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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밀어내 vs 뒷발로 밀어내 『최고의 움직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코치의 단어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선수의 움직임. 『최고의 움직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발췌.

스포츠 과학에서 어떤 절대적인 법칙같은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어떤 개념이나 접근법을 따르는 것을 주저하곤 한다. “선수마다 다르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말을 늘 덧붙이곤 한다.

하나의 이론을 설명하는 모든 연구에는 모순되는 발견도 종종 섞여 있다. 모순이 없는 일관성 있는 연구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다지 기술 수준이 높지 않은 선수들이 제한된 조건에서 수행한 동작만을 관찰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내적 주의 초점과 외적 주의 초점을 비교한 연구들은 그렇지 않다! 연구들 전반적으로 일관성 있는 결과를 보여준다.

내적 주의 초점internal attention focus은 기술을 실행하는 동안 몸의 움직임이나 자세에 주의를 보내는 것을 말한다.

“뒷발로 밀어”, “무릎을 구부려”, “손목을 꺾어.”

많은 코치들이 내적 주의 초점을 요구하는 지침을 많이 사용해 코칭을 한다. 오랜 시간 동안 동작을 교정해서 좋은 메카닉을 만들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관점으로 선수들을 코칭해 왔기 때문이다. 반 데어 그라프Van der Graaff의 연구팀은 6명의 네덜란드 야구 코치가 4주 동안 연습을 하며 한 말들을 녹음해 분석했다. 코치들은 717개의 교습을 선수들에게 제공했는데 그 중 70%가 내적 주의 초점을 요구하는 말(내적큐)이었다.

내적큐가 그다지 효과적인 코칭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상대적으로 많다. 1998년 UNLV의 가브리안 울프 박사는 내적큐와 외적큐에 따라 보드 위에서 균형을 잡는 동작의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관찰했다.

외적큐는 몸에 집중하는 대신 외부 환경의 어딘가에 주의를 쏟도록 하는 코칭큐를 의미한다. 참가자들은 “발에 집중하라”는 내적큐와 “밸런스 보드 위에 있는 마커에 집중하라”는 외적큐에 따라 보드 위에서 균형을 잡는 동작을 실행했다. 외적큐에 따라 움직일 때 참가자들은 균형을 더 잘 잡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적큐에 따라 움직일 때는 아무런 지침도 주지 않았을 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나는 처음 이 연구를 접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미세한 표현의 차이가 퍼포먼스에 그렇게 큰 차이를 낳는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울프 박사의 연구에서 보드 위의 마커는 발에서 불과 몇 c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코칭큐가 다르기는 했지만 공간적으로는 거의 같은 위치에 주의를 기울였다고 볼 수 있다. ‘발’에 주의를 두는 것과 ‘마커’에 주의를 두는 것이 그렇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나는 믿기 어려웠다.

나는 한 컨퍼런스에서 울프 박사를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녀의 연구에서 내가 놓친 것이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 나의 질문에 울프 박사는 이렇게 답했다. “직접 해보세요.”

그래서! 나는 직접 파헤쳐 보기로 했다. 타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나는 두 가지 조건을 세팅했다. 한 번은 스윙을 할 때 손에 주의를 두라는 내적큐를 주었고, 또 한 번은 배트에 주의를 보내라는 외적큐를 주었다. 타자는 손으로 배트를 잡고 스윙을 한다. 그렇다면 손이나 배트 어디에 주의를 집중하든 상관없지 않을까? 솔직히 나는 그다지 차이가 날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법 큰 차이가 있었다. 연구에 참여한 대학야구 선수들은 ‘손’에서 ‘배트’로 단어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훨씬 더 공을 잘 때려냈다. 그 이후로도 나는 여러 차례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배를 투수 쪽으로 돌려”라는 내적큐를 “벨트 버클을 투수 쪽으로 돌려”라는 외적큐로 바꾸면 퍼포먼스가 더 좋아진다. “뒷발로 밀어내”라는 내적큐를 “땅을 밀어내”라는 외적큐로 바꾸면 퍼포먼스가 달라진다.

코치가 사용하는 말은 선수의 움직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코치는 말을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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