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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과 김용달’에 대한 소감 혹은 장광설 (송준범,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원)

필자는 스포츠과학(운동역학-선수 트레이닝)을 공부한 사람이고 평소 ‘현장 언어의 연구자적 표현’을 견지한 선수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가장 기대했었고 흥미로웠던 세션인 ‘박용택과 김용달’에 대한 소감을 써볼까 한다.

신동윤(토아일당)님이 진행해주신 질문의 키워드는 크게 다음과 같았고, 그 안에는 사람과 사람 간의 이야기와 전문가의 기술 이야기를 넘나드는 구성이었다.

​1. 히팅포인트 – 박용택 그리고 김태균
2. 레그킥 – 중심이동과 골반
3. 루틴 – 패타지니의 타석 전, 타석 내 접근법
4. 전략적 어프로치(의도적인 타격)
5. 배럴 타구와 발사각
6. 우투좌타 or 스위치히터
7. 좋은 타자는 타고 나는가, 아니면 만들어 지는가?

A, B, C, D라는 임의의 문자로 히팅 포인트를 표현하시며 설명하시고, 박용택 (전)선수의 유형을 타 선수의 이름과 빠른 근육을 언급하신 것은 《용달매직의 타격비법》이란 책의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살짝 미소가 나오는 부분이었다. 자신의 머릿속에 해당 선수에 대한 데이터와 생각이 확실히 정리되어 있고, 그대로를 꾸밈없이 꺼내놓는 느낌이랄까.

실험 연구와 정량적 분석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원자료(raw data) 확보와 참조자료(reference)의 중요성을 수없이 들어봤을 것이다. 정답이 없는 스포츠라고 알려진 야구, 결과가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프로란 곳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건 역설적으로 과정(process)이고, 고전 물리법칙 같은 일관성이다.

김용달 코치님은 선수에게 해야 할 얘기는 다 하고(raw), 매일 싸우고 새벽까지 배팅치고 다음날 나와도 똑같았다는 부분은 박용택의 관점에서 신뢰(reliability)할 만 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부분이 좋다고 했던 게 아닐까.

​베팅 매커니즘의 본질은 ‘중심이동’ ​

​지난 몇 년간 덕 레타 코치를 필두로 레그킥이 라는 배팅 메커니즘이 화두였다. 레그킥에 대해서 질문을 건넨 신동윤님에게 레그킥의 정의가 다리만 들면 되는 건지 여부를 되묻는 박용택 선수에게 살짝 전율이 일었다. 타격에 대해 그가 했던 고민의 깊이와 치열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순간에도 수사적 표현을 경계하고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단어 하나에도 파고드는 그만의 집요함과 몰입이 보였다.

​지피지기(知彼知己)를 기본으로 편견 없는 호기심과 최상의 결과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추구하는 그가 했던 발사각에 대한 접근과 응용에 대한 인터뷰는 ‘K-뜬공혁명’ 초기에 여러모로 울림을 주는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도를 닦아도 득도 했을 것 같고, 학문적으로 연구를 했어도 저명한 교수가 됐을 것 같다.

레그킥에 대해 김용달 코치님은 체중을 지면에 띄우는(지면반력을 사용하는) 동작이라고 하셨고 한국-일본의 레그킥은 앞뒤 반동을 사용하는 것 같다는 말도 인상 깊었다. 타격이란 결국 무게 중심을 이동시켜 발생한 힘을, 배트를 통해, 최댓값(혹은 적정값)의 힘을 공에 전달하는 과정이라고 봤을 때, 중심이동은 많든 적든 누구나 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레그킥의 유형은 신체 중심을 이용하는 방법론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다.

​힘의 발생을 극대화 혹은 손실을 최소화하며 배트에 전달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두 달인의 말은 ‘본질은 중심이동’이라는 말로 귀결되는 것 같았다. 양타와 우투좌타 또한 박용택 선수의 관점과 이론적인 부분이 녹아서 나온 좋은 말들이 많았다.

미국에는 선수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양타를 많이 시도하기도 하고, 실제로 오른손 운동을 강하게 해주면 왼손의 힘도 일시적으로 강해지는 신경감각적 동질성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기존의 인식만큼 크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봤었다.

​그러면서 힘을 싣는 윗손의 중요성과 아랫손의 사용에 대해 짧게 언급하셔서 지엽적이지만 기술적 질문을 드렸는데 시간 관계상 답을 듣지는 못했던 것이 아쉽다면 아쉬웠다. 깨알같이 오지환 선수의 우타 전향에 대해서 물어보신 LG팬 신동윤님의 센스에 웃음이 난 것은 덤. 오지환 선수의 Z-Swing%에 따른 삼진은 매커니즘적으로 봤을 때 어떤 손 때문인지도 물어보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좋은 타자는 태어나는지,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신동윤님의 정리가 무척 인상 깊었다. 야잘잘(야구는 잘하는 사람이 잘해)라는 이진영 코치의 명언(?)이 있듯이 재능 vs 노력이라는 케케묵은 논쟁의 야구 버전이기 때문이다. 타고난 것처럼 보이는 타자는 몸이 타고 났다기보다 배우고 적응하며 만들어가는 능력이 좋은 타자이고,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타자는 사실 몸도 타고 났었는데 배우는 과정이나 계기를 통해 시간이 걸렸을 뿐이라고 정리해주셨다.

​90여 분간 이어진 세션을 요약하는 것이 힘들 정도로 다양한 통찰력과 흥미를 준 알찬 구성이었다. 최근 들어 시대적 흐름인 ‘소통’과 ‘융합’이 스포츠에도 점차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목도 하고 있다. 선수들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시도와 그것을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도구들이 접목되며 발전하는 가운데 박용택이라는 달변가, 달인이 쓴 《야구타격학》이라는 책이 나오면 어떨지 상상해본다.

글 : 송준범

잠실(現 송파)리틀야구단에서 야구를 했다. 연세대학교 체육학과 Sports Biomechanics & Sports Rehabilitation 석사 졸업 후, 현재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KISS)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 기술분과 분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편견 없는 호기심으로 야구를 이해하고 연결하고 싶은 퀄리티컨트롤(QC) 스타일의 사람.

“선배님들의 강의를 듣고 저의 훈련이 바뀌었습니다” (김휘집, 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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