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계획을 사전에 작성해야 하는 이유

훈련계획을 준비하지 않았을 때마다 나는 후회하곤 했다.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가거나 뭔가 제대로 훈련을 한 것 같지 않은 찝찝한 느낌에 사로잡히곤 했다. 훈련계획을 사전에 분명하게 작성하면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막아주며 오늘 해야할 것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유소년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고등학교 코치가 되었을 때 나는 ‘이제 연습을 할 충분한 시간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겨우 일주일에 한두시간 정도 아이들과 보내다가 이제는 주5일을 매일 2시간 반씩 연습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지어는 토요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주의 끝에 다다르면 나는 여전히 훈련이 부족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코치에게 ‘충분한 연습시간’이란 결코 존재할 수 없다.

매 훈련시마다 훈련계획을 작성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코치는 그 시간을 통해 훈련시간에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미리 그림을 그려보게 된다. 그러면 익혀야 할 것들에 비해 실제 주어진 시간이 무척 짧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당연히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모든 것을 하루에 다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만약 어떤 기술을 익히는데 선수들 각자에게 15분이 필요하다면 이것저것 다 하느라 5분씩 밖에 그 연습을 못시키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훈련계획을 문서화하는 힘든 작업을 해야 하는 또다른 이유는 아이들은 실제 활동을 통해 가장 잘 배우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가만히 서서 코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사실 잘 듣지도 않는다!) 배우기 보다는 실제 몸을 움직일 때 스포츠를 가장 잘 배운다. 하지만 많은 팀의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어슬렁거리며 보낸다. 대부분의 선수가 알차게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팀은 코치가 훈련시간을 사전에 잘 계획한 경우가 많았다.

미국 배구대표팀의 존 캐셀John Kessel 감독은 선수의 기량향상을 위한 절대조건으로 선수의 ‘터치수’를 강조한다. 선수가 훈련이나 경기 중에 보다 많은 ‘터치’를 할 수록, 즉 더 많은 슛과 스윙과 패스를 할 수록 그 선수는 보다 빠르게 실력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명의 선수가 슛을 쏘는 동안 나머지 10명이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다면 그만큼 발전의 시간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평소 하는 연습에 한두가지 추가적인 연습을 추가함으로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농구를 예로 들자면, 슈팅연습을 할 때 공격리바운드와 수비리바운드, 그리고 아웃렛패스를 받는 선수를 참여시킨다. 슛을 쏠 때 수비리바운드를 받는 선수는 상대 선수를 막기 위해 박스아웃을 한다. 공격리바운드를 잡는 선수 역시 적극적으로 골밑에서 몸싸움을 한다. 리바운드를 잡은 선수는 반대쪽으로 아웃렛 패스를 넣어준다. 슛을 쏜 선수는 적극적으로 이를 막기 위해 움직인다. 이렇게 연습을 조직하면 한명이 슛을 쏘고 나머지 선수가 지켜보는 대신에 4명이 모두 참여하는 훈련이 된다.

더 나아가 이렇게 4명으로 이루어진 2~3개의 그룹을 하나의 골대를 사용해 훈련을 하기도 한다. 2~3개의 그룹이 섞여 함께 슛을 쏘고 리바운드를 잡는 혼란스러운 상황은 좋은 멘탈훈련이 되기도 한다. 나는 선수들에게 그런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훈련이 되어 있다면 일반적인 경기 상황에서는 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을거라고 말해준다. 선수들에게는 오직 자신의 그룹에서 일어나는 슛과 리바운드, 패스에만 집중할 것을 주문한다. 연습이 끝나고 나서 얼마나 집중할 수 있었는지 물어보며 다음 연습에서는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스스로 생각해 보도록 유도한다.

<Double Goal Coach>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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