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로 읽히는 축구협회 관련 기사

이거 야구 이야기 아닌가요? 야구쪽에도 한 자리에 긴 시간 또아리 틀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출처 : 서형욱 칼럼)

“작금의 위기는 대한축구협회가 기존의 인맥, 인사 결정 구조 등을 바꾸지 않는 데서 기인했다고 봐도 좋다. 현대 축구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또 발전하고 있다. 시류가 빠르게 움직이는 동안, 협회는 내부 인사들의 자리를 지켜주기에 급급한, 또는 자리 나눠먹기 식의 회전문 인사를 통해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눈을 감고 있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지난 주, 필자가 KFA에 ‘젊은 피가 필요하다’는 글을 게재한 뒤 연락을 해 온 협회 고위 인사의 푸념에 단서가 있다. “좋은 말로는 세대 교체지만, (구세대로 분류된) 고위 인사들에게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 결정권자 입장에서는 그들의 반발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거다.” 한마디로 그들의 밥그릇을 지켜주기 위해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협회가 스스로를 어떤 단체로 인식하고 있는 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더 젊고, 기존 지도부의 생각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인재들을 중용하는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인재들에게 무대를 내주길 반대하는 이들은 “사람이 없잖아, 사람이!”라며 “경험없는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한다. 얼핏 들으면, “인력풀이 부족해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 협회 내부에서 이 ‘난국’의 주요 직책을 맡을 사람의 주된 ‘스펙’처럼 규정하는 조건들은, 자신들 스스로 선택의 폭을 좁히는 전제에 불과하다. 협회 외부 인사들, 혹은 3~40대의 젊은 인재들에게 아예 기회조차 주지 않는 상황에서 내건 ‘경험’이란 조건은, 결국 협회가 이미 정해 둔 극소수 인사 중에서 차기 주자를 인선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에 쓰일 뿐이다.

애초부터 ‘경험’을 갖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구조에서 ‘경험’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그래서 비열하다. 또한, ‘경험’의 내용을 규정하는 방식도 악의적이다. ‘경험’이 마치 기득권 수호의 방패처럼 쓰이는 데에는, 이들이 ‘경험’의 범위를 인위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20세기와 21세기의 한국 축구는 대단히 다르다. 지금의 젊은 축구인들은 다양한 무대, 다양한 지도자, 다양한 환경에서 축구를 배우고 또 뛰었다. 협회 내에서 일한 경험, 현 수뇌부의 우산 아래에서 수발 든 경험이야 없을 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 축구에 필요한 경험으로 치자면, 그들이 부족할 리 없다. 달리 말하면, 오히려 오랫동안 정체 된 지금의 한국 축구 환경, 협회 내부 행정을 ‘미경험’한 것이 역으로 더 우월한 조건일 수도 있다. 이미 선임된 기술위원장 체제에서도, 이런 양질의 경험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얼마든지 중용할 수 있다.

경험이란 분량이나 연식이 아닌, 질과 방향이 더 중요할 수 있는 성질의 자산이다. 선진 축구를 오랫동안 경험하고 월드컵 4강 이후 서구 축구에 대한 두려움을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극복하며 편견없는 식견을 갖게 된 젊은 세대들의 경험은, 어떤 면에서 선배들의 그것보다 더 값질 수 있다는 것을 베테랑들이 인정해야 한다. 지금의 지도부가 내세우는, 또 베테랑 세대에게 풍부한 경험 자체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들에게 너무 오랫동안 권한이 집중되어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과 젊은 세대들에게 너무도 기회가 제한적인 상황만큼이라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컨페드컵을 관전하며 “독일? 10번하고 7번이 잘 하던데?” 정도에 그치는 60대 축구인과 “독일은 1군 거의 빼고 출전했는데 감독이 매 경기 다른 전술, 다른 선수를 쓰는게 인상적이네요, OOO와 OOO는 소속팀에서와 다르게 뛰는 것도 눈에 띄고”처럼 분석하는 30대 지도자 간의 격차를 외면해선 곤란하다.
우리에게도 뛰어난 젊은 인재들이 많다. K리그 감독을 경험한 신태용, 황선홍, 최용수 등의 지도자들은 물론이고,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 차두리 등 유럽에서 어린 시절을 경험하고 최상위 리그 감독, 선수들과 맞부딪히며 교류한 엄청난 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많다. 선수 은퇴 이후 지도자나 행정가로 무임 승차하길 거부하는 대신 축구의 정수를 연마하는 데에 공들여온 우수한 자산들이다. 이런 인재들이 한국 축구의 거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단체에 발 들여 그들의 구상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 세대들은 빨리 감독이 되기만을 바라는, 대표팀 감독이 목표이던 이전 세대들과 달리 행정가로, 또 유소년이나 지도자를 양성하는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어느덧 30대를 너머 40대에 도달한 이들이 한국 축구에 기여하고픈 의지, 자기 발전에 대한 의욕이 사라지기 전에 협회가 품어야 한다. 그들의 아이디어와 인맥, 소통과 열정을 이대로 잃어버릴 수는 없다.
이들이 한국 축구의 중심이 아닌 외곽에서 떠도는 시기가 길어진다면 그건 모두에게 손해다. ‘이영표 기술위원장, 박지성-안정환-차두리 기술위원’이 어색해 보일 이유는 없다. 세대 교체를 주장하는 것은 이들과 같은 스타 선수 출신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젊은 층에는 미래에 대한 아무런 보장도 없이 스스로 노력해 선진적 식견과 경험을 쌓은 인물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협회는 십 수 년 째 뻔한 인물 네트워크를 깨뜨리지 않고 보수적인 선택으로 닫혀 있다. “인물이 없다”, “경험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와 같은 주장은, 그런 점에서 자신들이 지난 긴 시간을 얼마나 생각없이 흘려보냈는지에 대한 자백이나 마찬가지다.”

(기사 읽기)

현대축구 외면한 ‘현대’ 축구협회의 위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