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의 질문에 당황하는 선수

FC바르셀로나 FCBEscola Korea 총괄지도자인 조세민씨의 글을 옮겨왔습니다. 축구에서는 유럽에서 지도자수업을 받고 오는 젊은 지도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야구도 그런 모습이 나와야 할텐데요. 우리나라 운동부는 아직 서로간의 대화보다는 일방적인 지시와 명령이 지배하는 분위기죠. 개인적인 성격 탓인지 지도자, 부모, 선수 간에 좀처럼 대화가 흐르지 않는 모습에 답답함을 많이 느낍니다. 지도자는 선수에게 묻지 않고, 부모도 지도자에게 묻지 못하고, 선수도 자신의 궁금함을 편안하게 묻지 못하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습니다. 물론 이런 문화는 야구부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어느정도 만연한 것이진 하지만요. 슈틸리케 감독도 창의적인 플레이의 바탕에는 편하게 묻고 답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

#. 슈틸리케 감독님 흔들기에 들어갔다.

처음 슈틸리케 감독님께서 대한민국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되셨을 때,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 분께서 슈틸리케 감독님은 독일 분이시지만, 함께 동행하는 수석 코치가 아르헨티나(모국어: 스페인어) 분이시기 때문에 스페인어 통역관을 모집하는 공고가 곧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 올라갈테니 준비해보라는 말씀을 전해주셨다.

그리고 몇 일 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 말씀해주셨던 것처럼 스페인어 통역관 공문이 올라왔다. 하지만 나는 이력서를 보낼 수가 없었다. 채용 조건에 대학교 학사 이상의 학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큰 좌절을 한 번 맛 본 나였기에, 한국에서 국가대표 또는 유명 프로축구 선수 출신이 아닌 이상 높은 학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올해 세종대학교 글로벌지식교육원 체육학과에 입학한다.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기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보다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슈틸리케 감독님을 한 번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경기장에 나서는 선수들의 가슴을 오른손으로 치시며 신뢰를 나타내시는 장면을 보면서, 그리고 스페인어로 인터뷰를 진행할 때 사용하시는 단어와 목소리의 톤과 억양 등을 통해 어떠한 성향의 감독님이신지 조금은 알게 되었고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 뉴스 검색 중에 <슈틸리케 직언 “K리그, 솔직히 수준 이하”>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보여주신 행실을 바탕으로 생각해봤을 때 결코 저런 발언을 하실 분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이 기사의 원문인 스페인 스포츠 일간지 ‘As’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원문 기사를 읽어봤다. 문제의 질의응답은 이렇다.

¿Es el lugar correcto para Corea, llegar a la final de la Copa de Asia?
-Yo creo que si, pero es un poquito curioso. La Liga coreana, la verdad, no es muy fuerte. Por el contrario, la exigencia para el equipo nacional es inmensa. Tenemos cuatro jugadores en Alemania, dos en Inglaterra, y la gran mayoria en paises asiatico: Japon, China… Tengo dudas de que el nivel de estas ultimas Ligas nos permita subir el nivel. Los jugadores de Europa estan mejor preparados.

질문: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아시안컵 결승전에 진출하는 두 자리 중 한 자리를 차지할 만한 팀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슈틸리케 감독님: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의아스러운 점이 있기는 하다. 한국 K리그의 실력은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니다. 그와는 상대적으로 국가대표팀에 대한 요구치는 굉장히 높다. 우리 팀은 4명의 독일 분데스리가 소속 선수 그리고 2명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선수가 있다. 나머지 대부분의 선수들은 일본, 중국 등 아시아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방금 언급한 리그의 레벨이 우리 선수들의 레벨을 올려줄 수 있을 지는 조금 의문스럽다.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확실히 더 준비가 잘 되어있는 상태다.

이 기사를 번역한 기자는 “K리그의 실력은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K리그, 솔직히 수준 이하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축구 팬들의 심리를 자극한다. 부디 슈틸리케 감독님께서 언론의 얼토당토안한 자극적인 기사의 압박감을 이겨내시고 계약 만료 기간인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님으로 역임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스페인어 원문 기사 마지막 하단에 한국어로는 번역되지 않은 내용이 있었다.

– Lo que nos falta, y es debido a la educacion de los jugadores, es mayor creatividad. Yo, la primera vez que hable con un jugador le dije: ¿Y tu que piensas? Y me miro como si viera un Marciano.

– 선수들이 받은 교육적 문제로 인해 우리 팀에 부족한 것은 바로 창의성이다. 내가 어느 한 선수에게 처음으로 다가가 “넌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질문했을 때 그 선수는 마치 나를 Marciano(외계인)를 보는 것처럼 쳐다보기만 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