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가 코치를 코칭한다) 이종열 코치편 3. 훈련효과를 높이는 펑고 100개 연습법

Q 그런데 수비는 펑고를 받는 만큼 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A 수비연습인지 체력연습인지 구분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체력연습이 너무 많아요. 100개 펑고를 받는다고 해보죠. 한번에 100개는 너무 힘들어요. 사실 10개를 넘어서면 힘들죠. 50개가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체력훈련입니다.

펑고도 그냥 치는게 아니라 양 쪽에 날려주며 계속 굴려요. 선수가 흙범벅이 돼서 구르는 모습이 보기는 좋지요. 그럼 나는 유능한 코치처럼 보일 확률이 높아집니다. 주변 코치들이 열심히 가르친다고 하고요. 하지만 그게 과연 기술향상에 도움이 될까요?

실제로는 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100개의 펑고를 한꺼번에 하는 게 아니라 잘라서 하는 거에요. 10개씩 집중해서 하는 거죠. 10개씩 받으면 그렇게 힘들지 않아요. 쉬었다가 또 집중해서 하고요. “이번엔 포핸드다”, “이번엔 백핸드 쪽” 이렇게 나눠서 기술훈련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야수들 에러하는 것을 보면 포구미스랑 송구미스가 비율이 비슷해요. 그런데 우리는 받는거만 신경을 쓰고 던지는거엔 관심을 잘 안둡니다.

축구쪽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유럽에서는 어릴수록 기술훈련에 초점을 맞춘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도 중학생 정도까지는 감각을 익혀야 해요. 치고 받고 던지는 감각을 발달시켜야 하는데 너무 체력쪽으로 치중되어 있어요. 우리 아들도 농구를 하는데 슛연습보다는 일단 많이 뛰는 것에 초점을 맞춰 운동을 시키더라고요.

미국의 유소년 야구나 중고등학교에서 운동하는 것을 지켜보니까 굉장히 집중력 있게 해요. 특히 고등학교는 두 시간 밖에 운동을 못합니다. 그러니까 정말 집중력있게 해야 해요. 처음엔 저도 가능할까 했는데 충분히 가능하더라고요. 그 친구들은 효율적인 훈련을 위해 리그전을 계속 돌립니다. 우리는 기량향상의 포커스를 주로 연습에 두지만 미국에서는 게임에 둡니다. 실제 게임에서는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니까 게임 중심으로 훈련을 하는 것이죠.

Q 저도 그렇고 대부분 현장에서는 준비가 안되어 있는데 무슨 게임이냐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A 저도 프로의 눈으로 미국 초등학교 야구를 보니까 이건 야구도 아닌거에요. 기본적인 던지고 받고 치는 것도 안되요. 그런데 그런 아이들을 한 시간만 훈련시키고 게임을 시켜요. 게임이 거듭될 수록 다른 선수로 변합니다. 야구가 어디가 제일 쎄죠? 미국이잖아요.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하는 훈련 방식이 좋을 확률이 높잖아요. 아이들한테도 마이너리그 시스템을 도입해 계속 게임을 시키는 겁니다.

왜 그렇게 하냐는 거죠. 우리 실정에 맞게 잘 혼합할 필요가 있습니다. 훈련만 많이 하는게 무조건 나쁘다? 게임만 많이 하는 것이 좋다? 그걸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요. 또 미국에서 관찰한 것은 게임 후의 시간을 각자 활용한다는 겁니다.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운동을 하는 겁니다. 그 시간 동안 훈련한 것은 다 자신의 것이 되는 거지요.

우리는 선수를 다 잡고 있어요. 중학교에서 5시간 훈련을 해도 내가 배팅을 치는 시간은 몇 분이나 되겠어요? 가끔 말을 들어보면 저학년은 하루에 10개도 못친다고 해요. 전체 연습시간은 5시간인데.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거죠.

Q 아마츄어일 수록 많이 받아봐야 실력이 느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혼란스럽네요.

A 100개를 계획을 짜서 쳐주자는 거에요. 한 달 동안 할 거냐? 하루에 할거냐? 1학년이라면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는 겁니다. 꼭 훈련시간에 해야 하나요? 다른 선수들이 운동장 정리하고 준비할 때 할 수도 있죠. 1대1로, 아니면 2,3명 묶어서. 그렇게 가운데로 10개, 양쪽으로 10개씩, 이렇게 30개 정도 받으면 힘들다고 할 확률은 많지 않습니다.

또 단체연습할 때 자기 포지션에서 또 받는거죠. 또 배팅 칠 때 잠깐 빼는겁니다. “자 이번에는 정확히 잡아서 1루에 송구 신경써서 해보자” 이렇게 다시 10개씩 3세트. 이렇게 하면 힘들지 않지요. 훈련 다 끝나고 “조금 부족했으니 다시 해보자” 이렇게 말하고 이번에는 글러브 끼지 않고 맨손으로 하는 겁니다. 가까운 데서 통통 쳐주고 잡아서 던지게끔. 이렇게 30개씩 3세트만 해도 90~100개를 하루에 받을 수 있어요. 힘들지 않게. 효과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죠.

이렇게 감각을 익히는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특히 어릴 수록.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100개. 이러면 아이들이 질립니다. 나도 어릴 때 기억이 나는데 무조건 100개씩 받는데 그게 너무 힘든거에요. 5교시 끝나고 훈련을 하러 가야 하는데 식은 땀이 나고 겁도 나고 너무 두려운거죠. 그리고 그렇게 펑고를 받으면 배팅을 제대로 칠 수가 없습니다. 체력이 다 소진되어서.

야구선수라면 수비도 잘해야 하고 배팅, 주루 플레이도 잘 해야 하잖아요? 사람 몸이 한계가 있고 하루 연습 동안에도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정해져 있는데 수비가 부족하다고 수비하는데 100% 에너지를 다 쓰고 배팅을 치면 연습이 되겠어요? 지금은 왠만한 학교도 수비코치, 타격코치가 다 따로 있는데 수비하고 배팅을 치는데 지쳐서 타격을 잘 못해요. “그래. 너는 수비하는데 에너지 다 썼으니 가서 쉬어.” 그런 코치가 있나요? “자식이. 정신 못차리고.” 베이스런닝 갔는데 다리가 안움직여요. 그럼 “이 자식이 훈련 열심히 안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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