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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다는 것’의 해부 (안성기)

음식이 약이 되고, 약은 음식이 되게 하라 – 서양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식약동원(食藥同源) 음식과 약은 그 근원이 같다.- 동의보감

세상의 모든 물질은 독성물질이다.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결정짓는 것은 바로 적절한 용량이다.- 독성학의 아버지, 파라켈수스

​2018년 여름, 29세의 여자 환자가 얼굴에 심한 발진이 나타난 상태로 진료실을 내원한 적이 있었다. 피부질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경과 의사에게 말이다. ‘질병을 보지 말고 먼저 사람을 보라.’는 말에 따라 나는 환자와 긴 시간(아마 1시간 정도였던 것 같다.)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장건강을 회복하면 치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결론을 내렸고, 이 날부터 환자와 함께 치유 여행을 시작했다.

치유를 위해 사용된 주된 방법은 식이요법, 생활 습관 점검, 그리고 교육이었다. 환자의 증상은 빠른 속도로 좋아지기 시작했으며, 1~2개월에 한 번씩 이루어지던 진료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중단하였다. 환자 스스로 이제 자신을 치유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9년 동안 환자를 괴롭혔던 질병은 그렇게 좋아졌고, 그 환자는 지금까지도 잘 지내고 있다. 1년의 치유기간 동안 나는 환자의 피부를 위해 단 하나의 약도 쓰지 않았고 어떤 시술도 하지 않았다. 그냥 뱃속이 편해지면 몸이 좋아진다는 기능의학적 원리를 실천했을 뿐이다. 이처럼 음식은 때론 그 어떤 현대의학의 방법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병을 치료하는 강력한 약이 될 때가 있다. 3개월이 지났을 무렵 환자가 나에게 보낸 글 속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었다.​

“현재는 장건강이 피부와 직결되어 있다는 생각으로 ‘먹는 게 곧 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먹는 것이다. (You are what you eat.)

​영양의학(nutritional medicine), 기능의학(functional medicine), 자연의학(natural medicine)에 관심을 가지며 처음 마주친 문장이 바로 ‘You are what you eat.’ 즉, ‘당신은 당신이 먹는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그리고 의학교과서의 서론에 기록되어야 할 말을 왜 이제야 듣게 되었을까? 우리 몸은 약 3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루에도 500~700억 개의 세포가 스스로 죽음(아포토시스)을 선택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빈 공간을 우리 몸은 끊임없이 새로운 세포로 채워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영양 실조이고 노화이다. 우리 몸은 우리가 먹는 음식 으로 인해 끊임없이 채워지고, 바뀌고, 새로워진다.

​이런 의미에서 ‘당신은 당신이 먹는 것 이다.’라는 말은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자 깨달음이었다. 먹는 것에 대한 고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말에 조금 오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음식이 건강에 중요하다고 말하면, 가장 흔히 듣는 대답이 ‘그럼 무얼 먹으면 돼요?’이다. 그런데 나름 음식에 대해 공부해 보고, 이를 몸에 적용해 보면서 느낀 점은 음식(飮食)이라는 말을 명사 즉, ‘먹고 마시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동사, 즉 ‘먹고 마신다’는 행위로 가정하면 인간에게는 훨씬 많은 요인들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고유의 행동이 된다. ‘먹는 것’은 대상이지만 ‘먹는다는 것’은 생명의 본질이자, 일상의 행위이며, 습관이고, 그리고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이라는 주제에서 좀 벗어나 ‘먹는다’는 행위적 관점에서 건강에 중요한 요인들을 육하 원칙의 형식을 빌어 기술해 보려고 한다. 이제 ‘먹는 것’이 아니라 ‘먹는다는 것’을 해부해 보자.

어릴 때부터 직접 음식을 고르는 습관을 (영양사 Cat Hammer)

​먹는다는 것의 해부

​1. What – 무엇을 먹을 것인가?

