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삶을 돌보는 지도자

이번 주 야구친구 칼럼은 한화 2군에 관한 기사를 접하고 떠오른 생각들로 적어봤습니다.

선수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삶을 돌보는 지도자

[야구친구] http://www.yachin.co.kr/w/73/61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에 오르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는 ‘밤비노의 저주’라는 미신을 깨뜨린 테리 프랑코나 감독이 있다. 그는 선수들과 함께 카드를 칠 정도로 허물없이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지난 2014년 같은 지역의 풋볼팀인 클리블랜드 브라운스 감독인 마이크 패틴과의 대담 행사에서 선수 개인에 대해 충분히 알려고 하는 태도가 지도자의 주요한 덕목임을 강조했다. 선수도 사람이고 사람은 저마다 다른 특성이 있기에 선수가 자신의 삶 속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선수가 지도자로부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적절한 동기부여와 코칭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그는 코치들이 자신을 여러 방면에서 돌보고 있다는 것을 선수가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전한다. 지도자는 경기장 안에서 많은 것들을 선수에게 요구하기 때문에 경기장 밖에서 선수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프랑코나 감독과 함께 보스턴에서 영광의 시간을 보내고 올해는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놓고 다투게 된 시카고 컵스의 존 레스터 선수는 프랑코나 감독이 선수들에게 보내는 인간적인 관심이 경기력을 유지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는 점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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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사람human이에요. 선수들 모두 경기장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에 충실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개인적인 삶도 있고 가족도 있습니다. ‘티토'(프랑코나 감독의 애칭)는 그런 점을 잘 이해해 주시죠. 때로는 팀을 벗어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할 때가 있어요. 주변에 무슨 일이 있으면 저희도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치죠. ‘감독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두려움 없이 일을 볼 수 있는 것은 선수에게 무척 중요합니다.”

워싱턴 내셔널스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 역시 선수의 경기력 뿐만 아니라 삶 자체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베이커 감독이 그런 태도를 가지게 된 배경에는 고등학교 시절 농구팀의 감독이었던 엘리 맥컬러Eli McCullough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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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이혼으로 방황하던 고등학교 시절, 베이커 감독에게는 스포츠가 마음의 울분을 토해내는 일종의 해방구였다. 당시 20대 후반의 젊은 지도자였던 맥컬러 선생님은 베이커 감독에게 아버지와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는 늘 가슴을 열고 제자의 아픔에 공감해 주었다. 경기장에서 베이커 감독이 슛을 계속 실패하거나 형편없는 플레이를 반복하면 경기 외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러면 베이커 감독은 집에서 벌어진 일,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을 맥컬러 코치에게 털어놓으며 힘든 시기를 헤쳐나가곤 했다.

이는 베이커 감독이 야구감독을 하며 줄곧 실천하고 있는 습관이 되었다. 선수를 보다 깊이 알려고 노력하는 것. 경기장 안팎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는 것. 조금 더 선수를 알기 위해 먼저 말을 건네는 것 등이다.

“선수가 감독을 좋아하면 선수는 그냥 경기장에 나가서 자신의 플레이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감독에게 뭔가 불편하게 있으면 머릿속에 자꾸 그런 생각들이 맴돌게 됩니다. 원래 하던 대로 경기를 할 수가 없어집니다. ‘티토’는 편안하게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분입니다.”

역시 프랑코나 감독과 함께 보스턴에서 시간을 보낸 LA 다저스의 애드리안 곤잘레스 선수는 선수에 대한 감독의 태도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 외박을 못나가게 막는 등의 수많은 규칙과 CCTV를 이용한 감시로 선수의 몸은 통제할 수는 있겠지만 선수의 내면에 떠오르는 혼란스러운 마음은 무엇으로 잡을 수 있겠는가?

ps.
이 글은 Trustbuildingleadership 사이트(trustbuildingleadership.wordpress.com)의 FACES OF TRUSTBUILDING LEADERSHIP: TERRY FRANCONA, MANAGER, BOSTON RED SOX 에 소개된 선수들의 인터뷰를 인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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