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토인고의 전력분석원 이야기

야구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퍼왔습니다. (출처 : 오연우씨 페이스북)


프로 수준의 분석력… 오사카 토인고를 전국 제패로 이끈 “19번째의 전력”

고시엔에서 벤치에 들어가는 인원은 팀별로 18명. 여기에 기록원이라는 존재가 더해진다. 여자 매니저는 기록원 이름을 달고 벤치에 들어간다. 부상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하게 된 주전 선수가 팀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기록원으로 등록해 벤치에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배후 지원” 포지션이다.

하지만 오사카 토인고(북오사카)는 다르다. 기록원이 말 그대로 “19번째 전력”이었다. 하얀 버튼다운 셔츠와 체크무늬 바지.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 ‘눈’이, 2번의 고시엔 춘하 연속 제패라는 전인미답의 위업을 달성한 왕자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기록원인 오타리 유우(小谷優宇)는 중학생 때 영 리그(*일본 유소년 리그)에서 투수로 활약했고, 시속 144km의 구속으로 전국대회를 제패했다. 경식야구팀인 ‘NOMO 재팬’에도 선발됐다.

하지만 이 신장 172cm의 우완투수는 2학년 때 오른쪽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다. 거기에 팀에는 드래프트 후보로 높게 평가받는 동급생 투수 3명, 에이스 카키기 렌(柿木蓮), 투수 겸 내야수인 이도류 네오 아키라(根尾昂), 대형 좌완 요코가와 카이(横川凱)이 있었다. 오타리가 고시엔 마운드에 설 수 있는 가능성은 사라진 것이다. 그렇지만 대학 진학 뒤에 다시 한번 투수로 마운드에 서고자 하는 오타리는 투수 연습도 그만두지 않았다. 그런 중에 감독인 니시타니 코이치(西谷浩一)로부터 “기록원을 해 주지 않겠나?”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 제 역할은 그것밖에 없습니다. 승리에 공헌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오타리는 여름의 북오사카 대회가 시작될 때 결단했다. 자신의 “눈”을 살리겠다고. 오사카, 다이토 시에 있는 전용 그라운드. 팀 전체 워밍업이 끝나면 오타리는 그라운드 한쪽의 부실에 틀어박힌다. 상대 학교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다.

경기 비디오를 보며 투수의 투구경향을 데이터로 취합한다. 몸쪽이 많은지 바깥쪽이 많은지, 속구 구속, 변화구 종류, 어떤 카운트에서 어떤 조합으로 어떻게 공격하는지. 이런 것들을 꼼꼼히 체크해 가면서 상대 투수의 ‘상(像)’을 만들어낸다.

타자도 철저하게 연구한다. 우선은 당겨치는 타자인가 밀어지는 타자인가. 그 중에서도 오타리가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파울 치는 방법’이다.

“칠 때의 이미지는 바로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 노림수를 상대 투수가 어떻게 무너뜨렸는가. 파울이 나올 때 타자는 가장 싫은 느낌을 받지요.”

이런 ‘발견’을 경기 비디오를 통해 수작업으로 데이터화한다. 그리고 이를 다시 B4 용지 1장짜리 자료로 만든다.

“너무 많이 적는 것도 힘드니까요.”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프레젠테이션의 기본일 뿐이고 간략하게 정리된 ‘경기 포인트’를 바탕으로 경기 전 미팅도 진행한다. 이런 방식은 완전히 프로와 똑같다.

프로 구단에서는 상대하는 전 구단에 대해 전속 기록원이 있다. 캠프부터 개막전, 페넌트레이스 경기를 전부 체크한다. 모든 경기를 데이터로 만들어 그 팀과의 경기 때는 담당 기록원이 벤치에 들어와 감독, 코치, 선수에게 적절한 사전 데이터나 상대 선수의 특징을 알려주고, 순식간에 전략을 세워나간다. 코스를 9분할해 투구 코스, 타격 코스를 터치 패널로 입력하고, 앉은 자리에서 데이터로 집계해 그래프로 도식화한다. 싸우기 전에 이미 상대는 벌거벗겨진 것이다.

“9분할까지는 어렵죠. 그럴 시간도 없고요.”

