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버메트릭스의 본질은 근거기반

애슬릿미디어 신동윤 이사님의 글을 모셔왔습니다. ‘근거기반’은 최근 의학, IT프로그래밍 등에서 자주 다뤄지는 개념입니다. 야구계도 과학적 선수육성을 지향한다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접근법이라 생각합니다. (출처 : 신동윤 이사님 페이스북)


세이버메트릭스의 본질은 숫자가 아니다. 그건 [근거 기반]이라는 원칙이다. 관행, 관습, 전통, 권위, (한 개인의) 주관적 경험 대신, 객관적 근거가 뭐냐를 묻자는 원칙이다.

세이버메트릭스가 야구를 변화시켜왔다면, 그건 숫자의 마법이 아니라, “당신 야구 해봤어?”라고 묻지 않고 근거에 기반한 협업이 가능해지면서 — 협업이 이전에는 야구 밖에 있던 다양한 전문성, 재능, 열정을 야구 안으로 끌어들이며 새로운 에너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객관적 근거란, [반증가능성]을 말한다. “내가 해봤더니 잘 되더라”는 것도 근거라면 근거다. 하지만 그건 반증될 수 없다. 그가 그랬다는데 뭘 어떻게 반증하나. 하지만 상황이 다르고 조건이 다르고 주체가 다르면 그게 재현될 수 있을까. 모른다. 해서, “내가 해봤던 경험으로는” 으로 시작하면 항상 최종 결론은 같다.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뭐, 그냥 “잘” 하라는거다.

야구를 즐기는 것은 당연히 주관적인 경험이다. 뜨겁다. 게다가 편을 가른다. 이런 것이 합쳐지면 [반지성주의]가 자란다. 결과론과 진영논리(팬덤우선주의=팀아일체=내로남불=우리아가들우쭈주)에 휩싸이기 쉽고, 갖가지 마녀사냥, 희생양찾기 등등이 횡행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해롭지만 사회적로는 별로 그렇지 않은거 같긴하다. 그들이 일단 야구를 벗어나는 순간, 매우 정상적이고 건전한 시민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만큼 심한건 아니지만) 예비군복과 약간 비슷하다랄까.

그런데, 야구통계란 것이 자리잡아가며 나름 이 야구팬질.에 관한 재미있는 밸런스가 만들어진 부분이 있다. 실은 세이버메트릭스 이전부터도 [통계]는 야구경험의 절대적 기초다. 일년내내 전경기를 본다해도 OPS.850타자와 OPS.780 타자를 기억으로 가려내는건 보통 불가능하다. 누가누가 잘친다는 [주관적 기억]조차 상당부분 이미 통계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것들이 팬질의 감성과 분석의 이성 사이 밸런스를 만든다. 또 승패가 [객관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 사이비 반지성주의가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토양이 된다. 설명이 그럴듯하고 혹하면 뭐하냐, 판판히 지는 꼴을 2달만 봐라. 누구든 그걸 버릴수 밖에 없다.

근대의 스포츠는 시민에게 규율와 협동을 교육하는 목적으로 활용된 면이 있던거 같다. 전체주의적 경도도 없진 않았지만 그보다는 [자유로운 개인의 자발적 팀플레이]란 가치도 갖고 있었다.

혹시 2017년 현재 [세이버메트릭스]는 정보와 지식에 대힌 비판적 수용을 배우는 도구일 수 있지 않을까. [반지성주의]와 [세이버메트릭스]가 한몸이 되는 것은 — “상황에 맞는 타격”과 “강한타구”가 한몸이 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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