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기 전에 선수와 교감하는 것이 우선 (이종열)

이제 막 코치생활을 시작한 새내기 코치와 이종열 코치의 대화를 담아보았습니다.

Q 타석에 들어가는 선수에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지 고민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A 선수에게 어떤 것을 지도한다기 보다는 선수가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게 코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타석에 들어가면 위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아마츄어일수록, 저학년일수록 더 그렇죠. 상대투수가 어떤 공을 잘 던지니까 무슨 구종을 노리라고 가르쳐줘도 실행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그냥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라고 말합니다. 타석에서 세 번의 기회가 있는데 초구부터 공략을 해봐야 파울이 되든 헛스윙이 되든 어떤 상황이 발생한다는 거죠. 그래야 다음에 대처할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그런데 초구 보라고 했는데 스트라이크가 들어와. 그럼 상대투수는 더 어렵게 상대를 하지요. 나같은 경우는 그래서 적극적으로 초구부터 공략을 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해줍니다. 타격은 30%만 성공해도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는 분야에요. 사업이든 어떤 분야든 성공확률이 50%도 안된다고 하면 시도조차 안하는데 야구의 타격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죠. 그래서 적극적으로 치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종열1

Q 저도 많이 그런 편인데 보통은 선수들에게 하나하나 알려줘야 발전한다고 생각하잖아요? 

좋은 질문이에요. 그건 코치들의 착각일 확률이 많다고 봅니다. 우리는 매 순간마다 잘못한 것을 이야기해 주는게 코치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만약 어떤 선수가 실수를 했어요. 사실 그러면 선수 스스로가 제일 먼저 알죠. 그런데 코치는 그걸 꼭 지적을 해.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오히려 위축될 확률이 높아요.

우리 운동할 때는 펑고 연습할 때 볼을 놓치면 맞았어요. 그럼 어때요? 더 위축되죠. 편안하게 하라고, 릴렉스하라고 하면서 놓치면 혼나. 수비의 목적이 뭐냐는 거죠. 편안하게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분명히 메시지는 줘야 하지만 중요한 건 메시지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죠. 그것이 코치의 역할이고요. 잘못한 것을 매번 지적해주는게 도움이 안될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나도 아들이랑 딸이 있는데 아이가 뭔가 잘못하면 아이도 부모도 잘못인 줄 압니다. 그때 아이에게 지적을 하면 그 순간 아이는 마음이 편해져요. 야단 맞았으니까. 그걸로 끝난다는 거죠. 그런데 그냥 두면 ‘야단 맞아야 하는데’ 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시간이 흐르며 변화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다음에 그 잘못을 안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거죠. 이것은 코치께서 직접 학교에 가서 선수들을 상대로 한번 해볼 필요가 있어요.

Q 일일이 말해주는 것보다 지켜봐 주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죠?

우리는 보통 선수생활을 하다가 내일 바로 코치가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자꾸 가르치려고 하게 됩니다. 그래야 자신이 코치라는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착각을 하는거죠. 선수가 받을 준비가 안되어 있는데 계속 주는 거에요. 그리고 코치가 가르칠 선수를 선택한다는 것도 착각입니다. 사실은 선수가 코치를 선택하는 거죠. 만약 어떤 선수가 배팅이 안되고 있다고 해봐요? 그럼 찾아가는 사람이 있어요. 타격이 안되는 선수가 있는데 누가 와서 지도한다고 해보죠. 앞에서는 “네. 알겠습니다” 합니다. “코치님, 그거 아닌데요. 제 생각에는 이런데요.” 이렇게 말하는 선수는 우리나라에서 야구를 접겠다는 의미죠. 그 선수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진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선수가 코치에게 찾아가서 묻는 건 신뢰한다는 뜻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선수가 코치를 선택한다는 겁니다. 코치가 선수를 선택하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코치가 해야 할 것은 첫째로 선수와 교감을 나누는 겁니다. 처음에는 선수에게 메시지를 주면서 다가가야죠. 타격에 대해, 수비에 대해, 또 학생으로서의 행동과 미래에 대해 등등. 강압이 아니라요. 그래서 코치를 찾아갔을 때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마음이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코칭이든 조언이든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요. 이 점을 많이 간과하는 것 같아요.

내가 코치니까 당연히 가르쳐 줘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선수한테 배운다고 생각하면 훨씬 효과가 높을 수도 있어요. 나도 해설을 하면서 배운 건데 해설자의 역할이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는 주로 가르친데요. “이렇게 했어야 합니다. 저렇게 바꾸어야 합니다”라고 주로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는 주로 “이렇게 해서 저런 현상이 발생합니다”라고 말하려고 해요. 코치가 해야 할 일도 마찬가지로 원인을 찾아 해결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 해결도 상대가 원해야 해주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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