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만 고치면 돼”라는 착각
“저것만 고치면 돼”라는 착각
(야구친구 http://www.yachin.co.kr/w/73/49)
지난 주말에는 야구선수 학부모들과 이종열 SBS 해설위원의 대담행사가 있었다. 이종열 위원의 재능기부 형식으로 이뤄진 이번 행사에는 멀리 경남 양산과 원주 등에서 새벽부터 차를 몰고 온 야구선수 학부모 20여명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한 부모님께서 자녀의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하며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이종열 위원은 그 선수가 가진 장점은 무엇인지 되물으며 선수가 가지고 있는 장점보다 단점에 초점을 맞추는 훈련문화에 대해 아쉬워했다. 선수마다 타고난 장점을 극대화하기보다는 단점을 자꾸 없애려는 접근법이 선수를 좌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종열 위원은 단점보다 장점에 초점을 맞춘 후 야구선수로서 대성한 몇 가지 사례를 들며 코치나 부모가 흔히 하는 “저것만 고치면 돼” 하는 생각이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단점을 고쳐나가는 과정에서 장점마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용달 KBO 육성위원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한다. 예를 들어 배트가 돌아나오며 몸쪽 공에 약한 타자가 있다고 하면 많은 코치들이 스윙 궤적을 줄여서 몸쪽 공을 칠 수 있는 폼을 만들기 위해 훈련을 시킨다. 그러면서 선수의 스윙은 자연스럽게 작아진다. 장점인 장타력이 줄어들며 선수는 혼란에 빠진다. 그러면서 다시 원래의 폼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며 자신감만 잃어버리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김용달 위원 역시 단점에 주목하는 육성방법의 문제를 지적한다.
미국 리틀야구연맹에 교육관련 컨텐츠를 공급하고 있는 스포츠코칭단체인 에서는 코치가 선수의 장점에 초점을 맞춰 관찰할 수 있도록 ‘장점차트’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이따금씩 경기나 훈련 중에 선수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관찰하며 장점만을 기록하는 것이다. 꼭 경기와 관련된 것만이 아니라 동료 선수의 힘을 북돋워준다든지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모습 등 팀워크와 관련된 행동들도 꼼꼼히 기록한다. 어떤 선수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모든 선수에 대해 3~4가지를 고르게 적은 후 경기가 끝나거나 다음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가볍게 나눈다. 선수들은 자신의 장점에 관심을 기울여 주는 지도자의 말에 힘을 얻게 된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주고, 부족한 것을 잘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성취감’을 코치들은 원한다. 코치에게도 ‘에고ego’의 만족은 일을 해나가는 커다란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욕구는 자연스럽게 선수의 장점보다는 단점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만들기 쉽다. 그래서 코치는 ‘선수의 장점을 먼저 보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선수와 만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