​절대적으로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독성학의 아버지, 파라켈수스의 말처럼 세상의 모든 물질은 독성물질이다.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결정짓는 것은 바로 적절한 용량이다. 이 말을 조금 바꾸어 말하면 독성이 약해 매일 먹을 수 있는 것이 음식이고, 독성이 강해 가끔 먹어야 하는 것이 약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물도 많이 먹으면 혈중 삼투압의 변화를 일으켜 사람을 죽이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도 마찬가지이다. 운동선수의 부모님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무조건 많이 먹어, 나중에 다 키와 근육으로 가.’라는 말이다. 그리고 ‘나는 예전에 그랬어.’라는 말도 하곤 한다. 과연 맞는 말일까? 음식이 부족했던 시기에는 적절한 말일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먹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 온 세상이 비만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시대(global obesity=globesity)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과유불급,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기 이전에 먼저 얼마나 먹을까를 정해라. 적당히 필요한 만큼만 먹는 것은 오래된 진리이다.

​유행을 따르지 말고, 몸의 소리를 들어라.

​나는 요즘처럼 음식이 유행을 타는 세상을 본 적이 없다. ‘어떤 성분이 얼마만큼 들어 있고, 이를 이용한 과학적 연구에서 건강에 좋은 효과가 입증되어 이 음식이 건강에 좋습니다.’ 라는 형태의 광고글이나 TV프로그램은 하루에도 수차례 접할 수 있다. 그러면 왠지 먹어야 할 것 같고, 실제로 그런 음식 또는 재료들은 그날부터 유행처럼 팔리곤 한다. 그렇게 유행과 유행이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들은 아무런 의문 없이 그 유행을 따라간다.

그런데 10년 전에도 먹던 음식을 지금도 먹고 있는지 한 번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정말 좋은 음식이라면 일상의 식재료가 되어 매일 밥상에 올라와야 한다. 그렇다면 좋은 음식은 무엇일까? 좋은 음식은 오랫동안 먹었던 음식, 내 몸이 편안해하는 음식이다. 몸은 불편해하는 데 입에만 단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유행보다 클래식을 선호하는 편이 낫다.

건강한 편식을 해라.

​먹을 것이라고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몇 가지 재료가 전부인 세상에서는 편식을 하지 않고 골고루 먹는 것이 영양적 균형에서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현재 사회는 먹을 것이 너무 많아졌고 무엇을 먹을까는 우리를 고민하게 하는 흔한 선택 중 하나이다. 건강한 음식 목록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편식을 하는 것이 현대에는 더 현명한 방법이다.

“핫도그”와 “콜라”를 사랑했던 메이저리그의 전설, “베이브 루스” (허재혁)

​2. When – 언제 먹을 것인가?

​건강한 야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음식에 관한 현대 사회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언제든 먹고 싶으면 먹고 싶은 만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의 일상에 파고든 음식문화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야식이다. 나는 건강한 야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특히 야식은 수면을 방해하고,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저해하며, 또한 긴 공복으로 인한 뇌와 장의 해독작용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9시 이후에는 가능한 음식 섭취를 하지 않는 것을 습관화하자. 최근 시간제한식이(time-restricted feeding)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수면시간을 포함한 12시간 이상의 공복이 가지는 회복과 치유의 효과를 생각하면 야식은 운동선수들이 피해야 할 첫 번째 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가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야식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즐거움도, 사랑도, 우정도 필요한 거니까

간식은 점심처럼 먹는 것이 좋다.

​점심(點心)이란 단어는 한자어 그대로 ‘마음의 점을 찍듯이 간단하게 먹는다.’는 말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오늘날 서구사회와 우리 아이들의 식생활의 표준은 1일 3식과 2번의 간식이다. 그리고 특히 운동하는 아이들의 경우, 간식과 주식의 구분이 없는 경우도 자주 본다. 에너지 소비가 많아 당연히 많이 먹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하루 3끼의 식사를 충분히 하고, 간식은 점심처럼 가볍게 먹는 것이 좋다. 배가 고프지 않다면 굳이 간식은 먹지 않아도 된다.