오타리의 말이다. 그렇지만 ‘오타리 메모’의 정확성이 여실히 드러난 경기가 있다. 8월 13일, 2회전에서 맞붙은 오키 학원(沖学園, 남후쿠오카)은 오사카 토인고를 상대하는 선발투수로 남후쿠오카 대회에서 2.1이닝밖에 던지지 않은 186cm의 장신 우투수 이시바시 칸(石橋幹, 3학년)을 냈다.

“던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투수였습니다.”

오타리가 말했다. 한 번도 등판하지 않아 아직 데이터가 없는 투수를 투입하는 것은 북오사카 대회에서도 있었던 일이다. 오사카 토인고와 같은 강팀이 상대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기습 전략이다.

그 대단한 오사카 토인고 타선도 “무데이터” 투수를 상대로는 3회까지 노히트였다. 그리고 타순이 한 바퀴 돈 4회에 2점을 뽑아내자 오키 학원은 5회부터 에이스 사이토 라이(斉藤礼, 3학년)을 올렸다.

사이토에 대해서는 고시엔 1회전 데이터를 철저하게 분석했다. 투구 패턴은 슬라이더가 중심, 카운트를 잡는 데에는 130km 후반의 속구를 사용한다. 밋밋한 슬라이더를 노리느냐, 이른 카운트의 속구를 노리느냐. 선두타자인 이사카 타이치(井阪太一, 3학년)는 2루 땅볼로 물러났지만 공 3개가 모두 110km대의 밋밋한 변화구였다.

그때부터였다. 마운드의 사이토는 오사카 토인고 벤치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좋아, 데이터 그대로다.”

사이토는 오타리의 분석대로 던졌다.

‘이러면 할 수 있겠다.’

5회 이후 4이닝 동안 오사카 토인고는 8점을 냈고 중심타자인 후지와라 쿄타(藤原恭大), 네오는 백투백 홈런을 쳤다.

8월 18일, 우라와 학원(浦和学院, 남 사이타마)과의 준준결승에서는 프로에서 주목하고 있는 선발투수 와타나베 유타로(渡辺勇太朗, 3학년)에게서 5회까지 3점을 뽑았다. 하지만 그 중 2점은 후지와라와 네오의 솔로홈런. 안타가 이어지지 않은 채 3-2의 아슬아슬한 1점 리드로 5회까지 왔다.

6회, 오사카 토인고가 1사 2루의 찬스를 만들자 우라와 학원이 움직였다. 좌완 나가시마 류야(永島竜弥, 2학년)가 등판했다. 키 190cm의 우완에서 165cm의 좌완으로 바꾸는 것은 타자의 시선을 교란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오타리는 류야를 관찰하고 있었다. 변화구 중심으로 제구력이 좋은 좌완. 그렇기에 속구가 아니라 변화구를 노린다. 전날 밤 미팅에서 이렇게 결정한 오사카 토인고 타선은 안타 3개와 4사구 2개로 순식간에 류야를 무너뜨렸고, 류야는 다섯 타자를 상대해 아웃을 하나도 잡지 못하고 내려갔다. 벤치에서는 니시타니 감독이 눈짓으로 오타리에게 “저 투수가 나왔군.”이라고 말했고, 경기 후에도 “데이터 팀 덕분입니다.”라고 칭찬했다.

손으로 쓴 ‘오타리 메모’는 클리어 파일에 넣어 벤치에 놓아 둔다. 오타리는 벤치에서 경기를 보면서 그날의 상대 볼 배합 경향이 평소와 다르거나 타자의 타석 어프로치에서 차이가 느껴지면 벤치의 타자들과 조정 작업을 거친다.

8월 20일에 있었던 사이비 고등학교(済美高校, 에히메)와의 준결승에서도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는 상대 에이스 나오야 야마구치(山口直哉, 3학년)의 슬라이더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랐다. 다만 볼카운트가 나빠지면 밋밋한 슬라이더가 타자의 어깨 쪽에서 들어온다는 것을 간파했다. 팀 전체가 철저하게 그 슬라이더만을 노려 2-2 동점이던 5회에 타자 9명이 들어서 3점을 뽑았다.

“플레이를 해 주는 것은 선수입니다. 플레이에 제가 모은 데이터를 조금이라도 활용해 준다면 기쁜 일입니다.”

