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잘못된 조언으로 선수를 망가뜨리다 (요시이 마사토)
(지난글에서 이어집니다.)
내가 2군 코치로 있을 때의 일이다. 공이 빠르고 컨디션이 좋으면 무서운 공을 던지는 마무리 투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선수는 몸을 사용하는데 능숙하지는 않아서 마치 물고기가 육지로 올라왔을 때처럼 펄떡이며 뛰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힘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언제나 전력투구를 했다.
경기에서도 마운드에서 힘이 빠지면 갑자기 스트라이크가 들어가지 않아 안정감이 전혀 없었다. 내 경험에서 이 투수는 2할 정도 힘을 빼면 잘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조금만 더 힘을 빼는 게 좋지 않을까? 마운드에 오르면 120의 힘이 나오잖아. 그렇다면 60 정도의 힘으로 던지면 딱 100 정도가 될테니 한번 그런 감각으로 던져봐.”
선수도 자신의 결점을 자각하고 있었기에 납득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연습을 하는데 보고 있자니 대략 30 정도의 힘으로 던지는 듯 보였다. 연습이니까 30 정도의 힘으로 던져도 좋고, 시합 때는 아무래도 힘이 들어가니까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경기에서도 30~40의 힘으로 던지는 것이었다. 평소엔 최고 150km까지 나오는 구속이 120km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 확실히 힘을 주어 던지지는 않기 때문에 스트라이크존에는 들어갔지만 타자가 볼 때는 치기 좋은 스피드였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게 보이네. 어떤 감각으로 던지고 있어? 괜찮아?”
“네! 굉장히 좋은 느낌이에요!”
좋을 리가 없다. 경기 후에 바로 영상을 보여주었다.
“경기에서는 이렇더군.”
“어?”
이제야 그도 자신의 피칭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너한테 내가 해준 조언은 도움이 안될 것 같으니 이제 그만하자. 내일부터 원래대로 돌아가자.”
하지만 다시 돌아가려고 해도 잘 돌아오지 않았다. 피칭 때 힘을 주고 빼는 느낌을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결과를 내지 못했고 시즌이 끝난 후 트레이드되었다. 이적 후에도 1년 만에 방출되면서 그의 프로야구선수로서의 인생은 끝이 나버렸다.
나의 조언이 그의 야구인생을 망치게 만들었다. 코치로서 최악의 조언을 했다는 반성과 죄책감이 일어났다. 그나마 그가 구단으로 들어가 프런트 업무를 보게 된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에게 한 것과 똑같은 조언을 했을 때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몸을 움직이는 선수도 있다. 말에 대한 이해력이 높고, 이해한 대로 신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 하는 차이다. 즉 머리로 생각한 것을 신체를 잘 컨트롤해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많은 선수들은 머릿속의 이미지와 상당히 가까운 움직임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을 전혀 못하는 선수도 있다. 예로 든 선수 뿐만 아니라 지금 니혼햄 안에도 그런 선수가 몇 명 있다. 지금까지 코치를 하며 이것을 비교적 완벽하게 하는 선수는 시카고 컵스의 다르빗슈 유 외에 본 적이 없다. 다른 선수들도 있기는 하지만 다르빗슈가 압도적으로 이것을 잘했다. 일본 최고의 선수가 모이는 프로야구계에서도 남의 말을 자신의 감각으로 전환해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
코치의 조언은 본래 선수에게 방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코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로만 조언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선수가 하는 말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단단히 잡고 그 감각으로 조언해 주어야 한다.
간단히 말하면 ‘알았다’와 ‘할 수 있다’의 차이다. 말로는 알았다고 하지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선수의 말에 담겨있는 감각에 접근하지 못하면 선수가 몸으로 소화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코치는 ‘선수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기술지도, 특히 피칭과 같은 감각적인 움직임을 가르치기는 어렵다.
선수들의 말에서 느낌을 잡아내기는 어렵다. 그래서 가능하면 선수들과 이야기할 기회를 많이 가지려고 한다. 그때마다 선수가 하는 말의 감각을 세세하게 파악해 나간다. 선수 입장에서 보면 귀찮게 하는 코치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선수에게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자신의 퍼포먼스를 머리로 이해하지 못하면 할 말이 없다.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몸으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딱 이렇게 휙 한다.”
자신의 움직임을 이런 뜻 모를 말로 밖에 말하지 못하면서도 뛰어난 결과를 남길 수 있는 선수는 오직 소수의 천재뿐이다.
(원문기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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