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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의 파트너문화 실험

며칠 전 넥센 히어로즈의 이장석 사장은 2016년 신인 선수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 행사에서 인상적인 멘트를 남겼다.

“부당한 명령이나 지시가 있다면 거부해라. 자신이 가진 야구 체계를 상의 없이 무조건 바꾸라고 요구하는 지도자가 있다면 따르지 말라” (일간스포츠 서지영 기자의 2015년 11월 16일 기사)

이는 수직적 위계질서에 기반한 전통적인 ‘지배문화Power over’에서 수평적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파트너문화Power with’로 팀운영의 기본틀을 전환하겠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지배문화Power over’, ‘파트너문화Power with’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구분해 소개한 사람은 100년 전의 조직이론가 매리 파커 폴렛Mary Parker Follett이었다. 현대 경영학의 구루인 피터 드러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져 있는 그녀가 제시한 두 문화의 차이는 야구팀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에 빗대서도 설명할 수 있다.

지배문화에서는 코치가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한다. 고참 선수는 후배 선수에 대해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다. 지배문화를 움직이는 연료는 ‘두려움’이다. 선수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면 혼이 나거나 불이익을 받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길들여진다. 반면 파트너문화에서 코치는 선수의 성장에 ‘참여’하는 동반자가 된다. 신뢰를 기반으로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다.

어릴 때부터 지배문화 속에서 코치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는데 익숙해진 선수는 의존적인 사고틀이 자리잡게 된다. 자신의 기술과 동작, 몸의 느낌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기 보다는 ‘코치가 고쳐주겠지’ 하는 수동적인 태도에 습관적으로 머무른다. 하지만 자기표현이 자유로운 파트너문화에서 자라난 선수는 코치나 부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다양한 동작과 기술에 도전하며 스스로 성장해 나간다. 처음에는 지배문화의 선수가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혀 성장이 멈춘다. 시간이 흐를수록 파트너문화의 선수는 잠재력을 무한대로 드러내기 시작한다.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와 유소년축구 세계대회에서는 종종 우승도 차지하지만 그러한 경쟁력이 성인대표팀까지 이어지지 않는 문제에 대한 힌트를 이 지점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배문화에서는 지위가 곧 자신이 가진 능력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무언가 배우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기 쉽다. 그래서 과거에 경험한 지도방식만을 고집한다. “다 그렇게 운동해 왔습니다. 야구 해 봤어요?” 이렇게 늘상 자신이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굉장한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이에 반해 파트너문화에서 코치는 다른 사람의 의견, 심지어는 선수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런가요? 한번 해봐야 겠네요.”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물어보는 것이야말로 코치로서의 책임이라고 여긴다.

프로구단의 최고책임자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지배문화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기존의 문화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코치들과 충분한 교감이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이장석 사장이 말한 ‘따르지 말라’고 한 지도자 역시 앞으로 파트너문화의 한 축이 될 소중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넥센의 실험이 씨앗이 되어 야구계 전반으로, 특히 리틀야구와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널리 퍼져 나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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