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의 감각인지를 풍요롭게 해줄 훈련 환경을 만들어라” (란츠 휠러, 느낌중심 피칭훈련 3)

란츠 휠러 코치의 느낌중심 피칭훈련 시리즈의 마지막 단락입니다. 3인칭 시점 설명이 어색해서 1인칭 시점으로 바꿨습니다.


제가 그동안 저질렀던 두 개의 큰 실수를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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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근본 원인cause보다 드러난 증상symptom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가장 좋은 예는 인버티드 Winverted W 자세입니다. 실제로 인버티드W는 열에 아홉 팔의 부상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하지만 코치생활 초기에 저는 이 자세를 고치려고 무던히 애를 썼습니다. 많은 코치와 선수들이 이렇게 드러난 증상에 초점을 맞춥니다. 팔동작을 고치려고 무척 노력하지만 이내 다시 원래의 폼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그리고 설령 연습 때는 고쳐진 듯 싶다가도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도루묵이 됩니다. 저는 그 문제에 대한 답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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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예는 앞서 보여드렸던 선수의 케이스입니다. 다리 동작을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변화는 엉덩이 부근의 움직임을 바꿔주자 나타났습니다. 신체의 중심부는 다른 모든 부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사실은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법을 배운다면 자세나 메카닉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메카닉이라는 말을 언급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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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여드리려는 영상을 폴 나이먼에게 보낸 적이 있습니다. 폴은 “모든 작용에 대해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인 반작용이 존재한다. 몸은 반대의 움직임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 몸은 균형을 원한다.”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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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쇼와 파벨본의 투구동작을 한번 보시죠. 앞발과 팔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한번 보세요. 투구동작을 위해 몸이 스스로를 조직하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글러브를 뺄 때 앞발을 조금 더 뻗게 됩니다. 커쇼처럼 수직으로 서는 자세를 무너뜨리는 선수는 처음에 자세를 낮추고 앞으로 뻗게 됩니다. 몸은 조화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로이 오스왈트 선수도 한번 보시죠. 몸이 열리기 시작할 때 앞발과 앞무릎의 움직임을 보세요. 거의 정확한 타이밍에 팔이 굽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저의 생각을 완전히 바꾼 포인트가 숨어있습니다.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들어섰다고나 할까요? 제가 끊임없이 찾아 헤맸던 답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모든 길은 몸의 중심부를 통한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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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코치 시절 선수들을 가르칠 때 제 딸아이가 옆에서 노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번은 아이가 허리쪽에 튜브로 묶고 썰매를 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쿵! 소리가 나서 보니까 아이가 벽에 부딪혀 쓰러져 있었습니다. 제 심장은 쿵쾅쿵쾅 뛰었고 “오. 맙소사. 우리 딸 죽은 거 아니야?” 하면서 달려갔습니다. 그 순간 투수코치가 저에게 달려와 말했습니다. “와! 이건 투수들한테 딱인데요?”

그 후로 우리는 바로 실천에 옮겼습니다. 나는 레슨을 취소하고 바로 차를 타고 월마트로 갔습니다. 튼튼한 멜빵을 한 박스 샀습니다. 9년에 걸쳐 저의 와이프는 11개의 재봉틀을 바꿔야 했습니다.

왜 대부분의 투수들이 구속을 늘리지 못하는가에 대해 제가 발견한 내용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반더빌트 대학에서 신경학 디렉터로 계신 실즈 박사의 말씀이 매우 중요합니다. 복잡한 개념을 저와 같은 수준의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심플하게 설명해 주시는 분입니다.

“많은 선수들이 엉덩이의 움직임과 관련하여 고유수용성감각proprioception 내지는 운동적 인식기능kinesthetic awareness이 발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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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중심부가 왜 중요할까요?

첫째, 야구는 회전운동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엉덩이가 운동을 컨트롤하기 때문입니다.

