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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력’에 대한 착각

코끼리야동클럽에서 다룰 내용에 대한 공부를 조금 하려고 전문성 연구의 대가인 앤더스 에릭슨 박사의 책 <1만시간의 재발견>을 읽어 보았습니다. 흥미로운 대목이 있어서 나누고자 합니다.

운동하는 애들한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님들도 자주 하시구요.

“운동할 때처럼 다른 일을 하면 뭘 못하겠어?”

운동을 하며 길러낸(?) 의지력이나 끈기 등이 다른 일을 할 때도 그대로 사용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하지만 에릭슨 박사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냉정하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그건 야구할 때나 그렇지.”

제가 2년 가까이 코끼리야동클럽을 진행하며 꽤 많은 미국 야구코치들의 강연들을 접했습니다. 그런데 소위 말해 ‘열정’이니 ‘의지’니 하는 말들을 사용하는 것을 거의 보질 못했습니다. 그들은 선수들에게 열정과 의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툭하면 머리 밀고 오라고 하지 않구요. 그들은 화살을 자신에게 돌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어떻게 하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방법들을 탐구하고 실험합니다.

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의지나 인내 등의 자질이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야구 관련된 많은 일들이 있다고 선수와 부모들을 위로하지만 제가 볼 때는 오히려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야구로 진출하는 것이 더 쉬워보입니다. 경영을 전공한 사람이 야구단 프런트와 협회로, 통계와 수학을 공부한 사람이 전력분석원으로, 법과 상담의 맥락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 에이전트가 되는 것이 저에게는 더 당연해 보입니다. 저라면 야구를 했다는 이유로 무작정 그런 분야에 선출을 뽑지 않을 겁니다.


“일단 머릿속에서 치워버려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오랫동안 강도 높은 훈련 일정을 지속한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은 갖지 못한 남다른 의지력이나 ‘투지’, ‘악착같은 끈기’ 같은 드문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러워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오류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매우 설득력 있는 이유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작용하는 일반적인 ‘의지력’이 존재한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철자암기대회를 위해 무수히 많은 시간을 공부하는 ‘의지력’을 가진 학생이 피아노나 체스, 야구 등을 연습할 때도 같은 정도의 ‘의지력’을 보여주리라는 증거 같은 것은 없다. 오히려 의지력은 매우 상황의존적인 자질임을 암시하는 증거가 있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영역에서는 열심히 하기가 쉽고 어떤 영역에서는 어렵다고 느낀다. 케이티는 10년 동안 체스를 공부해서 그랜드 마스터가 되었고, 칼은 6개월만에 포기했다면, 케이티가 칼보다 의지력이 강한다는 의미일까? 내가 케이티는 체스를 시작하기 전에 피아노 연습을 1년 만에 그만둔 반면, 칼은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노 연주자가 되었다고 말하면, 여러분의 대답이 바뀌지 않을까? 이런 상황의존성은 유전적인 ‘의지력’이 매일 하는 연습을 몇 달, 몇 년, 몇십 년 동안 지속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설명해준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중략)

내가 보기에는 의지력보다는 동기부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유익하다. 동기부여는 의지력과는 상당히 다르다. 우리 모두에게는 시기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동기부여 요인들이 있다. 그렇다면 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이 동기부여를 형성하는 요인인가?” 이다. 이런 질문을 함으로써 우리는 직원, 아이, 학생, 자기 자신의 의욕을 북돋을 동기부여에 관심을 집중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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