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 먹어! 초구부터 쳐! 볼 쳐도 돼!” (김광영, 천안북중)

우리야구 6호에 게재된 천안북중 김광영 감독님의 인터뷰입니다. 우리야구 유튜브에서도 인터뷰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 최승표 (우리야구협동조합 대표)
정리 : 박재연 (우리야구협동조합 취재팀)

Q 중학교 시기가 사춘기를 지나는 과정이다 보니 학생들이 정서적으로도 민감하고 일탈 욕구가 강하게 올라오는데요. 그런 부분들을 지혜롭게 다루는 것이 중학교 지도자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수 한 명 한 명과 편하게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상담을 하다 보니 아이들이 부모님께도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부모님께 전화 드려서 아이의 고민에 대해 함께 소통 하곤 합니다. 제 자신도 부족했고, 후회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은 후회를 남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Q 마음도 그렇지만 몸도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기라 관절이나 신체의 여러 부분이 불안정한 시기인데요. 특히 감독님께서 몸이나 트레이닝에 특별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도를 하신다고 들어서 어떻게 몸을 관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아직까지는 공부하는 과정입니다. 원래는 트레이닝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사회 복무요원을 하면서 트레이닝에 빠져서 열심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2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시 입단테스트를 보면 날아오는 투수의 볼은 치지 못해도 배팅볼은 잘 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덩치는 컸지만 멀리 치는 타자는 아니었는데 열심히 트레이닝을 한 결과 2년이 지나니까 티배팅을 하면 15개 중에 13~14개가 넘어가더라고요. 효과를 실감하고 제대로 트레이닝을 공부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처음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했는데, 초등학생들은 몸이 발달이 안 돼서 트레이닝을 시킬 수 있는 단계가 아니더라고요. 중학교 와서는 웨이트장은 따로 없지만 학교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셔서 여러 트레이닝 기구를 마련해서 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여기 중학교 선수들도 생각대로 따라와 주지는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힘이 없어서 혼돈이 왔습니다. 그리고 트레이닝의 기본은 스쿼트와 데드리프트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아이들은 자세가 나오지 않습니다. 누워서 핸드폰도 많이 하고, 게임도 많이 하다 보니까 걸을 때 보면 다들 등이 굽어 있어요. 역도 선수들이 힘을 쓸 때 보면 허리와 가슴이 쫙 펴지는데 아이들은 야구에도 무척 중요한 힙힌지(hip hinge) 자세가 한 명도 되지 않았어요. 척추가 일자로 펴지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두 달 동안 무게를 들지 않고 힙힌지 자세만 계속 시켰습니다.”

Q 그렇게 꾸준하게 시키니 자세가 나오던가요?

​“골반이 뻣뻣한 아이들은 쉽게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두 달이 지나니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스쿼트 자세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코어도 펴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세가 좋아지다 보니 이제는 중량도 조금 칠 줄 압니다. 중학생들이 성인구장을 쓰잖아요? 그러다보니 부상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보강이나 재활운동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단체로 밴드운동이나 고관절운동도 많이 시켜주고, 공 던지고 나면 어깨 블레이드랑 어깨 재활운동을 하라고 계속 지시 합니다. 메디신볼 던지기 연습도 배팅연습 중간 중간에 조를 나눠서 시킵니다.”

Q 중학생들이 시기적으로 많이 아픈 때인데요. 부상 관리에 대한 원칙을 세워 두신 게 있으신지요?

​”당장 내년에 프로를 가는 친구들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휴식을 길게 주는 편입니다. 웬만하면 다 나을 때까지 쉬라고 합니다, 시합이나 팀이 돌아가고 안돌아가고 하는 건 나중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참고 운동 한다고 해서 얼마나 좋아지겠어요? 아프다고 하면 무조건 병원부터 보내고, 할 수만 있다면 엑스레이보다는 돈이 더 들더라도 MRI로 정밀 검사도 하라고 권합니다. 심리적으로도 아이들이 괜찮다고 생각해야 회복도 빠르다고 생각 하거든요. 일단 본인이 안 아프다고 할 때까지 최대한 쉬게 해주는 편입니다.”

Q 감독님 어릴 때 선수 생활할 때와는 다르게 접근 하는 것이 있으실까요?

​“지도자 입장보다는 선수의 입장을 조금 더 생각하면서 지도합니다. 시합 때나 연습 때나 그냥 삼진 먹으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서서 공을 보고 나오는 걸 싫어해요. 아이들이 잘 치려고 하다 보니까 공을 보는 게 항상 신중해집니다. 볼을 쳐도 안타가 될 확률이 있는데 아이들은 항상 좋은 공, 가운데 공만 치려고 해요. 그런데 정작 투수들은 치기 좋은 공은 던져주지 않거든요.

투수들도 겁먹어서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더라구요. 투수들에게는 볼이어도 되니까 강하게 던지라고 주문합니다. 타자들에게는 땅바닥에 떨어지는 공도 헛스윙해도 되니까 돌려보라고 하구요. 그렇게 돌려봐야 볼인지 스트라이크인지를 알게 된다고 말해줘요. 그랬더니 정말 삼진이 많아지더라고요.(웃음) 후회하진 않고요. 그렇게 스윙을 해봐야 나중에 고등학교 가서도 성장하게 되고, 어느 순간 배트가 나가다가도 멈춰지지 않겠습니까? 저는 그래서 타격 이론보다는 강한 스윙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투수들도 처음에 시합을 하는데 볼넷이 14개인가 나오더라고요. 게임을 할 수가 없었죠. 그후로 아이들에게 컨트롤을 잡으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스트라이크를 넣으려고 하다 보니까 더 볼이 되는거예요. 그냥 강하게 던지라고 했습니다. 강하게 던지다 보니까 나름 대로 공을 놓는 포인트도 생기고, 점점 비슷 비슷하게 들어오다가 이제는 볼넷이 5개 미만이 되더라고요. 많이 줄었습니다.”

