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했을 때 내가 어떤 길을 걸었느냐가 결과가 될 것이다”

서영원씨의 마키타 가즈히사 선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마키타 가즈히사

1984년생, 세이부 라이온스 언더핸드 투수, 이번 겨울 시장에서 포스팅시스템으로 미국 진출 예정. 일본대표팀 불펜


 

Q: 야구 이력이 특이한 것 같다. 고교 이후 대학과 사회인팀을 거쳐 프로에 왔다. 84년생이 2010년에 프로데뷔를 한 것인데?

A: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언더 투수로 전환을 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학생야구에서 언더 투수는 더욱 더 냉정하게 평가 받는다. 릴리스가 앞에 있으니까 학생야구 성적을 내는데 언더 투수가 더 유리한 부분도 있지만, 프로에서는 컨트롤과 현재의 폼을 언제까지 더 지속 할 수 있느냐를 가지고 판단한다. 당시 고등학교 야구 부장이 “네가 던지는 구속과 컨트롤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다만 센스는 조금 더 있다. 언더로 전환한다면 요소요소에 치명적인 공을 던질 자질이 있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나 역시도 야구부 감독과 부장을 믿었기에 할 수 있었다.

Q: 선수가 지도자를 믿는 것은 말은 쉽지만 그 나이 대에서는 쉽지 않다는 일이다.

A: 나는 고시엔 출전 경험이 없다. 감독과 부장 선생님은 나와 야구부원들에게 “고시엔은 한순간이야”라는 말을 많이 했다. 야구를 통해 자신을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을 발견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자신감을 얻는다면 야구가 아닌 다른 일을 해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그런 프라이드를 나에게 주셨다. 야구부의 분위기는 이랬다. 2-1 카운트에서 3-1이 되면 보통 땅볼이나 변화구로 승부를 봐야하는데 속구로 승부를 봤다. 맞아가거나 그냥 2-2, 3-2가 될 뿐이다. 욕을 먹을 줄 알았는데 “1아웃을 위한 과정 속에서 네가 하는 선택을 존중한다”는 말을 들었다. 어떻게 되든 1아웃을 잡고 다음을 위해 나아가면 된다는 확신에서 조금 다양한 구종을 던져봤던 것이 좋은 경험이 됐다.

Q: 대학시절에는 에이스였고 미일야구 선수권에도 나갔는데?

A: 아마도 프로에 갔다면 그저그런 투수가 됐을지도 모른다. 대학에서 선발, 중간투수 모두를 경험했다. 미일야구에서는 대학생이 겪을 수 있는 이상의 중압감과 경기력을 경험했다. 그리고 언더투수는 흔치 않은데, 이정도라면 프로와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https://www.youtube.com/watch?v=yTjd4k798i0

Q: 대학과 사회인을 거치며 어떤 생각을 갖고 훈련을 했나?

A: 프로에 빨리 가서 부딪히며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나 같은 경우는 후자다. 프로에 갔다면 4~5년 동안 2군에나 있을 법한 선수였다. 대학과 사회인야구는 나에게 일종의 마이너리그였다. 하지만 프로에 입단하면 1군에서 바로 던질 수 있게끔 세팅을 해왔다. 대학과 사회인야구 지도자들은 “너는 지금 결과를 내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직장에 들어가면 그때 성과를 내서 성과금을 받으면 된다”며 멘탈적으로 잡아주었다.

Q: 어떤 것들이었나?

A: 선수들에게 큰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다. “네가 없어도 우리의 야구는 계속 된다. 오히려 네가 여기서 선수 생활이 끝나면 우리가 자책하게 되니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생각해라”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였다. 즐겁게 야구를 한다는 것이 아직도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것은 분명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그들 역시 성과를 내야했던 분들이지만 결코 선수들에게 성과를 요구하지 않았다.

Q: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선수들에게 성과를 강조하지 않고 어떻게 동기부여를 하나?

A: 그것은 지도자와 수뇌부가 자신의 의무를 어떻게 느끼냐에 따라 다르다. 누구나 결과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데 그것을 육성에 대한 책임, 성적에 대한 책임으로 느끼는 경우가 있다. 최근 신인 선수들을 보면 명문고, 명문대 출신이 아니어도 미디어의 발전과 영상기술의 발전으로 고시엔이 아니더라도, 큰 대회가 아니더라도 프로에 들어오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 발전이 되지 않는 숙성형 선수들도 잘 발견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진 것이다.

Q: 결과는 언제 내야 하는 것인가?

A: 결과는 지금 당장의 등판이나 대회의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은퇴했을 때 마키타 가즈히사라는 사람이 어떤 길을 걸었느냐가 아마도 결과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남들에게 내가 롤모델이 되는 것도 좋지 않은 일이다. 천재적인 센스를 가진 아이가 나를 보고 굳이 대학과 사회인을 거쳐 프로에 올 필요는 없다. 야구 선수는 계속 도전하는 것이다. 상대를 계속 분석하고, 마인드를 가다듬어서 그라운드에 서야한다. 훈련이라는 것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라이온스 아카데미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 던지고 때리고 뛰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라는 것이다. 소년야구에서는 야구라는 틀을 느끼고, 중학교에서는 함께 이길 수 있는 팀웍을 배우고, 고교에서는 자신이 지금껏 해온 야구에 전력을 다해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150구, 180구 이렇게 던지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더 많다. 야구에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게 하는 못된 버릇이 있다. 그런 부분에서 미국은 어떤지 궁금하다. 미국에 가려는 것은 메이저리그의 방식을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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