​쉬는 날 소식과 단식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소식과 단식은 고대로부터 건강을 위한 섭생 방법으로 많은 문화에 녹아 있고, 최근에는 과학적 연구 결과들이 이를 단단히 뒷받침하고 있다. 음식이 부족한 시기에 우리 몸의 세포는 자가포식작용(autophagy)이라는 세포 내 기전을 작동하여 그 동안 쌓인 쓰레기들을 재활용하기도 하고, 손상된 분자들을 복구하기로 한다. 그리고 단식은 염증을 줄이고, 항산화능력을 증진 시키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올리는 주된 방법이기도 하다. 쉬는 날은 평소 부족한 잠을 자며 끼니를 거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

3. Who – 누구와 먹을 것인가?, 누구를 위해 먹을 것인가?

​혼밥보다는 같이 먹는 밥이 맛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맛이 없는 밥은 혼자 먹는 밥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관계는 생존에 필연적인 요소이다. 그래서 음식을 먹는 시간은 단순히 에너지를 공급하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고 함께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친구들과 밥을 먹을 때 가장 행복한 건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아이가 혼자 밥을 먹게 하지는 말자. 만약 식사 시간이 서로 다르면 밥 먹는 아이 옆에서 술 한잔을 함께 해도 좋다. 단 아이를 혼내지만 않는다면.

​내 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위한 음식도 먹어야 한다.

​최근 우리 몸에 공생하고 있는 미생물(휴먼 마 이크로바이옴)에 대해 전세계적인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중 장내 미생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대장은 부패의 상징이었고, 대장을 다 잘라내야 장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이를 실행했던 학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장내세균이 평생의 동반자이며 건강의 중요한 결정인자로 알려지면서 나만을 위한 음식이 아니라, 이들을 위한 음식도 먹어주어야 한다. 채소, 섬유질, 저항전분, 프리바이오틱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이는 우리가 소화시켜 흡수하는 음식이 아니다. 바로 우리 뱃속의 작은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먹이이다. 좋은 먹이를 주면 그들도 좋은 것을 만들어 내게 돌려준다.

​4. Where – 어디서 먹을 것인가?

엄마밥이 보약이다.

​음식 알레르기나 음식과 연관된 트러블이 있는 환자에게 음식 처방을 할 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먼저 본인이 직접 만든 집밥을 먹고, 그게 어려우면 엄마밥, 만약 그것도 불가능하면 집 근처에 괜찮은 반찬가게를 하나 정해서 먹으라는 말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수많은 재료들의 합이다. 판매를 위한 음식이 아니라 사랑과 정성으로 만들어진 음식이 최고다.

​애드립을 피해라. Ad Libitum (at one’s pleasure or as you desire)이란 말이 좀 낯설겠지만 애드립이란 말은 모두 들어 보았을 것이다. 대본에 없는 말을 배우가 즉흥적으로, 마음 내키는 대로 할 때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의학 논문에서 이 단어를 훨씬 자주 접한다. 실험실에서 음식을 마음껏 먹게 한 쥐를 보통 Ad Libitum군이라고 한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도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을지 모른다. 무제한 리필, 뷔페식당, 24시간 편의점. 우리는 원하면 언제든, 마음껏 먹을 수 있다. 가끔의 외식은 좋지만 밥은 집에서 먹어야 한다.

​5. How – 어떻게 먹을 것인가?

​잘 씹어 먹어야 한다.

​나도 밥을 빨리 먹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빨리 빨리’가 습관이 되어 10분 식사가 아직도 몸에 배어 있어 조금 오래 씹으려고 해도 잘되지 않는다. 인류는 식재료를 가공하고 불을 이용하게 되면서 음식의 에너지 효율이 급격히 상승하게 되어 먹는 시간, 즉 씹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게 되었다. 또한 이로 인해 인류는 뇌라는 커다란 혜택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인류의 치아 중 씹고 가는 용도의 치아가 가장 많은 이유는 거친 음식을 먹고, 오래 씹으라는 이유이다. 음식 소화의 첫 번째 단계는 오래 씹는 것이다. 씹는 과정에서 커다란 음식이 작게 변하는 기계적 소화가 시작되고, 또한 침 속의 첫 번째 소화효소인 아밀라제(amylase)에 의한 화학적 소화도 이루어진다. 소화기 계통의 문제를 가진 환자들 중 잘 씹지 않는 분이 매우 많다. 그래서 가끔은 오래 씹는 것 하나만으로도 건강이 많이 좋아지는 분들도 있다. 몸에 좋은 현미도 씹지 않고 그냥 삼키면 소화가 되지 않아 영양실조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음식을 천천히 먹는 아이는 스스로 건강을 지킬 줄 아는 아이이다. 그런데 사회가 아이들에게 빨리 먹기를 바랄 뿐이다.

