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의식하고 플레이한다

 

야쿠르트 스왈로즈팀의 탈이론야구를 소개하는 기사의 마지막 꼭지입니다. (출처 : Numberweb)

병살을 빼앗은 숫자도 12개 구단 최다

그리고 또 하나. 야쿠르트가 시즌 성적으로 12개 구단 중 최고를 자랑하는 숫자가 있다. 바로 수비에서 병살을 만든 횟수다. 이와 관련해서도 역시 미키 수비코치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다.

“야구에서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미신같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무사에 볼넷을 내주거나, 2사 후에 안타를 맞으면 점수를 주게 된다는 것 등인데요.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는데, 더블플레이를 실패했을 때 남은 주자가 홈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블플레이를 완벽하게 해내는데 보다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더블플레이를 충실히 해내는 팀이 강한 팀이라고 캠프 때부터 마음을 먹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더블플레이가 실패하면 점수를 주게 된다고 머리에 넣어 두는 것입니다. 까짓거 아웃 하나 더 잡으면 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야구에는 그런 미신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점을 분명히 의식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더블플레이를 의식함으로써 공격에도 효과가 생긴다.

‘더블플레이는 무조건 성공시킨다’는 의식의 철저함이 공격에도 놀랄만한 효과를 발휘했다. 타자가 더블플레이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게 된 것이다. 3차전 6회말 무사 만루에서 병살타를 친 유헤이나, 4차전 1회말 무사 만루에서 병살타를 친 발렌틴도 비록 아웃은 됐지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뛰었다.

오비키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올 시즌 수비에서 더블플레이가 잘되고 있는 것은 저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공격할 때도 더블플레이를 피한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다들 더블플레이를 막아보려고 했습니다. 범타가 나와 아쉬워도 일단은 열심히 달립니다. 그렇게 해서 살아남으면 도루도 할 수 있고 안타로 1점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미키 코치가 그런 부분을 미팅에서 말씀하시고 선수들도 철저히 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숫자로 표시되지는 않지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2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지키고 있는 선수들은 모두 느낍니다. 더블 플레이를 완성하지 못하면 ‘아! 주자가 남았네.’ 하는 찝찝한 기분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후에 실점한 상황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웃카운트 하나는 잡았으니 에러로는 기록되지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이라고 할 수 있죠. 뼈아픈 실점이 될 수 있습니다.”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더블플레이를 철저히 의식하는 것. 그것은 아마 많은 구단에서 그동안 취하지 않았던 야쿠르트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일 것이다.

발렌틴이 1루로 전력 질주하는 의미

미키 코치는 분명히 의식하고 플레이하는 것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전한다.

“성공이나 실패는 선수의 수준에 따라, 또 상대방이나 상황, 그리고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의식을 갖고 플레이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무엇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지 분명히 의식하고 경기에 임할 수 있습니다. 그 플레이가 성공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의식한 것을 절대로 놓지 않는다는 점을 지난 1년간의 가장 중요한 테마로 삼았습니다.

CS 파이널 스테이지 4차전. 양팀의 더블플레이는 하나씩. 야쿠르트는 앞서 말한 발렌틴이 범했고, 요미우리는 1점을 쫓아간 7회초 1사 1,2루 절호의 찬스에서 아베 신노스케가 투수 땅볼 병살타를 치며 범하고 말았다. 1루에 도달한 시간은 발렌틴이 4.64초, 아베가 4.94초. 이 차이가 알려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아베가 나빴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발렌틴이 필사적으로 팀이 추구하는 테마를 철저히 의식한 것이 야쿠르트의 시즌을 상징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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