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동료 선수가 선물한 감동과 자부심
감독은 경기장이라는 무대의 공동연출자라고 할 수 있지요. 노장 백업 포수가 만원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는 가슴벅찬 감동과 자부심을 선물할 수도 있고, 실수한 선수를 바로 교체하며 관중들의 따가운 시선과 수치심, 모멸감을 안겨줄 수도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이영미 MLB현장)
“주도적으로 연출한 상황이 아니었다. 전적으로 존 레스터의 생각이었다. 레스터가 어젯밤에 내게 문자를 보내선 다음과 그림을 그려줬다. 공을 100개 미만 정도 던지고 아웃카운트 2개를 쉽게 잡아낼 경우, 그리고 경기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면 이런 깜짝 교체를 연출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정말 경기가 그런 방향으로 흘러갔다. 알다시피 데이빗 로스는 백업 포수이다. 그런 포수가 은퇴하면서 홈 관중들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는 건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다. 그가 그만큼 훌륭한 야구 선수로 살아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의 은퇴 모습은 다른 선수들한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웃겼던 게 매든 감독이 마운드로 올라올 때 데이빗은 감독이 날 교체하러 올라온 것인 줄 알고 씩씩거리며 마스크를 벗고 마운드로 올라왔다. 아마도 아직 내 피칭이 좋다는 얘길 하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감독이 데이빗을 보고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오늘만큼은 내 평생에 단 한 번도 안 해 본 걸 해보려고 하네. 전담 포수를 선발 투수보다 먼저 교체하는 거지.’ 그 순간 데이빗 얼굴이 어떠했느냐 하면 마치 어린 꼬마를 과자 가게에 데려가선 여기 있는 거 아무거나 다 골라. 그게 다 네 것이 될 테니까 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올 수 있는 표정, 즉 ’이걸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표정이었다. 데이빗은 마스크를 벗어 던지더니, 우리(매든 감독과 레스터)를 보고, “I love you guys, I love you guys”를 반복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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