구운 고기보다는 끓인 고기가 좋다.

​채식이 좋으냐? 육식이 좋으냐? 라는 문제는 참 오래된 논란거리이다. 그러나 요리의 인간 (cookivore)이란 관점에서 보면 채식과 육식이라는 원재료보다는 어떻게 요리를 해서 먹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최근 최종당화산물(AGE, advanced glycation end-product)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이 물질이 당뇨의 합병증, 만성염증. 노화 등 우리 몸을 병들고 아프게 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다. 이 최종당화산물을 많이 만드는 방법이 고열을 이용하여 굽거나 튀기거나 태우는 것이다. 그러면 재료의 색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고소한 맛이 만들어지게 된다. 바삭한 빵이나 쿠키, 직화구이 등은 우리가 모두 좋아하는 음식이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서라면 기름에 빠진 닭(치킨) 보다는 물에 빠진 닭(백숙)을 권하고 싶다.

​6. Why – 왜 먹을 것인가?

​음식은 약이자, 매일의 삶이고, 철학이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먹기 시작하고, 죽음에 이르러서야 이 반복적인 행동을 멈추게 된다. 건강이라고 하는 것이 일생동안 하나의 궤도를 그리며 간다고 한다. 그래서 삶의 초반에 건강한 궤도를 만들면 삶의 후반에 많은 질병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좋은 음식 습관이 훌륭한 선수가 되는 밑바탕이 될 수도 있고, 선수생활을 오래도록 유지시켜 주는 수단이 될 수도 있으며, 은퇴 이후 건강한 삶의 초석이 될 수도 있다. 건강을 위한 비결은 따로 없다. 삶에서 나쁜 습관 하나를 빼고, 건강한 습관 하나를 채우는 것이다. 먹고 마시는 것도 습관이다. 그리고 그 습관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자신만의 철학이다. EATomology. 나만의 먹는 철학을 만들어 보자.

​음식에 대한 접근, 환원주의적 접근과 전체적 접근

​음식에 대한 접근방법도 동서양 또는 학자들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환원주의 과학에서는 음식을 영양소로 분해한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으로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언젠가부터 어떤 음식 자체보다는 그 음식에 포함된 영양소로 그 음식의 가치를 판단하곤 한다. 또한 음식 대신 영양제를 섭취하며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영양학적 접근이 과학을 논할 때는 큰 도움이 되지만 우리의 실제 삶에서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프랑코 코치가 말하는 3가지 성공조건

​영양학이 답이라면 우리가 굳이 음식을 먹어야 할까? 그냥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영양소들의 조합물을 먹으면 될 것이다. 반면에 일물전체, 신토불이 등 음식에 대해 통합적, 전체적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주로 동양의학이나 전통의학의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채소를 먹어도 잎채소, 뿌리채소, 줄기채소를 골고루 먹고, 계란, 멸치 등 생명체 전체를 섭취하는 것이 어쩌면 좀 더 적합한 식이법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영양학이라는 말보다는 식학, 또는 음식철학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당신은 당신이 먹은 것들이 먹은 것이다.

​음식에 대한 고민하다 보면 마지막 종착역은 항상 먹이사슬(food chain)인 것 같다. 어린 시절 생물시간에 배웠던 내용이다. 식물은 작은 동물이 먹고, 작은 동물은 커다란 동물이 먹는 형식이다. 그리고 그 사슬의 최상위에는 바로 인간이 있다. 그런데 인간을 먹는 또 다른 포식자가 있다. 바로 모유를 먹는 아기이다. 최근의 연구들을 보면 환경오염이 먹이사슬을 통해 아이들에게 가장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환경오염의 문제는 먹는 것의 시작이자 끝이고, 핵심이다. 음식으로 건강해지려면 주변을 둘러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먹는 것’(food)이 아니라 ‘먹는다는 것’(eat)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보는 방법, 즉 관점을 바꾸면 때론 모든 것이 달라지기도 한다. 많은 분들이 건강하게 먹는 습관을 만드는 데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야구 5호(2021년 1/2월호)에 소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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