중심부가 없다면 걸을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걸음을 옮길 때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것은 다리가 아닙니다. 엉덩이가 앞으로 움직이며 다리를 움직이도록 압박합니다.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작용입니다.

또 중심부는 방향을 컨트롤합니다. 가속과 감속을 컨트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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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종종 놓치는 포인트 중 하나는 상체와 하체 사이의 융합입니다. 팔을 단련해야 한다고들 합니다. 또 하체를 사용해야 한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지면에서 아무리 큰 힘을 발생시켜도 제대로 팔로 연결시킬 수 없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팔 힘이 아무리 강해도 지면에서 올라오는 힘을 전달받아 에너지로 사용할 수 없다면 역시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팔의 힘보다 팔의 스피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팔의 스피드가 마운드에서의 구속 증가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팔의 힘은 반드시 구속 증가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야구에서 중심부의 중요성은 마치 돈을 버는 것보다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와 통합니다.

키네틱 체인kinetic chain에서 엉덩이가 먼저 움직입니다. 다른 부분들은 스스로를 돌보기 위해 따라서 움직입니다. 몸은 목적에 맞게 스스로를 효과적으로 조직합니다. 몸 자체가 최고의 코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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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브라운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늘 하곤 했습니다.

“중심부를 통해 움직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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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째 실수는 목적goal보다 결과물product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입니다. 초창기에 제가 많이 한 실수입니다. 당시 저는 스트라이드를 어떻게든 길게 가져가려고 했습니다. 채프먼을 이야기하면서 따라해보라고 했습니다. “스트라이드가 키의 110%는 되어야지” 하면서요.

중심부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모멘텀momentum이 발생합니다. 증가된 모멘텀으로 보다 빠른 팔 스피드를 만들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스트라이드도 늘어납니다. 결과적으로 중심부를 통해 빠른 움직임을 만들면 팔 스피드도 빨라집니다. 하지만 저는 ‘긴 스트라이드’라는 결과물에 지나치게 집착했습니다. 스트라이드를 길게 하는데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앞서 보여드린 아이처럼 발을 껑충 뛰어가며 스트라이드를 늘리려고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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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작은 선수들이 보다 빠른 공을 던지는지에 대한 의문도 풀렸습니다. 그 친구들은 “똑바로 서! 뒷발로 힘을 모으고!” 이렇게 제가 던지는 언어적인 바이러스들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죠. 그렇기에 볼을 빠르게 던지는 법을 스스로 배워나갔습니다. 지면을 활용하면서 몸을 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법을 스스로 익혀나갔습니다. 자신의 몸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았기 때문에 팔 스피드를 더 빠르게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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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을 늘리면 제구가 떨어진다는 생각도 완전히 잘못됐습니다. 놀런 라이언, 바톨로 콜론, 빌리 와그너 등을 한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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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훈련 환경의 문제입니다. 실즈 박사는 말했습니다.

“어느 기술이든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훈련은 운동감각적 인식능력kinesthetic awareness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과정이 포함되어야 한다. 자극을 다양하게 주기 위한 적절한 과부하overload 훈련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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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무슨 의미일까요?

흔히 1만 시간의 법칙을 말합니다. 9,988시간까지 훈련을 했다면 12시간만 더 하면 되는 걸까요?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지만 양보다는 질입니다. 시간을 재놓고 500번 던지는 것보다는 5번을 제대로 던지는 것이 낫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수들의 감각인지를 풍요롭게 해줄 훈련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느낄 수 있는가?
볼 수 있는가?
들을 수 있는가?

그래서 저는 몸에 텐션(긴장 내지는 압박)을 가하기 위한 구속 벨트velocity belt를 사용합니다. 구속 벨트를 사용해 팔이 아니라 엉덩이에 텐션을 줍니다. 압박을 느끼며 던질 때 몸은 어쩔 수 없이 더 빨리 움직이려고 합니다. 엉덩이 부위의 고유수용감각을 이런 식으로 발달시킵니다. 스스로 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팔의 힘은 그대로지만 팔 스피드는 즉각적으로 빨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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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 구속 벨트를 사용한 훈련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1T6zjBNfn2M

왜 이런 방식의 오버로드overload/언더로드underload 트레이닝이 효과적일까요?