Q 단지 마인드셋을 바꿔줬을 뿐인데 제구력이 향상되었다는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아이들은 폼을 교정하는 것보다 멘탈 쪽으로 잡아주었을 때 더 크게 영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선수생활을 할 때 타석에서 폼을 굉장히 많이 신경 썼거든요. 폼 만들다가 선수생활이 끝났어요. 공은 몇 초도 안 돼서 들어오는데 타석에 들어가서도 폼만 생각하고 있으니 공을 칠 수가 없었죠. 고민하는 아이들은 옆에서 볼 때 티가 나요. 제가 그랬거든요. 너무 못 치다보면 불안해져요. 잘 보여야 시합에 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불안 해지면 폼도 움츠러들어요, 삼진을 먹다보면 폼이 작아지고요. 맞추려고 하는 거죠. 그런데 맞추려고 하면 공이 더 안 맞아요.

​그럴 때 저는 무조건 초구와 2구에서 승부를 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스윙이 파워풀 해지더라구요. 별거 아닌 말일 수도 있는데, ‘삼진 먹어. 초구부터 쳐. 볼 쳐도 돼.’ 이런 말들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삼진 먹으면 혼날까봐, 잘 치고 싶어서 좋은 공만 기다리는 소극적인 태도를 깨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세게’가 아니라 ‘강하게’를 강조하는데요. 강하게 치다보면 스윙도 커지고, 투수도 강하게 던지다보면 투구폼이 커지거든요. 그렇게 연습을 하다보면 자신만의 파워 포지션이 생기게 됩니다. 타이밍은 잡아주긴 하는데 폼에 관해서는 막 붙들고 이야기하는 편은 아닙니다.”

Q 훈련모습을 보다가 살짝 놀란 게 보통의 야구부들은 한꺼번에 하는 연습이 많은데요. 천안북중 선수들이 구석구석에 나눠서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한쪽에선 배팅치고, 한쪽에선 캐치볼을 하고, 또 한쪽에선 트레이닝 관련 운동을 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보통 4개조로 나눠서 훈련을 시킵니다. 배팅치는 아이들은 얼마 안 되고요. 보통 3~4명으로 자르고, 트레이닝 시간을 별도로 빼지 않고 로테이션을 돌리며 계속 운동을 하는 방식으로 훈련계획을 짭니다. 제가 스케쥴표를 뽑아서 붙여놓으면 아이들이 와서 봅니다. 자신이 몇 조인지, 오늘 뭘 하면 되는지 알고 알아서 합니다. 자연스럽게 로테이션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코치님들도 편하고 저도 편합니다.

​히어로즈에서 선수생활을 할 때 송지만 코치님으로부터 배운 방식인데요. 팀훈련이 10시면 한 시간 일찍 나와서 개인운동을 하는 겁니다. 길게 하지는 않고 타이트하게 하는 거예요. 혼자 티배팅 연습을 집중력 있게 하는데 저한테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해 성적도 좋았고요. 그래서 제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때 아이들에게도 한번 해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실행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한 명을 붙잡고 시켰어요. 시켰다기보다는 일단 한번 나와보라고 했죠. 그때 시작한 아이가 아직까지 계속하고 있고 점점 인원이 늘었습니다.“

​Q 처음에는 선수들이 무얼 해야할지 혼란스러웠겠는데요?

​“그래서 처음에는 드릴을 만들어줬어요. 저는 폼을 만드는 연습으로는 티바에 공을 올려놓고 하는 연습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날아오는 공을 칠 때는 항상 강하게 치기 위한 스윙을 하고, 폼을 교정하고 싶을 때는 티바에 올려놓고 연습하는 게 좋다고 보는데요. 길게도 말고 그냥 20~30분만 하라고 합니다, 그것도 힘들면 30개 정도만 쳐도 된다고 했어요. 그렇게 6~7개월이 되가니까 이젠 연습 시간이 30~40분으로 늘어 나더라고요. 그렇게 한 명이 꾸준히 하다보니까 방망이가 좋아졌어요. 잘 치니까 또 한 아이가 나오게 되고 이제는 대부분 나오는 게 습관이 되더라고요. 40분은 넘기지 말라고 합니다. 그 정도 시간을 넘기면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습니다.”

​Q 선수 지도에 관한 정보는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학교 지도자분들이랑 레슨장 지도자분들이 별로 안 친한 분위기가 있는데요. 저는 레슨장 지도자분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합니다. 통화를 하면 40분씩 할 때도 많고요. 학교 2년 선배인 썩코치님을 찾아가서 저희에게 없는 훈련도구들도 보고 좋은 이야기도 들으며 많이 배웁니다. 또 거기는 트레이닝 선생님도 계시니까 좋은 정보도 얻을 수 있고요. 여러 곳을 다니면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듣는 편입니다. 좋은 도구가 있다고 하면 무조건 찾아가서 직접 해보고요. 배트센서도 들여와서 한 달에 한 번씩 측정하고 있습니다. 힘이 부족한 아이들은 트레이닝 쪽으로 조금 더 힘을 기르게 하는데 센서가 도움이 많이 됩니다.”

인터뷰 : 최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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