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

“나는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

(야구친구 http://www.yachin.co.kr/w/73/33)

“당신이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투자의 대가인 워렌 버핏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투자와 관련한 이런저런 일들을 말하리라 예상했던 사람들은 워렌 버핏으로부터 뜻밖의 대답을 듣게 되었다.

“더이상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을 일하게 만드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그의 투자회사인 버크셔 헤서웨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기에 생계를 위해서 굳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끌어내기 위한 동기부여가 워렌 버핏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워렌버핏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자신의 책 <드라이브>를 통해 동기부여의 관점이 변화되고 있는 흐름을 설명한다. 그는 ‘보상과 처벌’을 주된 동기부여의 도구로 사용하는 ‘동기2.0’의 시대에서 오늘의 나를 어제보다 나은 존재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내적동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동기3.0’의 시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스포츠 코칭의 세계, 특히 유소년 선수의 육성과 관련하여 시시하는 바가 크다.

다니엘 핑크

‘동기2.0’에서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자유가 주어지면 일을 회피하는 존재로 본다. 그러기에 적절히 보상과 처벌을 사용해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다. 아직도 야구지도 현장에서는 ‘동기2.0’의 맥락이 코치와 선수 사이를 지배하고 있다. 경기를 이기면 하루를 쉬게 해준다고 약속을 한다든지, 삼진을 당하면 밤늦게까지 배팅연습을 한다든지, 경기에서 지면 경기장에서 학교까지 뛰어가는 등의 모습이 여전히 유용한 지도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동기3.0’에서는 인간을 오히려 자발적인 책임감을 원하며 외적인 보상이나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도 성장을 갈망하는 존재로 바라본다.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면 자신만의 가치와 목적을 위해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가정한다. 보상이나 처벌과 같은 외부의 자극은 잠깐 효과를 발휘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여긴다. 교육심리학자인 알피 콘 박사는 보상과 처벌이라는 외적 동기에 의존하는 훈육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고 말한다.

시즌 초부터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정의윤 선수야 말로 ‘동기3.0’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여겨진다. 전 소속팀에서 정의윤 선수는 다음 타석을 보장받지 못하는 선수였다.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다른 선수로 교체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타석에 들어섰다고 전해진다. 그런 두려움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는 없었다. 하지만 SK로 이적을 하며 그는 충분한 타격 기회를 보장받기 시작했다.

“지금은 내일이 있다. 다음 타석도 있다. 그러니까, 야구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번 타석에서 뭐가 안되면, 다음 타석에는 이를 고쳐야지 하고 고민하게 된다. 어제도 삼진당한 장면을 계속해서 다시 보기로 살펴봤다. 뭐가 문제였는지, 그럼 내일은 가서 이렇게 해봐야지 생각하고 적용할 수 있다”

마음의 안정을 바탕으로 정의윤 선수는 성장을 위한 탐구작업을 할 수 있었다. 교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마음의 공간에 야구선수로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

*정의윤 선수의 인터뷰 내용은 경향신문 이용균 기자님의 2015년 9월 21일 기사인 ‘베이스볼 라운지, 정의윤의 ‘내일이 있는 야구’’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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