이어서 결승전. 가나시농고(金足農, 아키타)전을 앞두고 오타리는 오후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5시간 동안 상대 에이스인 요시다 코세이(吉田輝星)가 등판한 고시엔 3경기의 데이터를 모아 카운트별 투구 경향을 도출했다. 고시엔 구장으로 출발하기 전 합숙소에서 한 미팅은 오전 9시 5분부터 20분 동안. 이시다 토시야(石田寿也) 코치와 오타리는 정리한 자료를 모든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미팅에서 데이터를 공유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오타리가 알려준다.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해진다. 결승전 시작 3시간 전의 취재에서 오타리에게 물었지만 “경기 전이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는 대답을 들었다. 다만 그 성과는 1회 초 선제 공격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2사 만루의 찬스에서 타자는 6번 이시다 미즈키(石川瑞貴, 3학년). 요시다의 초구 126km 슬라이더가 폭투가 되어 먼저 1득점했다. 그때부터 요시다는 145, 146, 145km의 빠른 공을 3구 연속으로 던졌다.

“위기에서는 (한참)바깥쪽 선상의 직구를 던진다. 변화구로 카운트가 몰리면 바깥쪽 직구가 온다.“

오타리가 선수들에게 말한 요시다의 투구 패턴이었다. 이시카와는 타석에서 오타리의 지시를 떠올렸다. 그 말 그대로 왔다. 더 이상 주자를 쌓고 싶지 않은 투수의 심리와 요시다의 투구 패턴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정답은 자연스럽게 나왔다.

6구째 147km의 직구가 바깥쪽으로 왔다. 이시카와는 “오타리가 말해준 그대로였어요.” 라고 말했다. 정확한 타이밍에서 친 타구는 우중간을 꿰뚫는 2루타가 되어 주자 2명이 들어와 1회부터 3점을 얻었다. 주도권을 쥔 오사카 토인고는 요시다에게서 5회까지 12점을 뽑았다. 연투의 피로가 있었다고는 해도 대회 최고의 투수라고 불린 선수를 철저히 공략해 완승을 거둔 것이다.

“마지막에는 정성껏 기록지를 기록했습니다.”

춘하 연속 제패의 순간, 우익수 뜬공을 나타내는 ‘9’가 정확하게 스코어북에 기록됐다. 감독은 오타리를 끌어안고 “고맙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네오도 아니고 후지와라도 아니고 카키기도 아닌, 172cm, 78kg의 19번째 선수를 헹가래 쳤다. 우승팀의 “기록원”이 헹가래를 받는 것은 분명 100번의 여름 고시엔 동안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저는 선수로 뛰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춘하제패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해 온 데이터 분석으로 제가 19번째 선수라는 의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말 그대로 오타리는 분명히 선수의 마음과 눈을 가진 기록원이었다. 오타리는 이제부터는 선수로서 야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경기를 차분하게 볼 수 있습니다. 타자를 유심히 볼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살려나가고 싶습니다.”

봄 고시엔에서도 21세기 전형*으로 출장한 시가 현의 현립 진학교인 제제 고등학교의 데이터 팀의 존재가 화제가 됐다. 데이터를 모아 상대를 분석하고 경기에 활용한다. 공부로 말하자면 예습과 같은 것이다. 이렇게 분석 및 데이터 처리에 능숙한 고등학생도 있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야구, 이제 프로에서는 당연한 것이 된 것처럼 이는 시대의 흐름이다,

*봄 고시엔에서 일반 출전 외에 전해 가을 대회에서 일정 성적 이상을 올린 취약지역 고등학교를 선발해 참가할 수 있게 하는 전형.

이런 방식으로 야구로 싸워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고등학생도 분명 많이 나올 것이다.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눈과 머리를 이용해 승리에 공헌하는 것도 팀 플레이다. 기록원은 19번째 전력이다. 오사카 토인고가 보여준 선진적인 의식이 2번째 춘하제패라는 위업에 일조했음은 틀림없다. 스스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고 스스로 공략법을 생각해 시합에 활용한다. 이런 모습은 올해로 100회째를 맞는 여름 고시엔을 마친 일본 고교야구의 새로운 스타일을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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