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수에 대한 오해
요즘 회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어쩐지 회전수가 높은 공이 좋을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근데 이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습니다. 야구에는 ‘왠지 그럴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현상들이 참 많습니다. (출처 : 토아일당님 페이스북)
빠른공을 던지는데 얻어맞는 투수를 품평하며 꼭 들어가는 메뉴가 [회전수] 또는 [무브먼트]다.
“155kmh를 던지는데 왜 맞을까? 회전이 적기 때문에 맞는다. 회전이 적으면 무브먼트가 없는 작대기 직구가 되고 요즘 타자는 그런 공 다 쳐버린다.”
맞는 말일까.
1. 회전수가 낮으면 (라이징)무브먼트가 줄어들까? 아니다. 회전수와 무브먼트의 상관관계는 아주 매우 약하다. 라이징무브=수직브레이크와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요인은 [회전축의 방향]이다.
2. 무브먼트가 수치가 낮으면 쉽게 얻어맞을까. 절반은 맞다. 무브먼트는 허용타구속도와 약간 상관관계가 있다. 하지만 내막이 더 중요하다. 무브먼트 절대수치가 높고 낮은게 중요한게 아니라, “비슷한 구속의 평균적인 무브먼트와 비슷한가 다른가”가 관건이다. 남들과 무브먼트가 비슷하면 쉽게 맞고, 남들과 다르면 잘 안맞는다. 높으면 플라이볼이 많고 낮으면 땅볼이 많다. 미국 분석가들은 “남들과 다름”을 포괄적으로 디셉티브하다고 표현하는거 같다.
그러므로, 어떤 투수의 공이 평균이하의 무브먼트를 갖고 있다는 것이, 그 투수가 얻어맞는 이유가 되긴 어렵다. 평균보다 오히려 평균이하인게 장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평균이하의 수직브레이크 값을 갖는 속구를 전문용어로 “싱킹패스트볼”이라 한다.
3. 회전수, 수직브레이크, 속구의 위력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위험한 것은, 많은 투수들이 속구의 위력을 살리기위해 [더 많은 회전]에 집착하는데가, 그걸 위한 방법이 [더 높은 타점] [더 끌고 나오는 익스텐션]으로 여기는 경향 때문이다.
상관관계로 본다면, 더 높은 타점과 더 끌고 나오는 익스텐션은 트레이드오프다. 팔이 낮은 투수가 더 멀리 끌고나온다. 둘다 하려면 몸에 무리가 갈게 분명하다. 게다가 그렇게 하는 것과 공이 좋아지는 것은 별개다.
익스텐션이 길어진다고 회전이 많아지지도 수직브레이크가 커지지도 않는다. 어떤 종류의 구종은 익스텐션이 길어지면 더 무뎌지기도 한다. 결국 자기 몸과 자기 공에 맞는 설계가 필요한거 같다.
4. 게다가 회전수든, 브레이크든, 회전축이든 이런것들보다 타자의 헛스윙비율에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요인은 [구속]이다. 말하자면
구관이 명관. 구속이 전부는 아니다는 말은 맞지만 OO이 전부는 아니다 라는 말은 모든 상황에서 항상 맞기 때문에 맞는 것이고, 속구에서 구속만한 요인은 달리 없다.
5. 회전수가 영향을 가장 많이 주는 종은 커브와 슬라이더다. 이쪽은 회전수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물론 회전축은 여전히 중요하다. 12-6커브가 다른 커브보다 더 위력적인 것처럼.
6. 그런데 구속이 훈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에도 어느정도 타고난 범위를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회전수도 타고나는 쪽에 가깝다. 타고나길 고회전 공을 던지는 투수가 있고 반대 경우가 있다.
해서, 데이터 기반 육성이란 것은 아마도, 선수가 제일 편하게 던질 수 있는 피칭폼을 찾아낸 다음,,,(그건 추적데이터의 영역이 아니라 생체역학이나 운동역학이나 해부학의 영역일듯) 그 피칭폼을 조건으로 가장 효율이 좋은 구종과 구질이 뭐냐를 찾아내 익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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