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모든 위대한 순간은 두 번 일어난다” (다니엘 코일)
닉 윈클먼Nick Winkelman의 책 <The Language of Coaching : The Art & Science of Teaching Movement> 서두에 있는 다니엘 코일의 추천사입니다. 다니엘 코일은 <탤런트 코드>라는 책으로 우리나라에도 꽤나 알려져 있는 작가인데요. 묘한 감동이 있어서 옮겨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승리의 순간이다. 숨실 수 조차 없는, 전율의 시간! 승부를 결정짓는 골을 넣었을 때, 몸을 날려 안타가 될 타구를 잡아냈을 때!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하이라이트 영상에 잡히는 순간들이다.
찬란한 조명 아래 벌어지는 그러한 순간이 지나면 스포츠의 위대한 순간이 또 한번 기다리고 있다. 선수와 코치 사이의 은밀한 축하의 순간이다. 둘은 서로 주먹을 부딪히거나 포옹을 한다. 아니면 그저 서로를 향해 지긋이 미소를 짓는다. 바로 그 순간. 둘 사이에는 아무 말도 오가지 않는다. 말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단지 서로만 알고 있는 진실만이 존재한다.
“우리가 해냈어!! 우리가 해냈어요!!”
첫 번째 순간, 승리의 순간은 짜릿하다. 우리가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유다. 하지만 나는 두 번째 순간을 더 사랑한다. 그것의 감동이 훨씬 더 크다. 선수와 코치 사이의 모든 여정들이 그 순간에 담겨 있다. 때로는 서로에게 미치거나 분통이 터지고, 고통스러우면서도 영감을 주는..
그런 행복한 장면을 목격할 때마다 하나의 질문이 올라온다. “그러한 순간을 더 자주 겪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
“위대한 코칭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이것이 바로 이 책이 다루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나 전통적으로, 위대한 코칭은 일종의 마법처럼 여겨져 왔다. 선수를 보는 날카로운 눈과 직관,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루는 탁월한 능력 등 특별한 마법을 가진 특별한 코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존 우든이나 롬바르디, 스텡겔, 포포비치 등이 바로 그런 마법사들이다. 이런 사고방식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코치를 일종의 마법사처럼 여기는 풍조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우선, 그런 사고방식은 과학적이지가 않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의사, 엔지니어, 건축가를 비롯한 모든 전문가 영역의 전문 기술들은 증거기반evidence-based의 연구들, 그리고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방법론에 토대를 두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코칭 문화는 미스테리하게도 상당부분 과학과는 동떨어진 영역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코치들은 완전히 믿을 수는 없는, 명료하지 않은 전통과 직관, 그리고 자신이 경험한 일화들에 의지해 왔다. 물론 때로는 그것들이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하지만 깊게 파고들면 그것들은 명료하지가 않다. 이런 사고방식 속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들도 불확실성의 메아리 속에 흐릿하게 사라지게 된다.
“연습을 디자인하는 최고의 방법은 무엇인가?”
“선수에게 피드백을 주는 최고의 방법은 무엇인가?”
또 하나는, 마법사를 추종하는 그런 분위기가 무분별한 모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성공한 코치가 선수에게 소리지르는 모습을 본다면 자연스럽게 그런 방식이 최고의 코칭법이라고 믿게 된다. 또 다른 성공한 코치가 선수에게 조용히 속삭이는 모습을 보면 또 그 방식이 옳다고 여기게 된다. 또 다른 성공한 코치가 선수와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을 본 어린 코치는 그것이 옳다고 가정하게 된다. 하지만 과연 어느 방식이 정말 옳은 방식인가?
다행히 더 나은 방식은 존재한다. 새로운 세대의 연구자들, 그리고 과학의 세계와 코치의 역할 사이에 다리를 놓아온 많은 코치들 덕이다. 그것을 가장 성공적으로 해온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닉 윈클먼이다.
