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행복한 사람으로 커야 해요”
저는 운동선수나 코치를 ‘몸으로 과학하는 사람들’ 이라고 떠들고 다니곤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뷔트리히 교수님 말씀이 과학 이야기가 아니라 스포츠 이야기로 들리네요. ‘반드시’ 보다는 ‘어쩌다 보니’가 조금더 과학적 사고방식에 어울리는 마인드셋 같습니다. 그래야 실수와 실패로 가득차 있는 선수와 코치의 길 속에서 지치지 않을테니까요.
“제가 과학자가 된 것도 다 운동을 더 잘하려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겁니다. (웃음). 믿기 힘들겠지만 실제로 그래요. 기록을 더 향상하고 싶었고, 그래서 ‘내 몸’에 대해 직접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어쩌다 보니 노벨상까지 받게 됐네요. (웃음)”
‘과연, 어떻게 하면 내 몸 안에 산소를 더 많이 공급할 수 있을까? 그래야 기록이 나아질 텐데….’ 늘 그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체내 산소 운반’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바로 ‘헤모글로빈’이었죠. 저의 운동 실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였기에, 당연히 제 피를 뽑아 ‘헤모글로빈’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했더니,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져 있더라고요. (웃음)
한국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똑똑하고 근면하며 결정적으로 성실합니다. 그런데 때론 그것이 문제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10살짜리 어린이가 자정까지 ‘성실하게’ 사교육에 시달리는 것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호기심은 과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인데, 한국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사교육에 시달려 스스로 호기심을 개발할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시키는 것은 잘하는데, 시키지 않은 것 즉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은 어색해합니다. 어려워하기 전에 어색해합니다. 경험해본 적조차 없다는 거죠. 노벨상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발견해낸 것에 대한 격려’입니다. 학생들은 진로에 대해선 앞선 세대, 특히 부모님 말씀은 너무 맹목적으로 따라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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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노벨상 집착은 한국 과학계의 비극”…’노벨화학상’ 뷔트히리 교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