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때?”
선수의 잠재력을 깨우는 코치의 질문
#1 “너는 어때?”
지난 봄 NBA 경기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3점 뒤지고 10초가 남은 상황에서 샌안토니오의 포포비치 감독이 선수들에게 말을 합니다. 그러더니 노장 던컨이 이어받아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패턴 플레이에 대해 아이디어를 주고 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둘의 대화가 몇 차례 이어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작전을 코치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이 우리나라에 와서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할 때, 한 선수에게 다가가 “넌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때 그 선수는 슈틸리케 감독을 외계인 보듯 쳐다봤다고 하더군요. 코치가 자신의 의견을 묻는 경험 자체가 생소했던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쭉 코치가 시키는대로만 움직여 왔으니까요.
고양 다이노스의 이도형 배터리코치는 “너는 어때?”라는 질문이 코치와 선수를 ‘연결시켜준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 준다는 느낌이 코치에 대한 믿음을 불러 일으키고, 그러한 믿음이 코치의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하는 선순환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코치는 선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야 한다’는 편견이 물어보는 것에 무의식적으로 저항하게 만들고, 코치와 선수간의 소통을 방해하고 있다며 이도형코치는 안타까워 합니다.
코치가 경기나 훈련에 몰입하다 보면 작전이나 전술, 동작 등과 관련한 ‘해야할 것들’에 자연스럽게 몰입이 됩니다. 그러다보면 그것을 실제 실행하는 선수의 상태에 대해서는 둔해지기 쉽습니다. 선수 역시 코치의 지시에 마음이 제한됩니다. ‘실수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으로 몸과 마음이 긴장하게 되고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올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듭니다. 반면 어떤 작전이나 훈련의 과정에 자신이 직접 참여한 선수는 코치의 기대에 맞추려는 노력을 상대적으로 덜하게 됩니다. 오히려 자신의 기대에 맞추고자 하기 때문에 설령 실수를 하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려는 뜻을 자발적으로 일으킵니다.
마이클 조던 등 숱한 농구스타를 길러낸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명장 딘 스미스 감독은 고교시절 자신을 지도해준 코치를 회상하며 선수의 의견을 묻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해 줍니다.
“코치님과 이야기를 나누면 전 언제나 가치있는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실수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죠. 코치님은 아주 사소한 결정에도 저의 의견을 묻곤 했습니다. 저는 선수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결코 나쁜 일이 아님을 코치님으로부터 배웠습니다. 저도 그 가르침대로 하고 있지요.”
(슈틸리케 감독님의 일화는 FC바르셀로나 한국총괄디렉터인 조세민 코치님의 블로그에서 옮겨온 내용입니다. 딘 스미스 감독님의 말씀은 Jim Thompson의 책 <Double Goal Coach>에서 인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