선수들이 자신의 몸에 느껴지는 감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심부를 보다 잘 느끼게 됩니다. 오버로드 작업을 통해 몸이 더 빨리 움직일 수 밖에 없습니다. 팔은 그에 맞게 더 빨리 돌게 됩니다. 코치가 과도하게 코칭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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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마운드에서 직접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투수는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훈련을 함께 하게 됩니다. 더 많은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으면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위한 훈련을 해야 합니다. 마운드에서의 구속을 끌어올리려면 마운드에서 연습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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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인식능력을 키우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목적과 연결됩니다. 이런 식으로 양보다는 질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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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감각인식능력을 키우는 훈련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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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보고 느끼도록 해주는 겁니다. 우리는 하체동작과 관련해서 맨발로 연습을 많이 합니다. 고유수용성감각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몸에 대한 인식과 안정성도 높여줍니다. 발바닥의 가운데에 점을 하나 찍습니다. 이유는 바로 그 발의 중심을 통해 몸을 지탱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발볼로 일찍 닿는 선수는 대퇴사두근을 사용합니다. 발뒤꿈치로 닿는 선수는 뇌에 뒤쪽 엉덩이가 잠겨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게 됩니다. 이를 보상하기 위해 앞쪽 골반에 많이 의존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맨발훈련을 통해 발의 가운데로 무게를 지탱하도록 유도합니다.

또 하나는 배팅연습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온 방법입니다. 이 방법도 투수가 엉덩이 대둔근을 사용할 수 밖에 없도록 합니다. 옆에 앉아 엉덩이 부근을 눌러줍니다. (영상이 없어 정확히 어떤 동작인지 알 수가 없네요.) 배트같은 것을 사용합니다. 그저 선수가 엉덩이 부근의 감각을 느끼게끔 해줍니다. 몸이 무엇을 해야할지 정확하고 구체적인 방향을 스스로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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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연습도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무릎을 꿇고 하는 이러한 동작입니다. 이렇게 한쪽 무릎을 꿇고 하는 연습은 투수가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엉덩이 주변을 회전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뒷발이 떨어져 나오거나 머리가 크게 움직이게 됩니다. 회전력도 그다지 발생하지 않습니다.

두번째는 메디신볼을 머리 위로 해서 하는 동작들입니다. 몸이 앞으로 쏟아지게 됩니다.

제가 볼 때는 선수들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런닝건 트레이닝에 쓰고 있습니다. 이것의 문제는 몸이 긍정적인 자극(늘 인식하고 있던)에만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선수들에게 그렇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런닝건 훈련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THSp_cwo9NY

마운드 위에서의 결과는 철저하게 마운드 밖에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거울과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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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지켜보지 않는 곳에서 훈련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로 가득찬 곳에서 하는 연습은 쉽습니다. 인정해주고 칭찬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재밌지요. 단 한 사람도 주목하고 있지 않은 곳에서 기꺼이 연습을 할 때 성장합니다.

또한 우리가 늘 간과하고 있는 것이 신체와 정신 사이의 연결입니다.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피칭이 의미가 있게 됩니다. 메카닉도 마찬가지구요.

끝으로 심호흡을 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투수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가 어려울 겁니다. 호흡이야말로 신체와 정신을 연결시키는 가교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배워야 합니다.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서 심호흡을 할 수 있는 선수, 그러면서 자신의 뇌를 훈련시킨 선수는 자신의 평정심을 무기로 최고의 퍼포먼스를 만들어 냅니다. 심호흡, 명상은 회복에도 무척 좋습니다. 훈련 프로그램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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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내 사인을 똑같이 쓸수가 없네” (란츠 휠러 코치, 느낌중심 피칭훈련 1)

느낌중심 피칭훈련 Pitching with Feel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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