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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레이 영상을 제작해 슬라이더 개발을 도와준 사례

오버레이 영상을 제작해 슬라이더 개발을 도와준 미국대학야구팀의 사례입니다. 제가 볼 때 최근에 널리 퍼지고 있는 데이터와 영상을 활용한 선수육성의 핵심포인트는 ‘분석’이 아니라 ‘관찰’에 있어 보입니다. 생각(판단, 평가)에서 벗어나 실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알게 된 사람의 마음에는 변화가 일어나기 마련이니까요.

“평가 없이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지성의 최고형태다.” – 크리슈나무르티


아래는 패스트볼과 커브를 던지는 우리 2학년 투수의 영상이다. 랩소도로 측정한 커브의 데이터도 볼 수 있다.

아래로 떨어지는 움직임이 별로 없는 슬라이더같은 공도 있고, 슬러브같은 느낌의 공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육안으로도 이 투수의 커브는 비록 움직임은 큰 편이지만 날카롭게 꺾여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손에서 떠날 때도 패스트볼과 확연히 다른 궤적을 보였기 때문에 쉽게 구분이 되었다.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구종이었다.

변화를 만들어 내기

눈으로 확인한 주관적인 측면과 랩소도 데이터, 두 피칭 영상을 겹쳐서 두 구종의 투구궤적 차이를 확인하는 오버레이overlay 작업과 같은 객관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해 우리는 이 투수에게 슬라이더를 개발해 볼 것을 제안했다. 나는 원래 그 제안을 주저하는 편이었다. 커브를 그렇게 오랫동안 던져온 투수가 새로운 슬라이더를 개발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팀의 다른 코치는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도움받을 데이터와 영상이 있었다.

이 투수는 도전을 시작했다. 목표는 패스트볼과 최대한 오랫동안 비슷하게 보이는 슬라이더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단 한번도 그 선수에게 공을 어떻게 던지라든지, 그립을 어떻게 잡으라든지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눴다. 꺾여 나가기 전에 최대한 오래 패스트볼과 비슷한 궤적을 보이는 슬라이더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흥미롭게도 이 투수는 커브와 똑같은 그립으로 슬라이더를 던졌다. 하지만, 최대한 패스트볼과 비슷한 궤적처럼 만들기 위해 쎄게 던지려는 의도를 가지고 공을 뿌렸다. 반복훈련을 통해 결국 그는 패스트볼과 꽤 오랫동안 비슷한 궤적으로 날아가는 슬라이더를 개발했다. 우리가 찾던 움직임이었다.

영상을 보면 두 개의 구종이 앞선 영상보다 훨씬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선수가 노력한 결과다. 투구의 궤적을 비교하기 위해 오버레이 영상을 만든 우리의 노력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새로 개발한 슬라이더는 앞선 영상의 커브만큼 릴리스포인트에서 위로 튀어나오면서 빠져나오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피치터널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지만 두 개의 구종이 변화가 일어나기 전까지 최대한 비슷한 궤적으로 보인다면 타자를 괴롭힐 수 있다는 믿음은 가지고 있다.

투구궤적을 표시한 오버레이 영상을 통해 선수들은 자신의 공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던지는 구종들이 언제쯤 다른 공으로 인식되는지 알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는데, 선수는 어떻게 던져야 할 지, 그립은 어떻게 잡을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가 없어도 자신이 목표로 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방법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이 투수는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았고, 왜 이 작업을 해야 하는지 알았고, 스스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연습을 했다. 모든 선수가 이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 선수를 돕고 조언을 해줘야 한다는 충동을 느끼는 코치들에게는 분명 흥미로운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가끔은 선수에게 목표를 제공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선수를 믿어주는 것이 코치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일 수 있다. 이 사례에서 투수는 스스로를 조직해서self-organize 원하는 구종을 만들어냈다.

앞으로

비록 개발한 공이 랩소도와 비디오 상으로는 좋아보여도 가장 큰 테스트가 남아있다. 겨울이 지나고 캠퍼스로 돌아와서 라이브배팅을 하면서 실제 타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 지 봐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말 발전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금 데이터를 측정하고 수정할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다. 1월이 되면 다시 피칭을 측정해 오버레이 영상을 만들고 스트라이크존 안에 얼마나 집어넣는지 랩소도로 데이터를 뽑아낼 것이다. 헛스윙을 얼마나 이끌어내는지도.

(원문기사 읽기)

Development of a Pitch Pai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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