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13 “이것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체스 고수인 브루스 판돌리니는 어린 조시 웨이츠킨에게서 천부적인 재능을 발견하고 아버지를 찾아가 자신과 함께 체스수업을 받아볼 것을 권합니다. 아버지는 기쁜 마음으로 이를 허락하고, 8살 소년 웨이츠킨은 동네에서 아저씨들과 체스를 두던 수준을 벗어나 보다 체계적인 체스 공부에 뛰어듭니다.

하지만 딱히 전문 코치로부터 배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웨이츠킨은 판돌리니로부터 체스를 배우는게 달갑지 않았습니다. 이를 눈치챈 판돌리니는 체스보다는 다른 이야기들을 주로 나누며 교감을 쌓고자 했습니다. 웨이츠킨이 관심을 갖고 있던 공룡이나 스포츠에 관한 이야기 등을 나누며 웨이츠킨의 마음을 열고자 했습니다. 이런 판돌리니의 태도에 웨이츠킨도 조금씩 친근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체스의 세계로 접어들면 웨이츠킨은 자신의 생각을 고집했습니다. 판돌리니는 웨이츠킨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며 실수를 반복하더라도 이를 지적하거나 꾸짖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습니다. 그는 권위적이지 않았고 자신의 체스 방식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늘 질문과 대화를 통해 자신의 선택을 돌아보도록 이끌었습니다.

“이것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이렇게 움직이면 상대는 어떻게 역공을 하게 될까?”
“저 말을 먼저 움직이고 이 말을 움직였으면 어때?”

좋든 나쁘든 중요한 선택을 할 때마다 판돌리니는 웨이츠킨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자각을 통한 변화를 추구했던 판돌리니 덕에 웨이츠킨은 성급하게 말을 놓는 자신의 습관을 바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둘은 수업 중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오랜 시간 생각에 잠겨 있곤 했습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웨이츠킨은 판돌리니의 실력을 뛰어넘어 그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웨이츠킨은 판돌리니 코치가 공장의 기계를 돌리듯 선수를 마구 몰아붙이는 대부분의 코치들과 달랐다고 회고합니다. 웨이츠킨을 체스 세계 챔피언으로 만든 것은 판돌리니가 가지고 있었던 체스지식이 아니라 질문이었습니다.

PS. 이 글은 체스와 태극권이라는 전혀 다른 두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조시 웨이츠킨의 책 <배움의 기술>에 나오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