게 교실에서는 일반학생들처럼 똑같이 행동하도록 지도합니다.우선 어른을 보면 무조건 인사하라고 가르칩니다. 인사만 잘 해도 야구부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집니다. 선생님들이 ‘이 녀석들 좀 다르네’ 하는 생각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어른들이 보이면 무조건 인사를 하라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교실에서는 튀는 행동을 못하게 합니다.우리 학교에서는 유니폼을 입은 채로 교실에 들어가지 못합니다.야구부라고 티내지 말고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학교 생활을 하라고 말해줍니다. 다른 아이들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당연하구요. 야구는 못해도 혼나지 않지만 학교생활이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규칙을 어긴 것은 굉장히 혼을 냅니다.
Q 감독님께서는 아이들을 오래 붙잡고 훈련시키는 것이 별로 효과가 없다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A 문화적인 차이도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빨리 결과를 보려고 합니다. 미국같은 경우만 해도 훈련시간을 정해놓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똑같은 훈련시간 동안 연습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죠. 다른 학교에서 전지훈련을 간다고 하면, 우리도 가야합니다. 다른 학교에서 연습을 3시간 하면 우리 학교는 6시간 동안 훈련을 해야 합니다. 훈련은 일단 많이 하면 할 수록 좋다는 인식이 있어요.
수업도 유명무실합니다. 외국은 수업받는 아이와 야구하는 아이는 동등한 학생으로 취급하지만, 우리는 무늬만 학생입니다. 공부는 필요없고 야구 열심히 해서 이름 날리는 것이 목적이죠. 그래서 성적을 못내면 감독들도 수시로 바뀝니다. 일본 같은 경우는 물론 예외도 있지만 거의 자원봉사하는 개념입니다. 더구나 유소년 지도자들은 대개 학부형들입니다. 우리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는 대회마다 무조건 이기고 성적을 내야 합니다.
100%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미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는 성적보다도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관심을 둡니다. 우리는 성적을 내지 못하면 지도자들이 해고당합니다. 아이의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것에 맞게 실천하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팀마다 사정이 다 있구요. 중학교 같은 경우는 3학년 위주로 게임을 하게 되는데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아이들도 진학을 시켜야 하는 등 지도자로서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또 옛날같지 않아서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 너무 쉬워졌잖아요. 전화 한통이면 민원을 낼 수 있으니까 감독들이 굉장히 조심하게 됩니다. 학교에 민원이 들어오게 되면 그 학교는 정말 시끄럽습니다. 교장이나 담당 선생님들이 전전긍긍하시죠. 그래서 학교에서는 운동부에게 제발 조용히, 안전하게, 사고 안나게 해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감독들도 그런 눈치를 보느라 함부로 하지를 못합니다. 항상 장단점이 있습니다. 감독들도 학부모님들의 마음을 알지만 적절하게 응대를 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Q 진학때문에 일선 지도자분들이 많이 힘들어하시는데요..
A 부모님들도 인식을 조금 바꿔야 합니다. 감독들을 자녀 진학을 위한 브로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반 학생들의 부모님들이 학원이나 학교 선생님들에게 명문고 못보냈다고 따지거나 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야구부에서는 원하는 학교를 못가게 되면 지도자들하고 싸우고 민원을 넣으시곤 합니다. ‘우리 아이보다 못하는 저 아이는 어떻게 저 학교에 갔느냐?’ 하시면서 별 얘기가 다 나옵니다. 고등학교 교사가 어떤 아이를 서울대학교에 못보내면 그 교사가 해고되나요? 그렇지 않잖아요? 하지만 운동부는 그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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