나는 2017년 9월에 애리조나의 한 호텔 미팅룸에서 윈클먼을 만났다. 그는 당시에 내가 컨설팅을 하고 있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팀에 강연을 진행했다. 빅마켓팀과는 달리 인디언스는 돈으로 재능있는 선수를 살 형편이 아니었다. 재능을 스스로 만들어야 했다. 그렇기에 코칭을 제대로 이해하고 팀 전체의 코칭능력을 향상시키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미팅룸에는 구단 운영팀, 육성파트 직원들은 물론 단장과 사장까지 50명 정도가 윈클먼의 강의를 듣기 위해 모여 있었다. 대다수는 윈클먼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럭비 쪽에서 일했으며, 퍼포먼스 트레이너의 경험이 있고, 운동학습motor learning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것, 그리고 주의초점attentional focus와 코치의 큐cue에 관한 몇 가지 흥미로운 연구를 했다는 정도였다. 방 안에는 기대와 약간의 회의적인 분위기가 섞여 있었고 그렇게 위클먼은 강연을 시작했다.
“경기에서 적응능력이 좋은 선수를 만들려면 우리 역시 적응능력이 좋은 코치가 되어야 합니다.”
윈클먼은 이렇게 말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이틀에 걸쳐 윈클먼은 선수와 코치의 관계 속으로 청중을 초대해 지도를 그려나갔다. 가브리엘 울프의 내적큐internal cue와 외적큐external cue에 관한 연구로부터 시작해, 연습을 디자인하는 방법까지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수준 높은 이야기까지 채워나갔다. 명확하고 실천가능한 아이디어들을 전달했다. 그의 이야기는 인디언스팀을 사로잡았고, 유용했으며, 마음을 확장시켜 주었다. 나는 윈클먼에게 다가가 책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미 시작했어요.”
바로 그것이 이 책이다. 나의 설명은 굳이 필요없을 듯 하다. 직접 읽으며 그가 한 일들을 맛보기를 바란다. 하지만 두 가지 조언만 하고 싶다. (1) 연필이나 형광펜을 들고 읽기를 바란다. 노트를 하고 싶은 순간이 많을 것이다. (2) 당신의 삶에서 소중한 코치의 목록을 적어보라. 그 분들에게도 이 책을 전하고 싶을 것이다.
보다 넓은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정말 딱 정확한 타이밍에 등장한 책이다. 스포츠의 세계는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의 데이터혁명은 급격하게 선수와 코치의 관계를 재규정하고 있다. 이제는 주말 골퍼와 취미로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전문프로선수들도 10년 전에는 접하지 못했던 높은 수준의 퍼포먼스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코치는 아래의 질문에 빨리 답을 구해야 한다.
“선수가 정확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코치는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가?”
“인공지능은 코칭이 가능할까?”
“코칭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어떤 코치는 데이터 혁명이 코칭의 종말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한다. 나는 반대라고 주장하고 싶다. 코치의 역할은 훨씬 더 가치가 커지고 있다. 코칭 모델이 스포츠에서 시작해 비즈니스와 다른 삶의 영역으로 점점 확장되어 가는 모습이 바로 그 증거다. 멀지 않은 미래에 모든 사람들이 일과 관계, 건강, 영양, 리더십 등 개선을 원하는 모든 영역에서 자신을 안내해 줄 코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위클먼이 탐구하는 질문들은 미래에 우리를 안내해 줄 바로 그 질문들이다.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도록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
“어떻게 장애물을 인식하고 극복하도록 도울 것인가?”
이런 질문들은 스포츠를 위한 질문이 아니다. 삶을 위한 질문이다. 우리가 이런 질문들을 탐구해 나갈 때 위클먼이 이 책을 통해 전하려고 하는 더 큰 교훈들을 배우게 될 것이다.
마법은 코치가 누구냐에 있지 않다. 코치가 무엇을 하느냐에 있다.
다이엘 코일
<탤런트 코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