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함께 모여 만드는 것

기회는 함께 모여 만드는 것

[야구친구] http://www.yachin.co.kr/w/73/62

매년 1월 미국의 야구지도자들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올해는 5700여명의 프로와 아마츄어 지도자들이 내슈빌에 모여 축제와 같은 나눔의 시간을 가졌고 내년 1월에는 애너하임으로 몰려들 예정이다.

내년 컨벤션에는 다음과 같은 분들이 무대에 오른다. 작년부터 샌디에고 파드레스를 이끌고 있는 앤디 그린Andy Green 감독이 자신의 ‘감독론’을 이야기한다. 뉴욕 메츠의 트레이닝 파트에 참여하고 있는 유명 트레이너 마이크 바위스Mike Barwis씨는 자신이 정리한 ‘야구선수를 위한 통합적인holistic 트레이닝 방법론’을 소개한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퍼포먼스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스티브 스프링거Steve Springer씨는 ‘타격슬럼프에 빠진 선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방법’이라는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주제로 자신의 견해를 나눌 예정이다.

프로팀의 지도자들 뿐만 아니라 이보다 훨씬 많은 아마츄어 지도자들도 당당하게 강사로 나선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감독, 코치들이 다양한 주제로 청중과 만난다. ‘야구를 통해 삶의 챔피언으로 성장시키는 법’, ‘더블플레이 훈련법’, ‘도루를 막기 위한 수비시스템’ 등 기술적인 내용과 철학적인 내용을 모두 망라한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내년의 컨벤션 스케쥴에서는 뜻밖의 이름도 한명 발견할 수 있다. 롯데 자이언츠 윤영진 트레이닝 코치가 강사로 무대에 서는 것이다. 일정표에는 미국의 여러 대학 코치들과 함께 트레이닝 기법을 주제로 대담을 하는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우리나라 코치의 이야기를 바다 건너 미국의 무대를 통해 접해야 하는 현실이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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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야구지도자들이 연공서열의 권위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자신의 코칭철학과 지도방법을 흔쾌히 나누는 자리를 꿈꿔본다. 올 한해 판타스틱4 투수진을 성공적으로 이끈 한용덕 코치가 미소를 머금으며 마운드로 뛰어나와 투수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듣고 싶다. 경기 중에 선수들에게 특별한 지시를 내리지 않는 고양 다이노스 이도형 코치의 접근법에 대해 다른 코치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글로벌 선진학교 감독으로 운동과 공부를 함께 하는 고교야구팀을 이끌고 있는 ‘풍운아’ 최향남 감독의 생각도 듣고 싶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한야구협회에서 주관하는 공식적인 지도자 육성/보수 교육과정이 없다. 그나마 지도자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 왔던 베이스볼 아카데미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작년에 문을 닫고 말았다.

여러 다양한 틀(機)들이 모인(會) 상황을 우리는 기회(機會)라고도 부른다. 모두가 ‘위기’라고 하는 지금의 야구계에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것, 그것은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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