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관리인 양성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일본의 야구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 눈에 띄는 광경은 그라운드 정비시간에 쏟아져 나오는 꽤 많은 관리인들의 모습이었다. 빠른 걸음으로 달려나와 각자의 위치에서 정성껏 땅을 고르는 경기장 관리인들의 모습은 묘한 경외감을 느끼게 했다. 그 중 상당수는 연세가 지긋하신 할아버지들로 보였다.

(2015년 8월 일본 오카자키에서 열린 세계 소년야구대회 한일전의 경기장 정비 풍경. 대충 어림잡아도 15명 정도의 인원이 땅을 고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오래 전부터 그라운드가 경기력에 미치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문 그라운드관리인Groundkeeper을 양성하고 있다. 동작의 특성에 따라 마운드와 내외야의 상태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관리 방법도 점차 세분화되어 가는 추세다. 관련 산업도 발달해서 미국과 일본의 프로리그와 학생야구의 경기장들은 전문 관리회사를 통해 운영된다. 해마다 열리는 미국코치협회의 컨벤션에서도 그라운드 관리를 하나의 주제로 다루며 정보를 나누고 있다. 올해는 ‘내야의 이물질을 관리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그라운드 관리업체인 Turface사의 홈페이지 메뉴들. 내야와 외야,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우천시나 토너먼트 대회를 위한 관리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주말 주말리그 경기를 위해 구의야구장을 찾은 선수들은 밤새 내린 비로 엉망이 되어버린 그라운드와 만나야 했다. 이때 그라운드 정비를 위해 나선 분들은 전문 관리인이 아니라 그날 경기의 심판들이었다. 심판들은 팔을 걷어 붙이고 손수레에 흙을 담아 경기장 곳곳에 뿌리며 분주하게 경기를 준비했다. 경기장에 뿌려진 흙을 고르는 일은 경기를 앞둔 선수들의 몫이었다. 각 베이스마다 선수들 몇 명이 끌개를 들고 마른 흙과 젖은 흙을 섞어나갔다. 마운드의 높이를 정교하게 다듬거나 내야 곳곳의 상태를 꼼꼼하게 살피는 작업은 기대할 수 없었다. 그저 경기를 치르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는데 만족해야 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그라운드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몇몇 구단은 메이저리그의 전문가를 초빙해 노하우를 전수받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우리나라 학생야구의 여건 속에서 제대로 된 그라운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상급단체의 지원이 없다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프로구단이 야구산업 전체의 성장을 위해 연고지의 경기장만이라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욕심일까? 경기가 벌어질 때마다 관리인을 파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라면 각 경기장의 관리 담당자들과 정기적으로 교류하며 관리기법을 전해주는 작은 관심이라도 바래본다. 정비에 필요한 인력도 일본의 사례처럼 학생야구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실버 세대를 파트타임 형태로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큰 재정적인 부담 없이도 해결가능할 수 있다. 그러면서 서서히 그라운드관리라는 영역을 전문직업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야구계 전체를 봤을 때도 의미가 있는 과정이 된다. 산업이 성장한다는 것은 곧 그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 직업이 많아진다는 것이고, 어떤 일이 직업화된다는 것은 경험과 지혜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며 발전하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심판과 선수들이 부랴부랴 땅을 고르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참으로 안타까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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