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구이언 29) “가만히 있어도 어린이가 야구를 하게 되는 시대는 끝났다”

다음 달 3일부터 일본에서는 U18 아시아 야구 선수권 대회가 열린다. 아시아 지역의 고교야구 선수들이 2년마다 어울리며 우정을 쌓고 실력을 겨루는 귀한 시간이다. 일본 역시 고시엔 대회에서 활약한 선수들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와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소집 기간이 짧아 하루하루가 소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일본 U18 대표팀은 지난 28일 초등학생을 초대해 <사무라이 재팬 아카데미>라고 하는 의미있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대학선발팀과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도쿄 진구구장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와 학부모 100여명이 초대를 받아 함께 연습도 하며 야구를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참가한 어린이들과 U18 대표팀 선수들이 관중석에 나란히 앉아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어린 친구들에게 동경하는 고시엔의 영웅들과 교감을 나누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프로구단인 요미우리와 야쿠르트에서도 강사를 파견해 행사를 지원했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로 오랜 시간 자리매김해 온 야구지만 그 저변을 넓히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 중심에 국가대표팀인 ‘사무라이 재팬’이 있다. 일본은 몇년 전부터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이름으로 야구국가대표팀을 통합관리하고 있다. 프로팀부터 대학, 밑으로는 U12 대표팀과 여자야구 대표팀에 이르기까지 연령별로 전임 코칭스태프를 운영하며 체계적으로 미래의 야구유망주들을 육성해 나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국가대표팀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국가대표팀을 중심으로 야구의 저변을 확대하고 야구계 전반에 가치있는 정보를 나누는 데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팀 지도자들은 정기적으로 아마츄어 지도자들을 찾아 ‘스킬업Skill-up 강습회’를 진행한다.

가장 어린 연령대인 U12 대표팀이 선수를 선발하는 방식 역시 색다르다. 지역 협회의 추천 외에도 ‘디지털 챌린지’라는 흥미로운 제도를 통해서도 대표팀 선수를 선발한다. 해당 연령대의 선수는 누구나 스마트폰 등으로 자신의 플레이 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려 대표팀에 도전할 수 있다. 코칭스태프들은 올라온 영상을 하나씩 살펴보며 선수들을 평가한다.

일본 국가대표팀의 주장이었던 미야모토 신야는 일본의 야구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걱정한다. 미디어의 발달로 다른 종목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과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일본의 야구 수준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 그래서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유치원과 학교를 다니며 어린 학생들과 야구를 즐기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출산의 파도에 직면해 있는 우리나라를 보면 올해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고3 선수들이 태어난 2000년에는 63만명이 태어났다. 10년 후인 2010년에는 47만명으로 줄어들었고, 작년인 2017년에는 30만명대로 급격히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야모토 신야는 ‘가만히 있어도 어린이가 야구를 하게 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이런 위기감을 일본 야구계는 공유하고 있으며 ‘사무라이 재팬’을 중심으로 어린 선수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도 U18대표팀의 나가타 유우지 감독은 초대받은 학부모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야구를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어린이를 야구와 친해지도록 이끌기 위한 야구 스타일 체육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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