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숙 안하고 전지훈련 안갑니다 (청구초등학교 손용근 감독님 인터뷰 1편)
Q. 감독님께서 아이들을 지도하는데, 가장 우선시 여기는 원칙이나 기준이 있으신지요?
A. 첫 번째는 부상입니다. 다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한테는 그것을 가장 우선시하고, 그 다음은 아이답게 운동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만족이 되면 아이들은 재미가 있습니다. 그게 안되고 프로처럼 기술을 가르치려 하니 혼돈이 많이 옵…니다. 프로에 갈 때 투수의 경우 팔꿈치, 어깨 수술 안한 아이들이 없다고 합니다. 안전이 우선입니다. 꼬마들은 안 다쳐야 합니다. 아이들은 다치면 성장하는데 문제가 생깁니다. 야구가 너무 커졌습니다. 화려한 것만 보다 보니 뒤의 것은 안보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Q. 그런 분위기이다 보니 부모님들이 원하는 바와 감독님께서 추구하는 방향이랑 안 맞을 때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 부분은 어떻게 조율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부모님께서 이기는 야구만을 하려고 하면 저는 안시킵니다. 될 수 있으면 아이들이 잘 못해도 경기에 참여시키고, 순환시키는 편입니다. 감독으로써 이기는 야구를 해야 할 때도 있기는 합니다. 다른 학교에서는 이런 식으로 하는데 하면서 왜 우리는 그런 식으로 안하냐는 부모님들의 요청이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요즘은 들어본 적이 없지만.. 부모님들에게 이 방법이 싫다면 다른 곳에서 시키라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다른 학교로 많이 보냈습니다. 많이들 나중에 후회하시더군요. 그렇다고 우리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뒤쳐지는 것은 아닙니다.
몇 일전에 우리학교에 장학사가 왔었는데, 장학사가 “이 학교는 회비가 왜 이렇게 작냐”고 오해를 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 100원을 받는데 50원만 받는다고 한 거 아니냐면서요. 우리는 야구부 회비를 벽에 붙혀놨습니다. 다른 학교의 반 정도 수준입니다. 코치가 있으면 좋은데, 아이들한테 많은 양을 한번에 집어 넣을 수는 없습니다. 자루는 작은 자루인데 어떻게 많은 양을 다 담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하다가는 결국 터집니다. 지도자들이 생각부터 바꿔야 하는데 잘 안되는게 현실입니다.
Q.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훈련이라든지 게임에서 아이들이 즐기면서 운동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감독님만의 방식이 있으신지요.
A. 지도방식은 저도 똑같습니다. 우리는 오후에만 연습합니다. 겨울에도 합숙은 안하고 전지훈련도 안갑니다. 보통 훈련을 한시 반부터 5~6시까지 진행하는데, 겨울이 되면 5시면 어두워집니다. 실내연습장에서 T볼 치고 마무리합니다. 11월부터 2월까지는 다른 때보다 좀 많이 진행하는 편입니다.
Q. 야간훈련은 안하시나요?
A. 그런 것은 없습니다.
Q. 훈련시간이 많다고 해서 아이들의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라고 보시는 건가요?
A. 짧은 시간이지만 기본적으로 할 것은 다 합니다. 연습이 부족해서 아이들 실력이 안 늘어난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기술적인 것들을 너무 요구하면 아이들이 머리가 아픕니다. 부모님들이 잘 깨달아야 합니다. 프로야구 선수들이야 TV에서 화려하고 기가 막히게 잘 잡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아이들한테 요구하면 안됩니다. 아이들도 어쩌다가 한번은 됩니다. 하지만 그 다음엔 안됩니다.
Q. 부모님들은 만족이 없는 것 같습니다.
A. 프로에 가도 1군에 가야 하고, 또 1군에서도 최우수 선수가 되어야 되니까 만족이라는 게 없지요. 아마 죽을 때까지 만족 못하실 겁니다.
Q. 아이들의 안전과 관련해서 따로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A. 펑고 받을 때는 무조건 안면마스크를 씁니다. 팀플레이 펑고를 할 때도 쓰게 합니다. 다른 데를 다치는 것은 좀 덜한데, 단단한 공이 날아와서 얼굴을 다치면 아이들이 엄청난 트라우마가 생깁니다. 다음엔 조금만 공이 날아와도 피해버립니다. 그러면 선수가 안됩니다. 야구선수가 공을 잡아야 되는데, 후유증 때문에 공만 오면 무서워하게 됩니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면 한대 맞더라도 그때만 잠깐 그렇지 괜찮습니다. 아이들 같은 경우는 어떻게든 잡으면 됩니다. ‘어떻게 어떻게 잡아라’라고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잡아서 던지면 되는 겁니다. 거꾸로 잡든 옆으로 잡든 잡으면 됩니다. 그런데 예쁜 자세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잡고 던지는 것이 반복되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기술이 자연스럽게 습득이 됩니다. 자기들 스스로 되는 겁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프로선수 자세를 만들면 안됩니다. 붕어빵 찍어내듯이 만들어 낼 수가 없습니다.
Q. 막 성장하는 아이들이다 보니 아픈 아이들도 가끔 생기는데요, 그럴 때 통상 지도자 분들은 휴식을 주는 것보다 참고 해야 한다는 극기심을 더 많이 요구하시는 것 같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어떠신지요?
A. 강한 정신력을 갖기 위해서 그렇게 시키는 경우도 있는데요. 여기는 아프면 무조건 안시킵니다. 아픈 부위에 따라 다르긴 한데, 다리가 아픈 아이들은 뛰지 않게 하고, 팔이 아픈 아이들은 공 던지는 것은 시키지 않습니다.(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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