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선수의 구체적인 이미지 트레이닝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대충 잘되겠지라고 막연한 상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세심하게 묘사해낸다’는 구절이 인상적입니다.

이런 것을 ‘이미지 트레이닝’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불과 얼마전이다. 운동을 즐기는 한 지인과 내 생활습관을 얘기하다가 실제로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훈련하는 운동선수들이 있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의 말로는 엄청난 노력과 반복을 통해 경기 중 일어날 변수나 상황을 미리 짐작하고 그것을 제어하는 법을 훈련하는 것이라고 해주었다. 미리 예측해 본 경우의 수에 맞게 훈련을 하고, 갑자기 닥쳐올 낯선 상황들을 익숙하게 해주는 것이다.

나 역시 내 손으로 완벽히 정리해 둔 방의 모습이라든가 경기장 이미지 같은 것들은 사진 찍어둔 것처럼 세심하게 묘사해낼 정도이다. 서두르거나 당황스러운 상태가 싫어 챙기고 준비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된 것이다. 때때로 경기를 하기 전에 내 훈련 정도나 몸의 상태에 따라 그 날 있을 경기가 그려지기도 한다. 그렇게 그려진 상황이 실제 경기에서도 일어나기도 해서 신기한 적이 최근에 몇 번 있다. 대기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상대가 친 공을 잡을 수 있겠다 생각하면, 틀림없이 내 예상대로 누군가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이것은 내가 미래를 볼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일어날 수 있는 변수를 최대한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타자로서 상대 투수가 던진 공을 쳐서 점수를 내는 것도, 외야수로서 상대 타자가 친 공을 잡아 아웃시키는 것도 내 노력 여하에 따라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이렇게 내가 경기장에서 생길 일들을 하나씩 떠올려보고 대비하면 막상 상황이 생겼을 때 당황할 일도 조금은 줄어들어 대범한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매일매일 남들보다 4~5시간 더한 훈련을 통해 상황 대처법이나 경기 운용법이 나도 모르게 내 머리나 몸에 자동 입력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정리를 하다든가, 매일 하기로 한 운동을 빠지지 않는다든가 하는 것이 작고 사소한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하나의 습관으로 규정지어 매일 쌓이다 보면 무시 못할 재산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작은 습관이 미래에 닥쳐 올 예상치 못한 변수를 미리 대처할 수 있는 일로 만들어준다. 즉, 작은 일들이 쌓여서 큰 사람이 된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는 사소한 습관들이 완벽히 준비된 사람들을 만들고,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게 해줄거라 믿고 있다.

추신수선수의 <오늘을 즐기고 내일을 꿈꾸다> 중에서

잭 니클로스의 헐리우드영화같은 이미지 트레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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