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묻고 이종열 위원이 답한다 (2) “같은 포지션에서만 훈련을 해서 불안합니다”

4번 타자로 계속 나오면 4번 타자답게 성장하고, 8,9번만 계속 하면 딱 8,9번에 맞는 타자가 되어 버린다는 말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군가에 대한 믿음이나 기대가 실제로 나타나는 경향을 일컫는 일종의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종열 위원님의 말씀처럼 어릴 때 잘하는 몇 가지 능력만으로 쉽게 판단해서 선수의 능력을 한계짓지 말았으면 합니다.

“같은 포지션에서만 훈련을 해서 불안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유소년야구를 체험한 것에 대해 감사하는 부분이 바로 그 대목입니다. 처음 경기를 보는데 정말 말도 안되는 선수기용을 하는거에요. 중요한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는 투수나 유격수, 중견수 이런 자리에 딱 봐도 실력이 모자라 보이는 아이가 서있는 겁니다. 심지어는 장애가 있는 아이도 투수를 시켜요. 우린 아무래도 이기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포지션을 고정하는 경향이 많죠.

하지만 아이의 한계는 모르는 겁니다. 특히 어릴 수록 그렇죠. 우익수도 시켜보고 투수도 시켜보고 여러 포지션을 다 경험하도록 해주어야죠. 타자도 1번에만 놓으면 그냥 1번타자가 됩니다. 4번에서 계속 기회를 주면 4번타자로 성장해요. 8번이나 9번에 놓으면 딱 8번, 9번에 맞는 타자가 되어버리고요.

어떤 아이가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주로 그렇게 단점에 초점을 많이 맞추죠. 못하는게 보이면 ‘아. 우리 애는 야구에 재능이 없구나’ 이렇게 단정짓는 분들이 많으세요. 던지는 게 조금 부족해도 방망이에 소질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프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너 그것만 고쳐봐라’ 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9개의 장점을 놔두고 1개의 단점을 고치려다 야구를 접는 경우가 은근히 많습니다. 낙수물에 바위가 깨지듯이 이런 모임 등을 통해 서서히 변화가 생겼으면 합니다. 설사 지금 아이들은 혜택을 못받더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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