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스텝은 어땠어?” (선수의 자각을 돕는 코치의 질문)
얼마 전 모 프로야구팀의 코치님과 코칭언어를 주제로 나눈 짧은 대화에 저의 의견을 살짝 덧붙여 재구성한 노트입니다.
같은 시공간에서 연습을 하고 있더라도 선수와의 연결이 끊어지면 자신만의 세계 속으로 빠지게 된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는 코치들이 있다. 그런 코치들은 그래서 다분히 의도적으로 연습 사이사이에 선수들에게 다가가 질문을 던진다. 때로는 생각을 묻고, 때로는 감각을 묻는다.
퓨쳐스리그에서 2군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있는 A코치는 자신의 눈이 거짓말을 할 수 있다고 늘 생각한다. 그래서 선수가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저건 좋은데? 저 움직임은 별로다.’ 하는 판단이 일어나면 그것을 선수에게 바로 말해주기 보다 “지금 어땠어?” 하면서 선수의 느낌을 물어본다. 자신이 보고 판단한 것이 맞는지, 그리고 선수의 감각은 실제 어떤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자신이 볼 때는 공을 잡는 자세도 좋고 동작의 밸런스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선수는 별로인 것 같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옆에서 지켜보며 좋다고 생각한 부분을 선수에게 피드백 해준다. 자신의 느낌과는 달리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선수는 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이후의 연습에 참여하게 된다고 한다.
A코치는 문제를 발견했을 경우에도 바로 그 문제를 알려주기 보다 먼저 선수에게 물어보는 과정을 거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선수의 스텝에서 교정했으면 하는 움직임을 발견했다고 가정해 보자.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스텝을 말이나 시연으로 알려주면서 교정을 주문하기 전에 먼저 선수의 생각과 느낌을 묻는다.
“지금 스텝은 어땠어?”
코치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은 선수는 방금 전 자신의 스텝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편안했는지, 어색했는지, 송구동작으로 연결하기에 적합한 중심이동이 이루어졌는지 등을 되짚어 보게 된다. 그러면서 지금 하는 연습의 의도를 보다 분명하게 마음에 새기게 된다.
이런 대화를 통해 선수는 많은 경우에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개선해 나간다고 A코치는 말한다. 오히려 동작의 세밀한 부분을 지적하고 ‘이렇게 해. 저렇게 움직여봐’ 하면서 자꾸 가르치려고 하면 선수가 본래 가지고 있던 운동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한다.
코치가 스텝을 특정한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선수의 머리에는 온통 그 이미지가 자리잡게 된다. 공을 잡아서 던지는 일련의 기술이 하나의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나오기 보다 코치가 요구한 그 동작을 만들기 위해 긴장하고 애를 쓰게 된다. 그로 인해 코치가 요구하는 동작은 그런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신체를 자연스럽게 코디네이션하는 능력은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
선수의 감각을 물음으로서 코치가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점은 선수의 언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느낌이나 감각을 표현하는 말은 선수마다 제각각이다. 그 말이야말로 선수에게는 살아있는 언어다. 자신의 감각과 닿아있는 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